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12021.01

북한 IN


북한의 대기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북한에도 미세먼지가 있을까? YES
대기오염의 원인은 같을까? NO

북한에도 미세먼지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에도 미세먼지가 있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2000년대 이후 북한의 미세먼지 (PM2.5) 농도는 30μg/㎥가량으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자료는 위성 자료와 모델링을 활용하여 얻은 것으로 북한 현지에서 관측한 결과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북한 현지에서 관측한 대기질 관련 자료에는 ‘시정’이 있다. 시정은 수평 방향의 대기 혼탁 정도를 가시거리로 표현한 것으로 대기질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라할 수 있다. 북한의 시정 자료는 북한이 세계기상기구 (WMO)의 기상통신망을 통해 제공하는 관측 자료 중 하나이다. 북한의 시정은 16km가량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남과 북의 대기질, 시정은 비슷하나 오염원인은 달라
북한의 대기질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 다면 대기오염의 원인도 비슷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일반적으로 한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으면 그 지역의 대기질이 나빠진다. 한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화석연료 사용량 등의 오염 활동 정도와 연료 품질, 에너지 효율, 대기오염물질 제거 효율 등의 기술 수준을 고려하여 구한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거나 연료 품질, 에너지 효율, 대기오염물질 제거 효율이 낮으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아지고, 대기 중 농도도 높아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40여 년간 에너지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대기오염물질 제거 효율을 개선해 에너지 사용량 당 대기오염물질 배출 량을 크게 감소시켰다. 반면, 북한의 에너지 사용량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10%도 되지 않을 만큼 적지 만, 북한이 UN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황산화물과 같은 일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한은 정제되지 않은 고체 연료 사용 등으로 실내 공기질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북한의 대기 오염에 의한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10배 가량에 해당한 다고 보고하였다

북한도 대기질을 관리하기 위한 법적 체계는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대기환경기준이 있으며, 1986년에 「환경보호법」을, 2012년에는 「대기오염방지법」을 채택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신년사에서 환경보호 및 환경오염 방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황사연구기관을 설립하여 피해방지 대책을 강구한 것을 보면 외부에서의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세먼지로 가득찬 평양 시내 ⓒ연합


대기질 관리체계 갖추고 외부와 협력하려는 움직임 보여
북한이 2016년 UN에 제출한 자발적감축기여(INDC) 에서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기준선 (BAU) 대비 8%로 제시하였는데, 국제적인 재정 및 기술 지원이 있을 경우 추가로 32%를 감축하여 40%까지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국제기 구에 제출한 여러 보고서에서 북한은 외부 조력을 언급 하며 환경질 개선 우선순위 사업 목록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런 정황들을 보면, 북한은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대기질 개선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기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오염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 년 말 기준 584개 대기오염측정소에서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매시간 측정하여 실시간으로 대기질을 추적하고 매년 대기환경기준 달성률을 점검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이런 모니터링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UN에 제출한 한보고서에서 현대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비를 우선순위 목록의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보아 북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현대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추어져 대기질 관련 정보 자료를 생산하고 이 자료가 공유된다면 우리 나라, 나아가 동북아 대기오염 현상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기반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현상 규명및 예측, 미세먼지 배출 저감, 국민 생활 보호 등 3가지 대분류로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와 대기를 공유하는 북한에서도 이와 연계할 수 있는 연구협력사업을 진행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과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실질적으로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선호를 파악하여 북한이 원하는, 추진할 의사가 있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대기오염이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적용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여민주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