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청년 ①
2030과 통일인식
비판 아닌 롤모델이 필요하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은 청소년 통일의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통일교육 강화를 지시하였다. 1997년 민주평통은 청년세대 통일인식 변화를 위해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20년이 지난 2020년, 마치 데자뷔처럼 우리는 여전 히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적어 도 20년 동안 청년세대의 통일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들 이 큰 성과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30 통일인식의 변화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고민을 잠시 멈추고 ‘무엇을 해 왔는가?’의 고민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고려해 볼 시기이다. 지난 20년의 통일인식 변화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1) “김 대통령 국방·통일부 국정보고회의 주재,” 『연합뉴스』, 1999. 3. 24.
2) 배한동, 남북한 사회통합을 위한 국내적 통일기반 조성방안, 제32차 민주평통 지역협력위원회 (1997. 5. 21.)
25년 통일인식 변화
<그림 1>은 지난 25년간 세대별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의 변화다. 이 그래프를 통해 적어도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4년에도 2030세대의 통일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기성세대에 비해 낮았다. 둘째,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예를 들어 60대 이상의 경우 1994년에는 98.5%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2020년에는 70.0%로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수록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감소했다. 1994년 88.8%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20대는 20년 후 40대가 되었고 70.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연령효과는 소위 X세대(1970년대생), 386세대(1960년대생), 산업화세대(1950년대생) 모두에서 관찰되었다<그림 2>.
3) 민족통일연구원, 통일연구원의 여론 조사 결과를 필자가 재구성하였다(자세한 출처는 필자에게 문의).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 질문이 가능하다. 첫째, 2030세대의 통일인식이 어느 정도 돼야 만족할 것인가? 2030의 80%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다면 만족할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2030세대의 80% 정도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2005년에 도 2030의 통일인식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마치 ‘제논의 역설’에 나오는 아킬레스처럼 2030의 통일인식은 기성세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고 항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20년 전 통일인식이 낮다고 걱정의 대상이었던 지금의 40대와 50대는 2030의 통일인식을 걱정하는 주체가 되어 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걱정의 대상이 걱정의 주체가 되었는가? 김대중 대통령이 강조한 통일교육 때문이었는가? 현재 4050세대의 통일인식은 그들이 2030일 때보다 약하다. 이는 통일교육이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현재의 4050세대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질타를 받던 그들의 2030 시절을 기억한다면, 오히려 현재 2030세대에 공감해야 한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는 어린왕자의 말처럼 기성세대는 자신의 2030세대 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세 가지 사실과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그러나 간과되고 있는 결론은 적어도 2000년 이래 모든 2030은 통일인식에 대해 걱정과 우려의 대상 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030세대의 낮은 통일인식은 2030이라는 ‘삶의 시기와 환경’의 문제이다. 어쩌면 통일인식이 낮다는 비판은 한국사회에서는 2030이라는 시기에 주어진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20년의 통일인식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사회가 내놓은 교육과 경험은 정답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며, 새로운 질문을 위해서는 새로운 진단이 필요하다. 2030세대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2030 개인의 기질과 가치관의 문제로접근한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은 실패했다.”
비슷한 걱정, 다른 진단
2030에 대한 또 다른 걱정인 저출산 문제에 우리사회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2030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산·육아 관련 ‘토크콘서트’, ‘2030과 의 대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2015년부터 매년 20조 정도의 예산을 들여 청년일자리 주거대책 강화, 출산 양육비 부담 완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최대화, 일·가정 양립, 돌봄 체계 구축, 포용적 가족문화 조성, 안정적 삶의 기반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통일인식과 출산 문제를 같은 차원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필자의 초점은 우리사회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출산·육아 문제는 ‘사회적 환경’의 문제로 진단하고, 그와 관련한 사회적 환경 개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즉, 출산과 육아 문제를 사회적 환경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다. 반면 통일인식의 변화는 유독 2030세대의 성향 문제(이기적, 개인적, 공정·정의 등 가치관의 변화), 개인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18년 6월 1일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통일의식 제고를 위한 ‘통일을 춤추다’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연합
무엇을 할 것인가?
20여 년 동안 교육과 경험은 통일인식 변화의 화두였다. ‘어떤 교육,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소중하다. 하지만 20년의 통일인식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사회가 내놓은 교육과 경험은 정답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며, 새로운 질문 을 위해서는 새로운 진단이 필요하다. 2030세대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2030 개인의 기질과 가치관의 문제로 접근한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은 실패했다. 2030이 직면한 사회적 환경, 사회적 요구의 관점에서 통일인식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진단이 다르면 처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2030이 통일인식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 고정관념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일으킨다. 2030이 통일인식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에 빠진 우리 사회가 통일인식에 관심이 없는 2030의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였고, 고정관념에 반하는 정보들은 의도적으로 무시하지 않았는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통일연구원의 평화의식조사에서 통일에 대한 태도를 6개 문항으로 측정하는 경우 기성세대와 2030세대의 통일지향성은 차이가 없었다. 남북관계에 대해 희망적인 태도는 오히려 2030이 높았다. 2030이 기성세대에 비해 통일인식이 높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2030의 통일인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과연 객관적으로 그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2030의 통일인식이 낮다는 기본적인 전제조차 틀렸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평화공감대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정책공간을 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2030‘만’ 문제가 아니라 2030‘도’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40대, 50대, 60대의 통일인식은 괜찮은가?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 모든 세대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얕아졌다. 2030과 기성세대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기성세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2030에 대한 성찰 역시 무의미하다. 4050이 2030 때 하지 못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히려 4050이 2030의 롤모델이 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난 20년처럼 2030세대의 통일인식에만 집중한다면 20년 뒤 지금의 2030이 4050이 되어 그때의 2030세대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비판자가 아니라 롤모델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우리 세대를 비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 세대를 그렇게 키운 사람들이 바로 그 어른들인데 말이다.” -익명
박 주 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