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인공지능(AI)은 통일을 모른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시대다. 2023년을 관통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단연 AI다. 미국은 AI 스타트업에 압도적인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중국과 영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관심이 즉각적인 대규모 투자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맥킨지가 1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90%가 AI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의미 있는 투자를 진행한 경우는 17%에 불과했으며, 이들조차도 단 2%만이 실제 가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투자하기에는 즉각적인 생산성 향상이나 수익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고 해도 AI는 결국 AI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없다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 가치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글이 일군 검색 엔진 시대에는 ‘키워드’가 최고의 상품이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적실한 키워드가 필요했다. 페이스북이 일군 소셜미디어 시대는 ‘관계’가 최고의 상품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는지가 곧 파워였다. AI 시대는 기계와의 ‘대화 기술’이 최고의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ChatGPT는 인간과 대화를 한다. ‘통일이 무엇인가요?’, ‘AI가 통일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라고 물으면 거기에 맞는 답을 제시한다. ChatGPT와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천재적인 사람과 대화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연어 생성 작업에 맞게 모델을 미세 조정해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한 결과다. 학습 데이터가 많지 않으면 적실한 답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 문제도 그중 하나다. 같은 질문을 한국어 기반의 AI에게 물어보는 것과 영어 기반의 AI에게 물어보는 것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데이터의 편향으로 생기는 한계도 있다. 제한된 정보, 편향된 정보를 가진 AI를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AI 시대의 핵심이 ‘대화의 기술’이 되는 이유도 바로 ‘어떻게 질문하고, 어떻게 물어보아야 하는지’를 통해 AI의 활용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AI 윤리 및 신뢰성 이슈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공공 부문 AI 도입 및 확산을 위한 신뢰 기반 조성 지원 정책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다. 공공 부문 AI 구축을 위한 데이터 세트 구축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2017년부터 AI 데이터를 검색하고 내려받을 수 있는 ‘AI-Hub’ 구축사업을 해 왔다. AI 개발을 희망하는 기업과 대학교,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데이터 세트 처리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 자원도 지원하고 있다. 통일 분야에서도 AI 시대를 대비해 검증된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넘치는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 속에 신뢰할 수 있는 통일 AI 개발에 나서야 할 때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전 영 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