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02020.12

통일칼럼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2021년을 준비해야

벌써 경자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맘때면 늘 하는 말이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다’이다. 정말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름에는 최장의 장마와 집중호우로 한반도가 물바다가 되어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적 손실을 보았으며 경제적·정신적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여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과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고,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인도적 제안에도 거부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9월에는 서해 어업지도원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정부의 평화프로세스 가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노력과 정책의 추동력을 약화시켰다.

2021년 신축년 새해의 한반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조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북·미 관계는 이전과 다른 국면이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후보 시절에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없이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조건부 정상회담’의 입장을 보였다. 11월 4일 당선인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과 경기회복, 인종평등, 기후변화의 4개 현안이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 혹은 ‘재설정(reset) 2.0’으로 평가될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추진할지도 모른다. 또한 새로운 내각 구성과 국내 현안 우선 해결 등을 위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책 조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단기적으로는 내년 1월의 북한 신년사와 제8차 당 대회 발표 내용, 그리고 3월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시행 여부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북핵 협상, 한미동맹 등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게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미국에게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기존 합의를 무시하는 ABT(Anything But Trump) 정책이 나오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운전자 역할을 재가동해야 한다.

2021년은 흰 소띠의 해로, 소는 끈기와 책임감이 강해 신뢰감을 주는 동물의 상징이다. 남북관계와 북핵 협상은 단기간 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다소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2021년 한반도 정세에서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긴 호흡으로 인내심을 갖고 착실히 준비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온 국민이 긍정의 힘을 믿고 어제보다 좋은 내일을 꿈꾸며 건강하고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홍 순 직 한라대학교 경영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