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72020.09

이달의 현장

광복 75주년 기념 평화통일포럼

75년 분단의 상처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로

지난 8월 21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민주평통과 통일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광복 75주년 기념 평화통일포럼이 열렸다. ‘광복 75주년,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위한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평화통일 분야의 원로 및 국책연구기관장이 참석하여 광복 75주년의 의미와 평가,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 등 다양한 논의를 했다. 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여 인원을 최소화했으며, 민주평통과 통일연구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됐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현정은 민주평통 서울지역회의 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선열들이 꿈꾼 자주독립의 나라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향해 국민과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승환 사무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북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고 남북협력을 지속하면서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을 성사시킨다면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에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나 된 나라가 분명히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평통이 그 과정에서 “국민의 성취와 열정이 발휘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축사에 나선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보수든, 진보든 역대 정권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했다”며 현재의 냉각 상태가 답답하지만, 외교안보팀이 새롭게 개편된 만큼 돌파구를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사를 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이후 “북측에 소독약, 방호복, 진단키트를 보내고 국제기구를 통해 영유아와 임산부를 위한 영양식을 전달하는 등의 작은 결재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정치, 군사, 안보의 측면에서 남북관계를 전면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경제의 공존과 번영의 길을 열어 가는 노력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세현 수석부의장

“의존적 사고 극복하고, 주체성과 주도성 가져야”

김상근 이사장

“배제가 아닌 소통과 대화 하며 문제 풀어나가야”

안병욱 원장

“새로운 세대 위한 통일교육 기반 마련에 노력해야”

광복 75년, 분단인식 극복하고 주도적으로 미래의 평화 개척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1세션에서는 ‘광복 75주년, 새로운 한반도를 말한다’를 주제로 대담이 진행됐다.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사회로 김상근 KBS 이사장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대담자로 나서, 광복 75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먼저 광복 이후 75년의 세월을 체험적, 학술적으로 풀어낸 두 원로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4·27 판문점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국가 이익을 위해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막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분단시대에 구축된 기득권”이라며, 대미관계를 잘 조율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동시에 뒤에서 잡아당기는 세력을 약화하기 위해서는 화해와 협력을 바라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근 이사장은 한국전쟁에서 아버지를 여읜 개인사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일종의 반북정서가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북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에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동시대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북정서를 갖고 있는 국민들이 많은데, 배제가 아닌 소통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분노와 증오심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분단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안보의 기본적 방법은 자주국방이고, 동맹은 이를 보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우리의 문제를 자주적, 주체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통일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대통령의 철학이 확고할 경우 내부환경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고 정책 추진이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의 연설은 그 자체가 정책방향인 만큼, 유관부처가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적극 수립하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병욱 원장은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사고와 행태를 가진 세대들이 올바른 통일교육을 받고 자라면 대미의존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성세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세대를 위해 조건과 기반을 갖춰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상근 이사장도 평양과 서울에서 남북한 가수들이 공연을 했을 때 양측의 적극적 반응을 회상하며 “교육을 통하는 것보다 젊은세대들이 자신들의 활동반경과 영역을 한반도와 남북관계까지 연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성세대가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칼과 창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인류문명사적 과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바람을 전했다.


작은 틈새라도 활용하고
북한도 9·19 합의 당사자로 대화에 나와야
2세션에서는 박명규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이 참여했다.

먼저 패널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에서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준형 원장은 “2020년은 2017년의 위기도, 2018년의 평화무드도 아닌 2019년의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남은 기간 동안 작은 틈이라도 있다면 들어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학순 소장은 “2018년을 기점으로 적대와 전쟁이라는 개념이 평화, 포용, 화해로 바뀌는 대전환을 맞았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결국은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북의 태도가 변한 것은 남북 간의 합의 불이행과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려는 북한의 의지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고유환 원장은 “그동안의 남북 간 합의 불이행과 하노이 노딜에서 북한이 느낀 남측의 역할에 대한 불만 등이 표출되며 자해적인 충격요법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북한이 분야별로 책임을 나눈 것이 북한 입장에 유리해 보이지는 않지만, 충격 이후 북한이 보여왔던 패턴을 고려할 때 전환 국면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백 소장은 체제 위협에 불안을 느낀 북한이 판문점 합의사항을 지키지 못한 남측에 신뢰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도 평화 대전환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로서 나름의 생존과 발전전략을 구현하려 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도 9·19 합의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6월 이후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 향후 북·미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김준형 원장은 “미국은 적대 국가를 다룰 때 ‘믿지 말고 검증하라’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지만, 트럼프는 대북문제에 있어서 톱다운 방식을 취했기에 북한도 이에 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에 제시한 세 가지 요구 조건(종전선언, 한미군사훈련 중단, 제재 일부 해제)이 지켜지지 않자 북·미 대화를 중단했는데, 만약 북·미 양측이 서로 요구한 부분을 구체화해 약속하는 형태로 한다면 11월 전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역할 높이며
북핵 문제에 대한 다자협력 방식도 검토
지난 3년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의 변화는 기대만큼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 상황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까. 김준형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꽤 괜찮은 중재자로 방향성도 옳았고 노력도 했지만,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강경책과 온건책, 긴장과 도발이 순환했던 북핵협상에서 톱다운 방식은 매우 새로운 시도였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6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6자 정상회담은 북·미가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맷이며, 다자주의를 내세우는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유효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백학순 소장은 우리 정부가 애써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었지만 북·미 회담이 실제로 진행되면 우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독자적인 전작권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를 제외할 수 없다는 선언적 입장 표명이 일관되게 나와야 하고, 전작권 회수도 시급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원장은 “최근 북한 담화를 보면 북한이 ‘비핵화와 제재 해제 교환’이 아니라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대 협상 재개’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착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협상은 아직 정전질서가 남아 있는 점, 종전선언의 문제 등을 고려해 남·북·미·중 4자 평화협상으로 발전시켜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명규 교수(왼쪽)의 사회로 진행된 2세션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개선방안’ 토론. 오른쪽부터 고유환 원장, 백학순 소장, 김준형 원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 이익균형 추구하며 대응
미·중 갈등이 신냉전 상황으로 격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백학순 원장은 어렵더라도 한반도 평화 대전환의 성공을 위해 균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형 원장은 미·중의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이슈별로 비슷한 국가들과 연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유환 원장은 미·중 간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상호의존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국익에 맞게 균형을 택하는 이익균형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럼을 마무리하면서 박명규 교수는 “현재는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 남북관계, 국내외 분위기, 국민 정서 등 여러 가지 여건을 생각하며 새롭고 진지한 전략, 미래의 한반도를 위한 힘의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남북한 모두에서 우리가 바라는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