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72024.1.

지난해 11~12월 발사에 성공한 남북한 첫 군사정찰위성.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장면(왼쪽)과 북한 최초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장면.
(paceX 제공,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진단

남북한 군사적 우주 개발 경쟁 본격화

달 탐사 나선 대한민국 기술력 세계 6~7위
북한, 우주 개발에서 한국 추월 어려울 것

2023년 11~12월 남북한이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각각 성공했다. 남북 간 군사적 우주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 개발 관련 과학 기술은 군사적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만큼 국방력과도 직결된다. 과연 북한은 우리의 기술력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한국은 2023년 12월 2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반덴버그(Vandenberg)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Space)X의 발사체인 ‘팰컨(Falcon)9’을 이용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고도 400~600km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인 한국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한반도와 주변지역에 대한 전천후 영상정보 수집 등이 주요 임무인데, 탑재된 전자광학(EO: Electro-optic) 및 적외선(IR: Infrared) 장비로 촬영한 영상의 해상도는 0.3m급으로 세계 5위 이내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된 지 78분 만에 지상과의 교신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앞으로 수개월 정도 운용시험평가를 거친 뒤 2024년 상반기에 전력화될 예정이며, 한국은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 합성 개구 레이더) 등을 탑재한 4기를 추가로 발사해 총 5기의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함으로써 북한의 특정 지점을 2시간마다 독자적으로 감시·정찰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즉 킬 체인(Kill-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대량응징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역량이 크게 신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23년 11월 21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천리마-1형’을 이용해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설계를 완성한 군사정찰위성을 가까운 기간 내에 운용해 정찰정보 수집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시한 이후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에 잰걸음을 보여왔다.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한 지 1년여 뒤인 2022년 2월 27일과 같은 해 3월 5일 군사정찰위성 개발과 관련한 ‘중요 시험’을 각각 진행했으며, 2022년 12월 18일에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진행하고,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주 개발 과학기술의 ‘이중용도적’ 특성
북한은 2023년 5월 31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천리마-1형에 만리경-1호를 탑재해 처음으로 쏘아 올렸으나 2단 엔진이 제대로 점화되지 않으며 서해에 추락했고, 8월 24일에는 동일한 위성을 동일한 미사일에 탑재해 2차 발사를 시도했으나 3단 비행 중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군당국 등이 서해에 추락한 천리마-1형과 만리경-1호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은 약 3m급 해상도를 갖는 장치 등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21일 발사된 만리경-1호는 발사 당일 궤도에 진입한 뒤 10여 일의 ‘세밀 조종’ 기간을 거쳐 2023년 12월 2일부터 임무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남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은 남북 간 군사적 우주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남북한의 우주 개발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기에 앞서 우주 개발과 관련한 과학기술이 갖는 이중용도(Dual-use)적 특성, 즉 우주 개발과 관련한 과학기술이 군사적 목적과 비군사적(민간용) 목적에 모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공위성을 우주로 운반하는 우주 발사체는 무기체계인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고, 기상 관측 등을 위해 발사된 민간용 인공위성 역시 군사적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022년 8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달궤도선인 다누리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 1989년 10월 10일 한국기계연구소 부설로 항공우주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우주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1993년 6월 4일 서해안에 위치한 안흥시험장에서 한국과학관측로켓(KSR: Korea Sounding Rocket)-Ⅰ 발사에 성공했는데, 주요 임무는 한반도 상공의 오존량 측정 등이었다. 또한 1994년 다목적 실용 위성인 ‘아리랑위성’ 개발 사업을 결정한 뒤 1999년 12월 21일 첫 인공위성인 아리랑위성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한국은 우주 개발에 필요한 우주 발사체 및 인공위성 관련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KSR-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KSR-Ⅱ·Ⅲ, 한국형 발사체(KSLV: Korea Space Launch Vehicle)-Ⅰ호인 나로호와 KSLV-Ⅱ호인 누리호 등의 개발을 완료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또한 아리랑위성 1호를 비롯해 아리랑위성 2·3·3A·5호 등 다목적 실용 위성, 차세대 중형 위성 1호, 천리안 1·2A·2B와 같은 공공 정지궤도 위성을 우주로 보냈다.

남북 우주 개발 경쟁 더욱 가속화 예상
특히 한국은 2022년 8월 5일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 발사에 성공했다. 2022년 12월 26일 달 상공 100km 원 궤도인 임무 궤도에 진입해 2023년 1~2월 달 표면 촬영에 성공한 다누리는 2025년 말까지 우주 탐사 기술 확보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북한은 우주 개발 관련 기술의 이중용도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우주 개발에 적극 적용했다. 북한은 1980년대를 거치며 축적한 스커드(Scud) 미사일의 액체 연료 엔진 관련 기술 등을 기반으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해나갔는데, 1998년 8월 31일 대포동-1호(북한명: 백두산-1호)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첫 인공위성인 ‘광명성-1호’를 우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11년이 지난 2009년 4월 5일 북한은 ‘광명성-2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2호’를,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3호’를 실은 ‘은하-3호’를, 2016년 2월 7일 ‘광명성-4호’를 탑재한 ‘광명성’을 각각 쏘아 올렸는데, 은하-2·3호와 광명성 로켓은 모두 대포동-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된다. 북한은 만리경-1호를 포함해 지금까지 발사한 5기의 인공위성이 모두 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지만, 광명성-1·2호는 발사 당시부터 관측되지 않았고, 광명성-3·4호는 수명을 마치고 2023년 지구로 낙하해 소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하면, 2023년 12월 현재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북한의 위성은 만리경-1호 단 1기에 불과한 것이다.

앞으로 남북한은 더 많은 우주 발사체와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우주 개발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은 2027년까지 액체 연료 엔진을 장착한 누리호를 반복 발사하며 누리호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2022~2023년 시험 발사에 잇달아 성공한 고체 연료 엔진(1~3단, 4단은 액체 연료 엔진) 장착 우주 발사체도 적극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25일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4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정찰위성 운용 준비상태를 점검하고
24일에 촬영한 항공우주사진들을 봤다”고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와 함께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5년까지 군사정찰위성 4기 추가 발사를 비롯해 2025~2027년 사이에 다목적 실용 위성인 아리랑위성 6·7·7A호, 차세대 중형 위성 2호, 공공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 3호 등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누리호 후속으로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실어 보낼 예정이다.

북한 역시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계속해서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 발사 성공 당일, 북한에서 우주 개발 관련 정책을 관장하는 것으로 보이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 개의 정찰 위성을 추가로 발사하여 남조선 지역과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 능력을 계속 확보해나갈 계획을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12월 1일 개최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17차 정치국 회의에서 2023년 노동당 및 국가 정책 추진 상황을 평가하고 2024년 주요 정책 추진 방향 등을 토의·결정하기 위한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12월 하순’ 소집한다고 결정했다. 이로 미뤄 북한은 2023년 12월 하순 개최된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관련한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액체 연료 엔진 기술’ 세계 7번째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 1980년대 말부터,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우주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고, 2023년 말에는 군사적 목적에서 우주 개발 경쟁을 본격화했다. 한국이 누리호에 장착한 75t급 이상 중대형 액체 연료 엔진 기술은 세계에서 7번째로 확보한 것이며, 특히 인공위성 개발 기술력은 세계 6~7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우주 기술 강국의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달 탐사도 시작했다.

반면 북한은 우주 개발뿐 아니라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활용하기 위해 액체 연료 엔진과 고체 연료 엔진 추력 증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만리경-1호의 성능 분석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인공위성 관련 기술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주 개발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과학기술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은 한국을 앞서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장 철 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