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평통, 나아갈 길
北 긴장 유발 전략에
통일 비관론·회의론 대응책 강구해야
사회 :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
대담 : 홍승표 경기부의장, 권애영 여성부의장, 김도연 서울 강남구협의회장, 차두현 기획·조정분과위원장, 조은비 청년 자문위원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 도발과 장기전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한반도 통일·대북정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 준비’라는 활동 목표 아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2023년 한 해 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2024년 새로운 통일 에너지를 결집하고 바른 통일 담론을 확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신년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 사회로 홍승표 경기부의장과 권애영 여성부의장, 김도연 서울 강남구협의회장, 차두현 기획·조정분과위원장, 조은비 청년 자문위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평통,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신년 대담을 사회를 맡아 진행한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
김 교수는 민주평통 기관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수 | 2023년 9월 제21기 민주평통이 출범한 지 4개월이 흘렀다. 자문위원 활동이 어떤 변화와 영향을 끼쳤나.
홍승표 | 공직 생활을 40년 넘게 해왔고, 2017년 말 공기업에서 은퇴했다. 그동안 국민이 낸 세금을 받으며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봉사하며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민주평통 운영위원으로 추천돼 부의장이라는 직책까지 맡게 됐다. 영광스러운 한편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람이 일을 하면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봉사를 하면 그 대가로 무엇을 받게 될까. 나는 그것이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물이란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존경과 사랑이다. 그런 점에서 2023년은 나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1400만 경기 도민에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유, 민주, 평화,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시·군협의회장과 함께 중지를 모아 경기도가 자유, 민주, 평화, 통일의 첨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이다.
운동화 신고 열심히 뛴 2023년
권애영 | 민주평통 14기에 이어 15기 때도 상임위원 여성분과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내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문제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걸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6400여 명의 여성 자문위원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여성 부의장으로 임명된 날을 기점으로 신발을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임기 동안 열심히 뛰어다니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4개월 동안 이북5도를 포함한 전국 18개 지역회의 행사는 물론이고 지역협의회 분과위원회 행사 대부분을 참석했다. 축사만 건네고 돌아오지 않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처럼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더니, 요즘 여성운영위원회 내부에선 긍정적인 긴장감이 피어나고 있다.
김도연 | 서울 강남구에 한의원을 개업한 때가 1997년이다. 지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단체장을 맡게 됐다. 그 인연으로 민주평통 강남구협의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사회복지위원장, 지회장, 상임위원, 강남구협의회 고문을 거쳐 이번에는 강남구협의회장에 취임하게 됐다. 그간의 실무 경험을 살려 강남구협의회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보려고 한다.
홍승표 경기부의장은 “31개 시·군 출범식에 직접 참석하며 침체된
민주평통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앞장섰다”고 말했다.
차두현 |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이번에는 기획·조정분과위원장을 맡아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남북통일을 추구한다. 사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다양성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다양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일관성 있는 태도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4개월간의 활동을 통해 이것을 경험해봤다는 점에서 2023년은 나에게 무척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조은비 | 17살 때 북한 인권 콘퍼런스에 참석한 일을 계기로 평화통일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됐다. 이후 10년이 흘러 27살이 됐다. 2023년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요즘 교육 봉사를 통해 탈북민 청소년들과 만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도, 사회적 혜택도 아닌 교육 지원이라고 한다. 교육 봉사를 통해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지지해주고 싶다.
자유민주주의 통일 확신 흔들리지 않아야
김영수 | 민주평통의 핵심 활동은 정책 건의다. 정책 건의는 외교와 안보, 정세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2023년 한반도 정세를 평가해달라.
차두현 | 제21기 민주평통이 출범하던 2023년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원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결국 남북 대화 통로가 완전히 단절됐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하고 있으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를 내고 있지 않다.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의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 공동 공조를 약속했으나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권애영 여성부의장은 “북한이탈주민을 이사 온 주민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지역사회 통일 담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통일은 이념 관계없이 지속돼야 하는 일
김영수 | 기획·조정분과위원회는 국제 정세 진단을 바탕으로 분기별로 정책 건의 대주제를 선정한다. 2023년 하반기에는 어떤 주제를 선정했고, 어떤 정책 건의 방향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차두현 | 남북 분단 70여 년 동안 통일은 우리의 일관된 목표였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느냐는 것이다. 남과 북 사이에 차이가 현격히 벌어진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 전체주의 체제에서 비롯된다. 국민 대다수가 한반도 통일 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북한을 정치적으로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며 마음 놓고 얘기하기 꺼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도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더군다나 2024년 한반도 대내외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러 밀착이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을 향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강대국 간 전략 경쟁으로 야기된 갈등이 첨예하게 치닫지 않게 하자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끼리 협력을 도모하거나 물밑에서 이뤄지는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우리가 남북통일 및 대북정책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일관된 지원을 얻기 어려움을 방증한다. 그렇기에 제21기 민주평통자문회의가 출범할 때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 역할 강화를 강조한 것이다. 정책 건의 방향 또한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에 중점을 뒀다.
김도연 서울 강남구협의회장은 “주한미군 안보연합, 미 대사관
직원들 과의 교류, 일본 동북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한·미·일 공동번영,
평화통일로 자유평화통일’이라는
강남구협의회의 슬로건을 실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영수 | 제21기 민주평통 자문위원 출범 이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나.
홍승표 | 9월 6일 경기지역 출범대회를 시작으로 31개 시·군 출범식에 직접 참석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애썼다. 민주평통 활동에 대한 자문위원들의 확고한 의지를 북돋는 한편, 시민들의 통일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하는 차원에서 출범식에 특강을 곁들여 진행했다. 자문위원들이 위촉장을 받은 뒤 활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들이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민주평통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 일부 시·군이 민주평통 지역 활동 예산을 삭감해 활동에 어려움이 크다. 기관장을 만나 평화통일은 이념과 관계없이 이뤄져야 하는 일이기에 예산을 줄이면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민주평통 지역의 예산이 다시 채워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권애영 | 여성부의장으로 임명된 뒤 가장 애쓰고 있는 부분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관련 단체들과 민주평통 여성 및 청년을 연결하는 것이다. 또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가정 여성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이북5도, 강원, 경기 등 접경지역은 물론 울산까지 지역 내 여성위원회 행사를 돌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흐르면 지역 내 여성의 역할과 참여가 다소 흐지부지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2년간의 임기를 통해 여성의 활동과 교육을 강조하며 여성의 역할을 강화해나가고자 한다.
김도연 | 서울 강남구협의회는 390여 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지역협의회다. 그런 만큼 각별히 준비하는 것이 자문위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대통령에게 통일 관련 자문을 건의하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미·일 공동 번영, 평화통일로 자유·평화·통일’이라는 강남구협의회의 슬로건에 발맞춰 청소년 통일 교육, 주한미군 안보연합, 미 대사관 직원들과의 교류를 추진한다. 일본 동북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문화 교류를 통한 민간 분야 한일 우호 증진 사업, 재일 동포와의 통일 공감 강연회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 한일 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강남구협의회장 취임 이후 강남구청장, 강남구의회 의장을 만나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한 끝에 2024년 강남구협의회의 예산을 기존 7000만 원에서 1억3000만 원으로 증액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남구의 예산이 1000억 원 이상 결손이 있는 상황에서도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강남구가 강남구협의회 자문위원의 다양한 활동 전개를 위해 환경을 개선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미래 세대 통일 교육, 탈북민 교육 지원 중점
조은비 | 청년들도 통일의 긍정적 효과를 인지하고 있으며 당위성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 이후 발생하게 될 경제적 부담과 부작용을 염려하는 여론이 큰 것이 사실이다. 청년 세대는 북한 주민과 친밀함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데다 통일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생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청년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고 통일을 미래 가치로 여기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청년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통일 비용과 경제적 부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면 초기 10년 동안에는 경제적 부담 비용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전쟁 위협과 분단 비용이 사라지고 국토가 확대되며 인구 및 시장 통합에 따른 경제 활용, 지리적 입지 변화 등 항구적 편익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것을 대한민국 청년에게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 통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통일이 가져다줄 무한대의 편익을 홍보한다면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청년 세대도 통일의 소망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 청년 자문위원들이 앞장서서 소셜미디어(SNS)와 캠페인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 인식을 개선해 나가겠다.
차두현 기획·조정분과위원장은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에 북한이 대남 전략이나 대외 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꾸려고 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수 | 제21기 민주평통은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 준비’를 활동 목표로 삼고 있다. 각자의 활동 분야와 직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홍승표 | 2024년 경기지역회의 목표는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한 통일 교육이다. 경기도교육청과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가 MOU를 체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래 세대 통일 교육을 위해 임태희 교육감 및 간부들과 31개 시·군협의회장이 힘을 모으기로 협의했다.
北 한반도 긴장 유발 전략에 대응책 강구해야
권애영 | 여성 자문위원이 가진 기발하고 섬세하며 독특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활용해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역을 돌아다녀보니 다문화가정과 탈북민이 분리돼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들을 이사 온 이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여성 자문위원을 지역 가이드로 활용해볼 생각이다. 또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일대일 영어 및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김도연 | 2024년 강남구협의회 역점 사업은 북한 문화 알아가기다. 통일을 준비하려면 북한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교류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은비 청년 자문위원은 “통일 교육 우수 사례를 발굴해 전국에 널리 알려
통일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은비 | 민주평화 통일은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기에 모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자발적으로 찾아 움직여야 할 것이다. 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평화통일 교육에 관심이 많다. 2022년 교육부와 통일부가 공동으로 주관해 학생과 교사가 북한과 통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교사의 90% 이상이 학교에서 ‘통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통일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의 비율은 50% 미만으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2024년에는 국내 통일 교육 우수 사례를 발굴해 언론에 홍보하고 싶다. 통일 교육 우수 사례가 전국에 널리 알려지면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또 통일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인터뷰로 담아 통일 교육의 중요성도 전파하고 싶다.
김영수 | 2024년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를 바탕으로 민주평통은 어떻게 활동 방향을 잡아야 할까.
차두현 |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에 북한이 대남 전략이나 대외 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꾸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2017년 상황이 아닐까 싶다. 당시 북한의 무력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확 높아졌고, 때마침 미국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가 집권하자 북한이 대화로 전환하는 전략을 취했다. 북한의 전적을 고려할 때 2024년에는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유발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엄중해지면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흔들릴 수 있다. 민주평통이 통일 비관론이나 회의론이 대두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강구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