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72020.09

한반도 평화와 청년 ②

청년의 더 나은 삶 돕는 「청년기본법」
남북 청년 잇고 돕는 정책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8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코엔 형제 감독의 미국 영화다. 여기서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지고 있는 현인을 뜻한다. 노인의 경험과 지혜로 예측 가능한 사회라면 노인을 대접하며 세상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현대사회의 현실은 모두가 알다시피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우연이 모든 일을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바꾸고, 그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묻지마 범죄나 재난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러한 오늘날의 현실을 한 살인마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여주며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나가 호평받았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 지원·관심의 대상이 된 청년
영화는 현실을 재해석하여 예술로 승화하고 영화제에서 상도 받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지만, 그 영화가 그린 현실은 여전히 눅눅하고 어두운 상태로 남아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노인’을 ‘청년’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이다. 청년은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며 세상을 바꿔나가는 존재이다. 청년의 도전 정신과 실험이 역사를 발전시키고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게 우리 모두의 믿음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청년만이 예외는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면 청년을 위한 나라도 없는 것이다. 노인의 경험과 지혜든, 청년의 패기와 열정이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크게 맥을 추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사회에서도 청년이 역사발전과 사회혁신의 주도세력이 아니라 지원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민주화의 거리에서, 산업화의 일터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주요 고비마다 한국사의 막힌 물꼬를 텄던 청년 세력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이제 청년은 정부와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청년은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을 돌파할 전위대가 아닌 그저 함께 살아가며 서로 관심을 가지고 도울 대상이 된 모양새다.

잘못된 일은 아니다. 청년들의 탓도 아니다. 세상이 예전보다 아주 바쁘고 살기 힘들게 변함에 따라 전 세대와 계층이 서로 보듬어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 모두가 능력과 처지에 맞게 세금을 내서 돈을 모으고, 이걸 가지고 정부가 필요에 따라 나누고 지원하며 불확실성의 쓰나미에 한 명이라도 덜 쓸려나가도록 손을 내밀고 지탱해야 한다. 이게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가 하는 일이다.

지난해 9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청년의날’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이 청년고용 정책퀴즈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

청년의 더 나은 삶을 돕는 「청년기본법」
「청년기본법」도 그런 일이다. 이 법은 청년의 권리와 책임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할 청년에 대한 책무까지 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정책의 수립과 청년지원에 관해 더욱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0년 8월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에 관한 창업과 지원조례 등을 약 444건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년기본법은 지자체에 산재한 이런 조례와는 별도로 청년에 관한 종합적인 정책지원과 방향성을 담은 기본법률로서 처음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동안 청년에 관한 법률은 2004년에 제정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유일했다. 이 법은 미취업자의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지원하여 청년층의 고용을 촉진하는 데 주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 법이 청년을 단지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 보는 당시의 시각을 담고 있다 보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도 청년고용 촉진과 관련해서만 규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청년기본법」은 이러한 법적 미비를 해소하고 청년을 취업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주거와 같은 전 분야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 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청년정책의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10조 시대’를 선언했다. 촛불혁명을 통해 주권재민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조를 실현했으니 이제 인간의 존엄과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를 실현해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구체적으로 구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청년기본법」도 이 의지를 실현해나가는 데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청년기본법」은 청년발전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청년의 권리와 책임을 선언(제4조 및 제5조)하고, 국무총리는 5년마다 청년정책의 기본방향, 추진목표 등이 포함된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제8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는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다음 연도 시행계획 및 전년도 추진실적을 매년 국무총리에게 제출하도록 해서(제9조) 청년의 행복한 삶을 위한 실질적 정책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청년참여 거버넌스 구축을 새로이 하고, 생활지원, 일자리, 주거, 교육의 4대 분야에서 청년의 삶 개선 방안을 내놓고 34개 중점과제를 시행 중이다.

「청년기본법」은 새로운 청년정책의 대상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제3조). 19세 이상 34세 이하 ‘국민’으로 국한하지 않고 ‘사람’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명목상 한국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청년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정상적인 경제 및 사회활동을 하고 국내법에 따른 책무를 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청년기본법에 따라 당연히 지원을 받아야 한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수립 시에 생활지원, 일자리, 주거, 교육 등의 분야에서 청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5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나라키움 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청년의 기준 폭넓게 생각하며 큰 구상 해나가야
청년기본법의 대상에 한국 주민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청년, 나아가 평화통일을 명령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근거하여 북한 지역 청년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폭넓게 보고 큰 구상을 해나가야 한다. 북한이탈주민 청년의 경우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인 ‘사람’이므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원만 받도록 제한하지 않고 「청년기본법」에 따른 지원이 더 유리할 경우 당연히 이를 우선하도록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통일시대를 대비한 사회통합 차원에서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상대적 약자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 「청년기본법」 시대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현재 남북한 청년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일자리와 교육지원에 있어 평화경제 차원의 접근도 시도해야 한다. 남북한 평화교류와 청년의 평화감수성을 동시에 진전시킬 수 있도록 창의적·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제3국 혹은 비공개된 온라인상에서 남북 청년들이 과학기술·보건의료 등 실용적 분야의 공동연수 및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취·창업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남북한 작은 교역은 물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서비스)의 교류를 통한 가치창출도 포함된다. 통일부 장관이 포함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도 청년정책을 현재의 시혜적인 복지정책으로만 보지 말고, 미래의 국가정책 전반이 포함된 정책패키지로 보고 적극적인 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청년층의 경험과 인식을 평화적 차원에서 대폭 넓혀 나가며 향후 대륙과 해양으로 연결된 평화로운 한반도를 조성하는 일이 미래세대인 청년에게는 더없이 큰 기회를 주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 대 진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