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12021.01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의 사회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담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정세현, 왕선택, 이인영)

특별대담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이인영 통일부 장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회의 시간

남북관계 복원하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 북·미 연결해야


다사다난했던 2020년 한 해가 저물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치고 힘든 해였다. 코로나19의 위기에 더해 북·미관 계와 남북관계가 교착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멈췄다.
2021년 새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회의 시간이 오고 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멈춰 있는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을까.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만나 그 해법을 모색했다. 대담은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의 사회로 12월 23일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됐다.

“두분은 2020년 한 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중단의 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2020년은 북한식 표현을 빌리면 남북관계의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6월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는 4·27 판문점선언 합의사항이고, 여기에는 접경지역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특히 대북전단은 북한 체제에 굉장히 민감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이것을 합의 파기를 넘어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4·27 합의의 상징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식으로 반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있고 6개월이 지난 12월 14일 국회 에서 대북전단 살포 규제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우리가 성의를 보인 만큼 이제는 북한도 당국대화에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이인영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대화가 멈췄고 싱가포르 합의도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과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미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촉진하는 기능을 했어야 했는데 이조차도 어려웠습니다.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남북합의가 유효하고 이행을 위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음에도 북한은 한국의 역할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협상 전략,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인영 “바이든 시기,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기회의 시간 될 수 있어”
정세현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하면서, 3월 한미연합훈련 유연하게 접근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기의 북핵협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이어갈 것으로 보십니까?"
이인영
바이든 시대는 트럼프 시대 못지않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고 봅니다. 먼저 바이든 당선자가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 정책의 철학적·정책적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고, 후보자 시절 언급을 보면 트럼프 시기보다 더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지게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능력을 감소 시키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했고, 북핵 문제에 단계적·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에도 다소 유연하게 접근하면서 이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하려 하는 등 우리의 전략과 일치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북·미관계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가진전되려면 인도주의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하는데, 바이든 당선자는 인도적 협력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이런 측면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 시기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동맹을 중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정세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대북정책이 수립되기 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간이 중요 합니다. 이 기간에 북·미가 연결되도록 우리가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는데, 북한은 다시 그때처럼 하고 싶을 겁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시간적으로 보면 2021년 하반기 이후에야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북한이 한국을 통해서 북·미관계 개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그전 부터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워싱턴을 가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겠 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3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2017년 12월에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미국과 협의한다는 메시지를 냈는데, 이번에도 그런 메시지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협력이 중요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동맹을 존중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한미협력을 더 강화 해야 합니다.

북한의 전략은 무엇이며,
남북관계 물꼬 어떻게 틀까

정세현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 예상, 북한이 움직일수 있는 공간 만들어줘야”
이인영 “남북은 하늘, 바다, 땅으로 연결된 생명공동체, 감염병에 대한 공동대응 준비”



“북한이 2021년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까?”
이인영
2021년 1월이 중요한데, 북한은 신년사에서 제8 차 당대회까지의 정치적 이벤트가 있고, 1월 20일에는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그 사이에 우리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메시지를 냅니다. 바로 남· 북·미 시계의 시침, 분침, 초침이 일치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서로를 자극하지 않고 긴장이 유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북한의 전략을 전망하면 미국에는 유보적이거나 유화적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크고, 우리정 부에는 보다 적극적인 접근을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개선이 불가피하게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과 코로나19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세현
북한은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사실상 실행되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했어요. 이번 8차 당 대회에서는 그것을 보완하는 경제발전전략을 당의 방침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노동신문을 보면 새로 지은 건물 꼭대기에 자력갱생과 일심단결을꼭 써 놓는데, 이는 8차 당대회 이후 정면돌파로 가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경제가 풀리겠습니까? 대외 정책도 지금 북한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코로나19가 문제입 니다. 북한은 지금 사실상 쇄국정책을 펴고 있고, 남쪽과 회담을 하려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울 겁니다. 최소한 대외관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도 백신을 맞을 수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이인영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국민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입니다. 국민을 위한 백신을 먼저 확보하고 치료제가 보급되면, 북한과의 코로나19 협력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남북은 하늘과 땅과 바다로 연결된 한반도생명안전공동체로, 코로나19 극복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한반도 공동체를 여는 출발입니다. 사람은 국경을 만들지만 감염병은 국경으로 통제되지 않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후 변화 등으로 불특정 시기에 지속적으로 반복 되기 때문에 감염병센터 등을 통한 공동대응까지 고민 해야 합니다. 북한이 전염병과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이 대한민국도 훨씬 더 안전해지는 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2021년 한반도의 시간
어떻게 만들까

정세현 “상반기가 절호의 기회, 미국의 대북정책 공백기를 남북관계 복원의 시간으로”
이인영 “정세변화의 변곡점, 남북이 함께 만나 남북의 시간 만들자”

“조건이 어려워도 현재의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하는 데, 2021년 한반도의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요?”
정세현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관계에서 실제 행동에 나서려면 이를 관리하는 동아태차관보를 선임해야 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립니다. 그 시간이 중요합니다. 잘하면 6년을 버티는 기초공사가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문재인 정부 하에서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남은시간이 길고 짧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보면 석양이 가까워질 때 일의 효과와 집중도가 높습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공백기에 있는 2021년 상반기가 바로 남북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미 간에 북한이 절실히 바라는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한이 기대를 갖도록 하면 대북제안에 호응해 올 것입니다. 이시간을 집중적으로 쓰면서 남북관계가 6~7년은 발전할수 있는 기틀을 다지면 불굴의 업적이 되는 겁니다. 불굴의 업적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인영
어떤 면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의 시간일 수 있습 니다. 상반기 중에 남북관계를 이전의 좋았던 관계로 복원시켜야 합니다. 남북은 이미 함께 갔던 길이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복원 자체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등 인도주의와 관련한 협력입니다.
대북제재와 핵문제라는 한계가 있지만, 작은 교역이라도 시작하면서 협력하는 모습을 우리 스스로 갖춰가야 합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남북 간의 본격적인 대화와 협력이 재개되고 규모 있는 협력들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간에 정책적 조율을 확실하게 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소통하면,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를 기반으로 진전되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도 한반도가 정세 변화의 변곡점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제는 무릎을 마주하고 흉금을 터놓고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지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너무 뒤로 미루지 말고, 8차 당 대회를 전후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희망하고 촉구합니다.

2021년 새해에는 남북관계의 복원을 희망합니다
남북협력으로 평화뉴딜의 기초를 만들어야합니다

정세현
남북관계가 복원되기를 절실하게 희망합니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워싱턴과 관계를 긴밀하게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미관계를 잘 풀어가는 모습이 관측되면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호응할 것입니다. 방법론 면에서는 대면회담이 어렵다면, 판문점에서 화상회담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전쟁 공포 없이 사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선 우리가 더 유연하게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인영
남북 간의 연락채널이 복원되어 대화와 협력의 길이 구체적으로 열렸으면 합니다. 연락채널이 복원돼야 코로나19 협력의 길, 군사분야 협력의 길이 열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평화뉴딜을 실현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복원과 북핵문제 해결로 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커지면, 평화뉴딜의 길도 열립니 다. 남북이 평화를 통해 공존·번영하는 꿈을 실현하는 2021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