통일시대 Vol 1632020.05

통일칼럼

Our public is very demanding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에게 커다란 시련을 안겨 주고 있다. 혹자는 문명의 대전환을 말하기도 하고, 그나마 낙관적인 몇몇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팽창과 성장만을 추구했던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계속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강대국 중심의 세계 질서 또한 전면적 재구성이 필요해 보인다. 바야흐로 혼란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인류 재난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원칙 아래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언론은 한국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례를 소개하면서 마치 자신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맹렬한 속도로 확산되자 서방 언론은 한국의 경험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의 경험을 소개하기 위해 영국 BBC와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한국 정부의 대응 원칙을 ‘투명성’과 ‘신뢰’로 소개하며 높은 시민의식에 대한 상찬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Our public is very demanding(우리 국민은 쉽게 만족하지 않습니다)”이라는 표현으로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 국민은 정부에 가장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기에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인 다. ‘Demanding(쉽사리 만족하지 않는)’이라니! 이처럼 한국 시민의 역사와 성향을 관통하는 표현이 있을까? 깨어있는 시민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한국 사회를 변혁해왔는지 그 한 마디로 설명되는 듯했다.

돌이켜보자. 권위주의 시절 노동 일꾼으로 산업화를 이끌던 시민들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태도로 87년 민주화 항쟁을 가능하게 했고, 97년 IMF 위기에는 똘똘 뭉쳐 위기 극복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의 실정이 있을 때마다 광장에 나와 회초리를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국 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 분노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부정한 권력자를 권좌에서 몰아내기도 했다. 시민의 힘을 간과하고 부패한 정치 세력들은 결국 처벌을 받아온 것이 우리 역사다. 정부가 시민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족하지 않고 깨어있는 시민은 더 나은 정치를 만든다. 정부는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해야만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예민한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순간, 그 세력은 심판받는다. 이번 총선 결과에서 봤듯이 예외란 없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 상황에서도 작은 희망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시민들의 지칠 줄 모르는 정치의식 때문일 것이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지금은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시민들과, 그 시민들을 두려워하는 정부와 정치세력들이 존재한다면 비관에 빠질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다시금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만 들어 갈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김 성 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