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12021.01

연간기획

포스트 코로나,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삶을 흔들었다.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통일시대』는 2021년 1월호부터 연간 기획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사회가 갈 길을 모색해 본다. 미래비전과 철학적 관점에서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2020년 한 해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이슈에 묻혀 지나갔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역사상 맞이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과거에도 팬데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병의 원인과 특징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인 상황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중세시대의 페스트와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은 병의 원인과 특징을 몰랐기 때문에 대처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21세기 초의 사스와 메르스 역시 대처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 만, 코로나19만큼의 확산력을 갖지는 않았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시청 앞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
불확실성과 가속화의 시대
코로나19의 확산 상황과 대처의 어려움은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아주 단순화시켜 얘기한다 면, 역사적으로 인류는 위기를 서로 힘을 합쳐 극복해 왔다. 이는 인간 간의 관계를 통해 사회와 국가를 만들 고, 인류 역사를 만들어냈던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인류는 서로 손을 놓고 떨어져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였다. 자연 스럽게 인간 간의 관계를 통해서 유지, 발전되었던 공동 체의 문화, 경제, 관습이 모두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코로나19 시대의 두 가지 큰 특징은 불확실성과 가속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백신이 출시되고 있지 만, 충분한 임상실험이 이루어졌는지, 어느 정도의 효능을 발휘할 것인지, 공동체 차원에서 면역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만약 백신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코로 나19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비대면 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인류는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백신이 예상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사회와 역사를 만들어왔던 인간 간의 관계는 전면적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류에게 문명사적 대전환을 야기할 것이다.

가속화라는 측면 역시 주목된다. 이미 코로나19 이전 부터 한국 사회를 포함한 전 세계는 심각한 모순에 직면해 있었다. 빈부 격차 문제는 물론, 저출생률로 인하여 특히 1인당 소득이 높은 지역에서 인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AI가 출현하면서 실업 률은 더 높아져 가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모순들을 가속화시켰다.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교육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게 되었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출생률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하여 코로나19의 강력한 확산력으로 비대면 재택근무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면서, 일자리는 더줄어들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에 위기를 맞고 있었던 전통적 형태의 가족은 재택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코로나 블루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AI가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고용의 위기와 공동 체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며 가족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젊은이, 소소하지만 생활의 터전을 마련했던 자영업자 등이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금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서 다른 나라와의 공조나 협조는 아랑곳없이 자국을 위한 백신 확보에만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인류 전체의 안보를 위하여 새로운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인가?”


코로나19가 가져올 위기와 변화
코로나19 위기는 전방위적이며, 전 세계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체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2020년 초 코로나 19의 초기 상황에서부터 국제질서의 틀이 무너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류의 위기 상황에서 보건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국제기구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줄서기가 이루어졌던 국제질서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인류가 선망했던 소위 ‘선진국’이 팬데믹 방역에 실패하는 사례를 목도할 수 있었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세계 질서를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이끌 것으로 예상되었던 세계 선도 국가들은 무능과 무의지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국중심주의로 일관함으로써 세계적 리더십에 의문표를 달도록 했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위기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백신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때문에 코로 나19 상황이 리더가 없는 대공위시대로 세계를 이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코로나19의 상황은 한국에게도 국내외적 변화와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대륙의 힘과 해양의 힘 사이에 위치한 한국은 정치, 안보적으로 강대국들과의 호 혜관계 및 동맹관계를 통해 성장해 왔고 경제적으로도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따라서 세계질서의 흔들림과 변화는 한국 사회의 모든 분야에 큰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가장 많이 접할수 있었던 리쇼어링(Reshoring)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상황에서 도출되었다. 국제분업을 통한 세계시장의 성장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 왔던 한국 경제에 큰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코로나19가 한국에 위기만 준것은 아니다.
IT에 기반한 비대면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한국의 기업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전환하기에 충분한 총알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 이다. 따라서 기업들 사이에서도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강대국의 사이에 있으면서 분단 상황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올 것이다. 그것은 인구 감소로 인한 안보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출생률 감소 현상이 계속될 경우 개병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진다. 이는 불가피하게 모병제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불러올 것이다. 모병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전환이 과연 가능한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또한 보건과 재난에 취약한 북한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문을 닫으면서 남북관계는 얼어붙는 상황을 넘어서서 물리적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주변국의 리더들은 방한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였고, 해외 진출을 위한 한국 리더들의 해외 방문 역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정의로운 전환으로 기회 창출의 펀더멘털 만들어야
그러나 코로나19의 상황이 디지털이나 그린 산업에 서처럼 한국의 대외관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험하고 있는 제2차 팬데 믹을 한국도 경험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주도와 시민 사회의 협조를 통해 가능했던 방역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새로운 소프트파워의 창출과 국제 질서의 규범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 중관계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미국과 중국이 자국 내의 상황에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에 한국으로서는 숨 쉴 수있는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북한과의 관계는 단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남북관계의 파탄을 원치 않는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 서도 알 수 있듯이 중장기적인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 완전한 해결을 보지는 못했지만,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모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입에 올렸던 상황이었기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그 기반 위에서 시작될 것이다.

2020년은 북한식 표현을 빌리면 남북관계의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6월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는 4·27 판문점선언 합의사항이고, 여기에는 접경지역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특히 대북전단은 북한 체제에 굉장히 민감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이것을 합의 파기를 넘어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4·27 합의의 상징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식으로 반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있고 6개월이 지난 12월 14일 국회 에서 대북전단 살포 규제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안」이 통과됐는데, 우리가 성의를 보인 만큼 이제는 북한도 당국대화에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 그리고 경제대공황으로 점철된 인류의 위기를 정의로운 전환에 기반한 뉴딜을 통해 극복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 이와는 반대로 불의의 전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던 독일과 일본은 어떠한 결과를 내놓았는가? 미국은 세계 선도국가로 우뚝 섰지만, 독일과 일본은 패망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비록 독일과 일본이 지금 소위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지만, 이는 냉전으로 인한 미국의 도움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며, 전후 자유세계가 내세웠던 정의의 가치를 수용하는 상황 하에서만 가능한 것이 었다. 지금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서 다른 나라와의 공조나 협조는 아랑곳없이 자국을 위한 백신 확보에만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인류 전체의 안보를 위하여 새로운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인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루어지며 온라인 장보기 등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온라인 주문 상품 분류가 이뤄지고 있는 대형마트 집하장 ⓒ연합

앞으로 한 해 동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칼럼이 계속 연재될 것이다. 이 연재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기 위한 미래비전의 작업이며 철학적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갖고 진행되겠지만,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비전과 철학을 제기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이 지역 균형과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가치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이 위기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기회 창출의 펀더 멘털을 만들고, 그 펀더멘털 위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기틀을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의로운 전환은 국제질서의 규범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의 미래에 큰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태 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