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72020.09

기획_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으로 주목 받은 에듀테크,
교육의 시작과 끝은 교사

학생은 과연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가?
야생동물은 태어난 지 반나절도 안돼 걷거나 헤엄칠 정도로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태어난다. 이와 달리 사람은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교육을 받는다. 그것도 스스로 배우고자 애쓰기보다는 부모와 교사가 끊임없이 이끌고 가르쳐야 오랜 교육과정을 겨우 마칠 수 있다. 인류는 세상과 만물을 지배하지만 정작 개인의 자립은 동물 가운데 가장 더디다. 우리는 이 사실을 코로나19를 겪는 과정에서 다시 확인했다.

2020년 2월 본격화한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초·중·고는 4차례에 걸쳐 개학을 연기한 끝에 원격수업을 단행하였다. 교사가 직접 학생을 감독하지 않지만 학생이 배우려는 의지를 갖고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여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이상에 불과하다. 어린 학생들은 학교에 모아놓고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통제하고 이끌어야 한다. 그렇게 이끌어도 모두가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상당수는 한없이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적어도 오전 반나절을 오롯이 수업에 참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유튜브와 게임 등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와 재미없고 지루한 학습 콘텐츠 가운데 아이들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결과적으로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진도를 나가려면 자녀가 딴짓 안 하고 원격수업에 참여하도록 부모가 곁에서 감독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왜 학교에 가는가?
코로나19 초기에 우리 사회는 교육위기를 운운하다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가피한 원격수업 조치와 더불어 어느덧 혁신과 기회를 말하고 있다. 애써 등교하지 않아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하여 쉽게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이 과연 교육 혁신이고 기회인가? 오랜 교육 방법을 바꾸어서 완전히 새롭게 하더라도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면 성공적 혁신은 아니다.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드러난 대표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진도가 더디다. 우리 교육부는 EBS 온라인 클래스, e학습터, 위두랑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원격 수업을 추진했지만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충실히 수업에 임하기 어려웠다.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더 늘고 수업의 질은 오히려 기존보다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에 접속하기 어렵고, 형제가 많아 기기가 부족한 가정은 아예 수업에 접근할 수 없었다. 원격수업 여건을 갖추고 부모가 밀착해 학습을 지도하는 가정의 자녀와 그렇지 못한 가정의 자녀는 결코 동등한 학습 권리를 누리지 못하였다.

둘째, 수업의 질이 낮아졌다. 면대면 수업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일일이 관찰하고 반응을 살펴 적절히 대응하였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직후까지 문맹(文盲)을 벗어나기 위해 장소를 불문하고 공부하고자 모였던 시절을 제외하면 교사의 입과 손끝에서 나오는 말과 글을 바라보기만 하는 수업은 별로 없었다. 우리 교육 역사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학습 행동에 대하여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원격수업은 교사가 하던 역할을 대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소통하지 못한다. 수업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동료 학생이다. 아무리 충실하게 자기주도학습을 하더라도 협력, 토론, 모둠 활동은 혼자서 할 수 없다. 학교의 주요 기능은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진도에 도달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모여 서로 견주며,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협동성, 사회성, 책임성, 갈등 조정 방법, 리더십을 배우려면 학교라는 특정 장소에 모여야 한다.

지난 6월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중학교 학생이 등교하며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연합
에듀테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 교육은 공부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잘 따라오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학습 수준을 달리하는 다양한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가르쳤다. 교육학에서 종종 등장하는 완전학습(Mastery Learning)은 학생이 다음 학습으로 넘어가기 전에 배운 것을 90% 습득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학습 이해도가 천차만별인 학급 학생들을 일일이 고려하여 같은 수준에 도달하도록 가르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진도가 빠른 학생은 배운 것을 반복하거나 선행학습을, 느린 학생은 진도에 도달하기 위해 보충학습을 이어간다. 학교에서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이 맞춤 학습은 사교육 시장에서 담당한다.

만일 학생 개개인의 부족한 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보완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그저 이론에 불과했던 완전학습은 실현될 것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시행한 원격 학습에서 많은 학습 콘텐츠, 학습 플랫폼, 실시간 화상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사용하면서 우리는 완전학습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교육과 기술을 적절히 융합하고, 학습 콘텐츠를 선별 및 제시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을 적절히 배분하는 종합적인 수업 설계가 뒷받침된다면 공부 잘하는 일부 학생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함께 진도를 나갈 수 있다. 원격수업을 전격적으로 실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에듀테크(Edutech, 교육분야에 정보 통신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기술 혹은 서비스)는 잘만 활용하면 완전학습에 한 단계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대목에서 실수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완전학습은 지금 우리가 이토록 열광하는 에듀테크를 앞세운다고 해서 실현되지 않는다. 기술혁신을 거듭할 때마다 문명이 발전했지만, 그 역기능과 더불어 좌절을 겪었던 것은 기술을 과신(過信)하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 분야를 막론하고 외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은 지능 정보화에 적응하기보다 타고난 인간 본성을 잃지 않고 계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컴퓨터는 교사와 달리 지치거나 화내지 않고, 학습자의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여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얼핏 보면 최고의 교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에듀테크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결코 우리에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학습자가 닮고자 하는 실제 모델이다.

지난 8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0 초등교육박람회 에듀테크쇼. 방문객들이 언택트 전시관에서 참가업체의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교육의 시작과 끝, 교사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원격수업을 도입하면서 우리는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교사는 에듀테크가 결코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 교사는 다양한 학생들의 성격, 행동을 관찰하여 서로 원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교사가 오직 수업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수업 외 모든 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에듀테크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 교육부는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행정, 평가, 교수방법, 교육 전문 역량 개발, 평생학습의 5개 분야에서 교사 업무를 덜어내는 실험에 착수하였다. 각종 행정업무, 과제 및 시험 문제 출제, 분석 및 평가, 채점, 학생 진도 점검, 학습 콘텐츠 제시 등 지금은 교사가 수업과 병행하는 일들을 에듀테크가 담당한다면 교사는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교육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학과와 그 분야를 담당하는 교수는 대학마다 있다. 같은 주제라도 교수마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오래전부터 대학생들은 학기가 끝나면 자신이 수강한 강의를 평가했지만, 기껏해야 만족도를 표현하는 정도였다. 코로나19와 함께 대학에서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면서 대학 수업의 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교수들은 제작한 지 오래된 동영상을 성의 없이 제시하거나, 이렇다 할 강의 없이 학기 내내 과제만 내주기도 하였다. 책임감을 갖고 수업 영상을 제작하더라도 내로라하는 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지금 대학생들을 만족시킬 리 없다. 기존 오프라인 명강의가 온라인에서 꼭 통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대학교수들은 온라인에서 잘 가르치는 방법을 따로 연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대학마다 같은 학과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잘 만든 수업 동영상을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공유하게 될 것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강의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를 경쟁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교육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변화가 요구하는 본질은 가르치는 자의 새로운 역할과 역량이다. 에듀테크는 가르치는 자가 본연의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 국가 교육 정책은 바로 이 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은 단지 학습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기획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 위대한 우연성을 경험하 는 기회는 떠드는 학생을 야단치고, 좌절하는 학생을 격려하며, 노력한 학생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모든 평범한 교사가 만들어낸다. 교육의 시작과 끝은 교사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교육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변화가 요구하는 본질은 가르치는 자의 새로운 역할과 역량이다. 에듀테크는 가르치는 자가 본연의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하도록지원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 국가 교육 정책은 바로 이 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 재 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