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청년 ③
청년좌담회
“청년에게 맡기면 잘 해냅니다”
19기 민주평통 출범 1년을 맞아 4명의 청년자문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년 각자의 분야에서 평화통일을 고민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활동해 왔다. 이들은 청년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청년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 | 김지원 청년자문위원 기자(대학생 2년) · 송윤호 CBC그룹 총괄대표
신동석 DSG 엔터프라이즈 대표 · 한가선 한민족한삶운동본부 사무국장
청년자문위원 1년, 역할 고민하며 배우는 시간
Q. 19기 민주평통 출범 1년을 맞은 소회는?
송윤호ㅣ
충북지역회의 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사회 분위기가 안 좋고 남북관계도 경색된 상황이라 청년들이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 자문위원들과 맥주 한잔하며 진지하게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토론했던 일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한가선ㅣ
청년분과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이 배우고 담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토론한 내용이 정책안으로 건의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어요. 다만 상임위와 각 지역의 청년들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김지원ㅣ
코로나19로 기존에 했던 활동들을 하지 못하게 된 점이 아쉽긴 하지만 지난 1년이 저에게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남북관계나 통일 이야기를 같이 하고 MBC ‘통일전망대’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신동석ㅣ
저는 4기수째 자문위원 활동을 하는데, 이번에는 서울지역회의 청년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습니다. 한가선 위원님 말씀처럼 그동안 지역과 상임위 간에 역할이 나뉘고 동떨어져 활동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전국단위 청년사업으로 기획한 한반도 평화원정대를 추진한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로 묶이지 않는 청년, 다양성 존중해야
Q. 실생활에서 느끼는 청년들의 평화통일 인식은?
김지원ㅣ
제 친구들을 보면 평화통일이라는 주제를 굳이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처럼 북한을 마주할 수 있는 접점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한가선ㅣ
주변에 평화나 통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청년 중 생각보다 ‘두 국가여도 괜찮다’는 여론이 많아요. 남북이 꼭 통일하지 않아도 서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교류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반대로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절대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신동석ㅣ
민주평통에서 정의한 청년 기준이 45세까지인데, 같은 청년이라고 해도 20대, 30대, 40대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해요. 저만 해도 통일은 당연한 것이라고 교육을 받았는데, 민주평통 들어와서 다른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로 ‘굳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청년의 시각’이라는 것으로 각 세대의 청년을 하나로 묶기에는 생각이 너무나 다양하더라고요.
송윤호ㅣ
저는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데, 요즘은 소비자의 행동에 따라서 사람의 특성을 추출하기가 어려워요. 아이돌 노래를 듣는 60대가 있고, 80년대 노래를 듣는 10대, 20대가 있거든요. 취향, 성향, 가치관을 한 세대로 묶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이 요즘의 청년이에요. 세대를 떠나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Q. 평화통일분야에서 각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한가선ㅣ
저는 남북 출신 청년들의 관계를 쌓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혹시 ‘사사끼’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도 북한이탈주민들과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북한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하는 카드게임이에요. 새로운 북한 출신 친구를 만날 때 이 게임을 하면 빨리 친해질 수 있어서 사사끼 동호회도 만들었어요. 사사끼 외에도 영화나 음식 같은 요소를 활용해 문화적 교류를 하고 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친구가 되는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신동석ㅣ
서울지역회의 청년위원장으로서는 청년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밖에서는 제가 민주평통 자문위원임을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이런 식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저의 가장 주된 역할인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오늘 인형을 하나 들고 왔는데요. 지난해 워싱턴에서 열린 청년위원 컨퍼런스에서 청년들이 만든 민주평통 청년사업 캐릭터입니다. 호랑이와 까치를 모티브로 해서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것은 멀리 보내고 평화통일이라는 좋은 소식을 가져오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가칭으로 ‘호이 까심이’라고 부르는데, 좋은 이름을 지어주시면 앞으로 더 많은 분께 친근하게 다가가 평화통일을 홍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지원ㅣ
저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데 친구들 중에서 남북관계를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부터라도 기회가 있으면 남북관계나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친구들에게 계속 질문하고 생각을 들으려고 해요. 사실 저는 아직 모르는 게 더 많기 때문에 어떤 활동을 한다기보다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송윤호ㅣ
요즘 사람들이 가치관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필요성이에요. ‘이걸 왜 해야 돼? 하면 뭐가 좋은데?’라는 논리죠. 이제는 한민족이니 뭉쳐야 한다는 논리보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 정치·경제적으로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부딪히는 벽을 넘는 데 남북 통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어떻게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이끌어줄 것인가가 더 중요한 논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 부분에서 지역 청년들과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 이끌어야 할 미래의 세대가 아닌 현재의 주인공
Q. 청년이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청년기본법」이 시행됐는데, 평화통일분야에서 청년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조건은?
신동석ㅣ
청년이 성장하려면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당장 민주평통 사무처도 그렇고, 지자체장들은 대부분 청년을 ‘미래세대’라고 이야기해요. 미래세대라는 말은 현재의 주인공은 아니라는 거잖아요. 청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청년을 보호하고 이끌어 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한가선ㅣ
청년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능동성’, ‘주체성’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가 정장을 입을 때는 바르게 앉게 되잖아요. 옷만 바꿔도 자세와 태도와 마음가짐이 달라지는데, 자리가 주어지면 어떻겠어요? 청년들에게 자리가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생기고 능동성이 살아날 텐데, 청년은 항상 주변화되어 있어요. 자리는 내어주지 않으면서 청년의 역할 확대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송윤호ㅣ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 남북관계가 해빙되면서 지자체마다 통일 관련 정책을 쏟아냈는데, 그 과정에서 청년의 이야기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통일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청년들이 의견을 내고 결정하는 주체에 들어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청년기본법」의 가치를 살리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청년정책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동석ㅣ
19기 민주평통 주요 사업인 2032 올림픽 특위에도 45세 이하 청년은 한 명도 없어요. 2032년이면 12년 후인데, 그때는 지금의 청년 대부분이 청년이 아니게 돼요. 청년에게 자리를 나누고 역할을 주는 일을 민주평통부터 앞장서면 좋겠어요. 일단 맡기면 청년들은 기가 막히게 해내거든요.
김지원ㅣ
좀 뻔한 이야기인데 결국은 교육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평화통일과 관련된 그림 그리기 대회나 글짓기 대회가 많았는데 최근엔 없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 평화통일 교육이나 행사가 많아져야 평화통일을 생각할 수 있어요. 초등학생은 게임 같은 쉬운 소재로, 중고등학생들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서 평화통일을 가까이 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민주평통, 2030 비율 더 늘리고 다양한 플랫폼 만들었으면
Q. 청년의 참여와 역할 확대를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은?
신동석ㅣ
청년자문위원의 비율이 현재 30%까지 높아졌는데, 청년들이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20~30대의 비율이 실제로 높아져야 합니다. 물론 저 같은 40대 청년위원은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음 기수에서는 연령 배분을 조금 더 고민해 주면 좋겠습니다.
김지원ㅣ
제가 처음 협의회에서 활동할 때 도저히 참여할 수 없는 시간에 회의를 잡아서 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청년의 참여를 늘리려면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줘야 해요. 일단 모일 수 있어야 청년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가선ㅣ
「청년기본법」에서 청년을 만 34세로 정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기회가 없었던 대학생이나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상임위나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민주평통도 그 방향으로 맞춰 가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저는 이번에 민주평통 활동을 하면서 놀랐던 게 위원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수 없더라고요. 청년들은 온라인이 더 익숙하고 편하잖아요. 민주평통에 참여하는 다양한 구성원을 고려한 플랫폼과 활동 방식을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송윤호ㅣ
저는 상임위가 됐든 지역이 됐든 청년들의 열정과 노력을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쓰도록 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정해진 예산에 맞는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그런 것보다 민주평통의 활동 방향이나 플랫폼의 변화를 고민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또 청년의 나이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사실 이 기준은 지역에서는 무의미해요. 인구 중 청년의 비율 자체가 5%도 되지 않는 곳이 많거든요. 나이의 기준은 각 단체나 지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청년 네 명이 나왔지만 저희가 모든 청년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건 아닌 만큼, 앞으로 더 많고, 더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민주평통이 되면 좋겠습니다.
+ Epilogue_“청년에게 평화통일은 ○○이다!”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
김지원ㅣ
통일을 이루는 과정을 농사에 비유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저는 그 과정에서 통일 씨앗 하나 정도는 뿌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등산”
송윤호ㅣ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고, 올라갈 때는 정말 힘들죠.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져요. 저는 청년으로서, 기업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하며 평화통일이라는 등산로를 받치는 단단한 계단이 되겠습니다.
“새로운 기억을 쌓는 일”
한가선ㅣ
청년은 아픈 기억과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분들의 기억을 전환하고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또 남북교류도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남북을 잇는 거대한 그물을 만드는 매듭이 되고 싶어요.
“선택이 아닌 필수”
신동석ㅣ
평화통일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저는 청년과 기성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며 한반도 평화원정대 같은 활동을 통해 평화통일분야에서 청년들의 활동과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