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평화 ROAD
시나브로 찾아온 평화의 산물,
강릉 바다부채길과 커피 거리
강릉은 오랜 역사문화의 도시다. 중요무형문화재 13호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인 강릉단오제를 비롯하여, 고려시대 관청 건물이었던 객사문, 조선시대 관아였던 칠사당,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난 오죽헌, 조선시대 건축의 백미 선교장, 허균과 허난설헌 생가, 관동팔경의 절경 중 하나인 경포대가 있다.
강릉은 역사문화의 숨결뿐만 아니라 맛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초당순두부, 장칼국수, 소머리국밥, 닭강 정, 고로케, 교동짬뽕, 커피콩빵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 러진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멋과 맛에 더하여 참을 수 없는 매혹의 향기가 있으니 바로 커피 향이다.
커피거리 카페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한잔의 커피를 마셔도 좋고, 푸른 송림 숲에 호젓이 앉아 은은한 소나무 향과 어우러진 한잔의 커피를 마셔도 좋다. 어디를 선택하든 인생샷과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Scene. 1 평화, 해변 풍경을 바꾸다
태고적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안목항 커피 거리, 소나무 숲 사이 자리잡은 카페 등 강릉 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풍경은 사실 원래 강릉의 풍경은 아니었다. 지금은 핫한 관광지로 알려져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바다부채길은 2017년 이전까지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경계지역이었다. 강릉은 최전방과는 제법 거리가 있지만 해안선을 끼고 있고, 최북단 전투 비행장과 바로 아래 동해 해군1함대 사령부가 있는, 군사적으로 최전방에 버금가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6·25 전쟁도 다른 곳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울진·삼척 간첩 침투사건도 있었고, 북한 잠수함이 좌초되었고, 토벌작 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도 아니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자 남북의 치열한 대결장 이었던 강릉에서 영롱한 햇살이 푸른 물결 위를 가르는 호수를 지나 태초의 쪽빛으로 다가오는 바다를 마주할수 있고, 바다를 걸으며 켜켜이 쌓인 한반도의 수백만년 역사를 드러내는 해안단구를 볼 수 있다. 한 아름 안겨지는 울창한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짙은 커피를 마실수 있고, 쉼 없이 밀려와 포말로 부서지는 밤 바닷가의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시나브로 찾아온 평화의 산물이다.
Scene. 2 평화의 바다를 걷는 바다부채길
바다부채길의 시작점인 정동진 썬크루즈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강릉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코스다. 바다부채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심곡항까지 약 3Km 정도 이어지는 둘레길 코스로, 2017년부터 민간인에게 개방됐다. 놀랄 만한 사실은 바다부채길이 시작되는 주차장이 바로 해안을 경비하는 군부대 초소의 옥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스가 막 시작되는 지점에 가림막이 설치된 것을볼 수 있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그야말로 수직으로 깎아지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천연의 풍경이 다가온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안단 구다. 해안단구는 해안가를 따라서 분포된 지형으로 표면은 평탄하지만 주변은 급경사이거나 절벽으로 끊어진 계단형태로 발달한다. 바다부채길은 수백만 년 전 바다 아래에 있던 지면이 해수면 위로 솟아오르면서 형성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해안단구 사이에 만들어졌 다. 한반도 지형이 형성될 때 지반이 융기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형이자, 한반도 지질구조의 발달 과정과 퇴적환경, 지각운동, 해수의 침식작용을 연구할 수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바다부채길은 군인들이 경계를 섰던 철책선을 따라 때로는 바닷가로 때로는 바다 위로 이어진다. 군사 경계를 목적으로 운영하던 철책 감시로는 관광을 위해 4년의 시설보수 작업을 거쳤다. 지금도 해안 경계를 위해 일몰 이후에는 통행이 금지된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절벽, 그리고 푸르디 푸른 바다는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파도가 센 날이면 때 없이 물벼락을 선물하기도 한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심곡’이라는 지명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지역은 외부와의 소통이 쉽지 않은 한적하고 소박한 어촌이었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인 헌화로가 뚫리고 바다부채길이 열리면서 비경(祕境)의 관광지로 떠올랐다. 지역이 알려지고 KTX가 연결되면서 서울에서도 하루면 찾을 수 있게 됐다. 지역의 풍경이 달라지자 지역 경제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셈이다.
Scene. 3 커피로 바뀐 바닷가 풍경
2009년 ‘강릉에서 새로운 향기를 만나다’라는 슬로건 으로 열린 커피축제는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알리는 일등 공신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은 강릉 여행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커피와 강릉의 만남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강릉 사람이라면 해안가를 찾아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마셨던 기억이 있다. 옛사람이라고 달랐을까? 역사 기록에도 차와 강릉의 인연을 찾을 수 있다. 경포대와 한송정(寒松亭)에는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차(茶)를 마셨다는 기록과 다구(茶 具)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신라 화랑들도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송림에 발길을 멈추고 차를 나누며 통일을 꿈꾸었을 것이다.
송림 풍경 속에 녹아든 카페
그 흔적이 남아 있던 안목항과 경포대 주변에 아름다운 카페들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밤바닷가의 고즈넉한 풍경은 감추어져 있었다.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고, 민간인 출입구역과 군인 경계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밤낮없이 드나들 수 있는 백사장도 해가 지면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저녁이면 민간인은 출입할 수 없도록 철조망이 내려졌다. 안목항의 횟집 들은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아침이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소나무 숲 사이에 새로 생긴 아름다운 카페 역시 군경계지역으로 건축이 불가했던 곳이다. 철조망이 열린 자리에 둘레길이 생기고, 아름다운 커피 거리가 생겼다.
강릉 커피를 알린 주인공은 박이추 바리스타다. 그가 강릉 연곡에 카페 ‘보헤미안’을 열면서 시작된 ‘강릉 커피’는 해를 거듭하면서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이는 축제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수많은 커피숍이 들어선 안목항 카페 거리
강릉이 커피로 이름을 얻으면서 바닷가 풍경도 달라 졌다. 바다 가까운 곳, 사람이 들어갈 수 없던 곳에 아름 다운 카페가 생겨났다. 안목해변 바닷가 가까운 곳에 경쟁하듯이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들어서 이국적 풍경의 커피거리가 생겼고, 소나무 숲 사이에도 커피숍이 생겨 났다. 경포대에서 허균시비가 있는 사천 교산으로 가다 보면 안팎이 시원하게 보이는 통유리와 내외를 구분하지 않은 듯 꾸며진 카페가 있다. 그 건너에는 해안을 경비하는 소초가 있다. 어지간한 눈썰미가 아니면 그냥 지나칠 것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의 경관을 해치지 않은 세련된 커피숍에서 드립 커피와 치즈케이크로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검푸른 노을이 깔리는 저녁 시간을 충분히 즐겨도 된다. 시간에 쫓겨 부산을 떨지 않아도 돌아갈 시간은 충분하다. 한 시간 반이면 몸은 서울에 와있다. 여러분은 강릉으로 여행을 가신다면 어떤 코스로 계획을 짜시겠습니까?
+ Information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 강원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50-39
- 입장시간: 하절기(4월 ~ 10월) 09:00 ~ 17:30(매표시간: 16:30까지) 동절기(11월 ~ 3월) 09:00 ~ 16:30(매표시간: 15:30까지)
- 입장료: 일반 3,000원, 청소년·군인 2,500원, 어린이 2,000원
안목 카페거리 : 강원 강릉시 창해로(안목항)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