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바이든 정부의 미국, 어디로 갈까
미국의 패권 회복은
성공할 것인가?
2020년 미국 대선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백인-트럼프’ 우선주의로 미국 민주주의와 패권의 기존 문법을 파괴해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경제, 인종위기라는 삼중위기 속에서 치러진 11월 3일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 정부가 탄생했다.
바이든은 후보지명 수락연설과 대선 승리 연설에서 공통적으로 보건, 경제, 인종, 그리고 기후변화의 4대 과제 해결 및 미국의 통합에 진력할 것임을 밝혔고, 오바마 시절의 외교·안보 엘리트 중심의 조각을 발표하면서 미국 리더십의 회복(America is back)을 선포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민주주의와 패권의 회복에 성공할 것인가?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심각하고 미국의 능력을 제한하는 세계자본주의체제의 위기와 중국의 부상 등 국제환경의 변화도 심대하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 동맹 이익 위한 바이든의 해법은?
트럼프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위기의 산물이자 그 촉진자였다.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적 민족주의와 일방주의의 결합으로, 이는 냉전 종언 이후 미국의 패권 엘리트들이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 지구화로 인한 전통적 제조업의 쇠퇴, 중산층의 붕괴와 경제적 양극화가 배태한 것이었다. 백인 인구의 감소와 이민의 증가, 그리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에 대한 인종주의적 반감이 증폭시킨 사회문화적 정체성의 위기는 배외주의와 백인 민족주의가 결합된 ‘백인 우선주의’로 발전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출생지를 문제 삼으며 유명인에서 정치인으로 발돋움했고 경선과정에서 국경 장벽 건설과 반-이민/난민 정책으로 주류의 비판과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기성 정치질서의 기능 부전과 정치적 양극화는 기존체계 전반이 왜곡(Rigged)되었으며 잊힌 민중을 대변하여 체제를 개혁할 인물은 자신뿐이라고 주장하는 권위주의적 민중주의로서 ‘트럼프 우선주의’의 토대였다.
1) 이혜정, 『냉전 이후 미국 패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전쟁의 변주』 (한울아카데미, 2017), 제7장.
이번 대선은 실제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찬반 투표였고, 그 결과는 미국의 주류와 민주당이 고대했던 트럼프에 대한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분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자유무역협정과 동맹, 다자주의를 비판하고 파괴하였으며,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대한 관용적 태도와 인종적 정의를 주장하는 세력을 비판하는 ‘백인 우선주의’로 미국사회의 정체성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트럼프 우선주의’로 공화당을 사당화하고 사적 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외정책을 활용했다는 중차대한 이유로 제기된 탄핵마저 가볍게 제압하고는 결국은 대선불복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의 평화적 이양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마비시켰다. 민주, 공화 양당이 최대로 지지층을 동원하는 데 성공한 이번 대선에서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오히려 늘었다. 공화당은 상원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며 하원에서도 의석을 늘렸고 주정부 선거에서도 기존의 우위를 지켜냈다. 민의의 분명한 위임도 정치권력의 재편도 없는 것이다. 트럼프는 퇴임 이후에도 계속 공화당을 지배할 전망이고, 트럼프 반대로 뭉쳤던 민주당의 중도와 진보는 불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코로나19, 경제, 인종, 기후변화는 모두 민주, 공화 양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쟁점들로, 바이든이 소환하고 있는 미국의 통합과 영혼의 회복 등은 오바마 시절의 아름다운 수사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패권이 미국(인)의 이익이자 동시에 동맹과 국제사회의 이익이라는 ‘이익조화’의 원칙 혹은 ‘신화’를 깨뜨려버렸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동맹, 다자주의의 회복을 주창하는 것과 이들 목표를 실제 실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트럼프의 도전에 직면하여 미국의 주류 패권 엘리트들은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병폐를 일정하게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성과 함께 소련의 위협을 대체할 새로운 패권의 정당화 논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도출했다. 전자에 대한 해법이 중산층의 이익에 대한 고려라면, 후자에 대한 해법은 중국 위협론에 근거하여 기존의 대중 관여 정책을 강경하게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역시 미국 중산층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과 함께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신냉전-대결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비확산과 기후변화 등에서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전략적 경쟁은 강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 이혜정, “단극의 환상과 현실: 탈냉전기 미국 대전략의 진화,” 『한국과 국제정치』 제36권 제1호(2020), pp. 37-79.
미국 패권의 대내외적 이익조화의 차원에서 보면, 바이든 정부의 최대 과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내적으로는 중산층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을 일정하게 견제하면서 동맹과의 경제적 연계와 이익은 강화하는 방향이 예상된다.
문제는 과연 이런 해법이 존재하는지, 또 존재한다고 해도 바이든 정부가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미국의 중산층 재건을 위한 제조업 지원과 국산품 우선 조달 등 산업정책은 미국이 비판하는 중국의 산업정책과 얼마나 다른가? 전략적 경쟁-협력 이원론은 트럼프의 신냉전-대결정책이 중국과 경제적 상호의존으로 얽혀 있는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중국과의 전면적인 탈동조화(De-coupling)를 압박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과연 효과적인 반중 혹은 중국 견제 연합(with and for allies and partners)의 결성을 위해서 미국이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제시할 기술적, 경제적 대안은 있는가?
3) https://www.cnas.org/publications/reports/rising-to-the-china-challenge
2017년 1월 17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연합
편승 아닌 상호 호혜적인 동맹으로 재구성 필요
관건은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대안 마련이다. 한때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첨병이었던 IMF는 지난 10월 연례총회를 계기로 ‘새로운 브레턴우즈의 순간’이라는 기치 아래 경제적 불평등과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모델과 그를 위한 국제경제 거버넌스의 창출을 주창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대선이 실시되고 트럼프의 불복으로 정권교체가 지체되는 동안, 중국은 ‘쌍순환’과 기술자립, 군사력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개발계획을 확정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했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참여 가능성까지 시사하였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중산층과 전 세계의 중산층이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는 ‘묘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적어도 지역에서 중국의 역할과 지위를 일정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은 민주주의 수사와 군사력을 통한 대중 압박에 집중될 것이고,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은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4) https://www.imf.org/en/News/Articles/2020/10/15/sp101520-a-new-bretton-woods-moment
그리고 국제 공공재(Public Goods)는 고사하고 동맹들을 위한 클럽재(Club Goods)를 제공할 미국의 의지와 능력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전면적으로 편승하는 것은 한국 외교의 선택지가 아니다. 새로운 전략 환경에서 공동의 문제, 이익, 가치에 따라 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한국의 동맹 정책이어야 한다.
이 혜 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