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42023.10.

제21기 민주평통 출범 특별 인터뷰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북한에 자유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통일로 가는 길”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 이후 석동현 사무처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첫 운영위원회와 상임위원회 회의에 이어 서울과 경기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지역별 지역회의와 협의회 출범식이 줄줄이 열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협의회 단위로 출범식이 개최되고 있다. 출범 일정뿐 아니라 국회에 제출된 민주평통 관련 법안 심사 소위원회와 내년 예산안 심의를 앞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도 챙겨야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정에 무리한 탓일까. 민주평통 사무처장실에서 만난 그의 입술 한쪽이 빨갛게 부르터 있었다. 사무처장에 임명된 건 지난해 10월 14일.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먼저 그간의 소회가 궁금했다.

“제가 작년에 왔을 때 대통령은 새롭게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뀌었는데, 자문위원의 임기는 8월말까지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분들과 거리를 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임기를 잘 마무리할수 있도록 하면서 새로운 자문위원 위촉을 준비했습니다. 과도기적 임무를 수행하면서 긴장도 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보람 있었던 1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문위원 65% 새롭게 위촉하며
변화의 기틀 마련”

Q. 자문위원들을 대폭 교체했는데, 선정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윤석열 대통령께서 9월 1일 자로 자문위원 2만여 명을 새롭게 위촉하면서 65% 정도 교체를 했습니다. 간부위원의 교체 비율은 90% 정도에 이릅니다.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선정할 때 어떤 기준이 있는 건 아니에요. 범죄 전력과 같은 결격 사유를 제외하면 ‘사회적 학식과 덕망이 있는 자’같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이죠. 누구라도 원하면 당신은 ‘이래서 안 돼요. 저래서 안 돼요’ 하기가 참 힘듭니다. 국내자문위원 같은 경우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부 주요 기관과 단체에서 추천을 받거나 제가 별도로 제청할 수도 있는데요. 법적으로 ‘7000명 이상’이라고 하한선만 있어요. 그래서 2년 단위로 기수가 새로 선정될 때마다 조금씩 늘어 전임 기수에서 2만 명까지 늘었어요. 이번처럼 정부 교체기에 참여 욕구가 분출하는 상황에서는 3만 명까지 늘리는 건 일도 아니겠더라고요. 최대한 억제해서 증가 폭이 10%를 넘지 않는 선인 2만1900여 명으로 정했습니다.”
Q. 제21기 자문위원에는 청년과 해외 글로벌 인재들의 참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요.
“청년 부분을 제21기 인선의 특징으로 설명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청년의 비율을 30%로 맞추도록 법제화했기 때문에 21기에서도 청년 위원을 최대한 모집하기 위해 노력해서 26.5% 정도 근접한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전 기수와 비교해서 특별히 늘었다기보다는 현상 유지 수준입니다. 특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해외글로벌 인재들이죠.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께서 군사적, 정치적 대결보다 대한민국 전체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통해 접근하는 게 통일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다, 과학, 기술, 문화, 체육, 예술 등 다방면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모시면 좋겠다고 해서 글로벌 인재들을 많이 발굴하고 위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전략위원회’와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어 이분들의 실질적인 역할을 지원해나가려 합니다. 또 대한민국의 발전에 음으로 양으로 기여했던 분들, 예를 들면 파독광부, 간호사, 해외 입양인이나 그 밖에 여러 가지 히스토리가 있는 분들을 많이 모신 게 특징이죠.”
Q. 민주평통은 대통령에게 통일·대북정책을 자문 또는 건의하는 기구인데요. 대통령 정책자문과 건의는 그동안 어떻게 해오셨나요?
“자문위원 중에서 전문가들 위주로 구성한 상임위원회가 있어요. 상임위원회는 다시 전문 분야별로 분과위원회를 운영하는데,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서 정책적으로 자문이나 건의할 내용을 정리하면 사무처에서 대통령께 보고합니다.”
Q. 보고는 처장께서 직접 하시나요?
“주로 서면보고를 하고, 드물게 직접 대면보고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분기에 한 번 정도 하고,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수시 정책건의도 합니다.”

석 처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검찰생활을 함께해온 40년 지기다. 윤 대통령이 그를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한 것은 개인적인 친분보다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동포교육지원단 이사장,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 한국이민법학회 회장 등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별한 관계에 있는 그가 대통령에게 보낸 정책건의는 얼마나 받아들여졌을까.

“민주평통의 건의가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 명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방향성 차원에서 보면 반영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북한 인권 문제 같은 경우인데요, 지난 정부 5년 동안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보고서를 만들어서 공표하는 등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민주평통도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을 지속해서 강조해왔습니다. 대통령께서 지금 자유와 인권, 법치를 많이 강조하시는데, 그게 결국 북한인권과도 관련이 있는 얘기입니다. 저는 북한에 자유가 뭔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협력 강화한다고 북·중·러 뭉치지 않아”

Q. 최근 북한이 중국과 국경을 개방하고 무역을 재개한 데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주변국과 관계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나요?
“저는 단기적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았다고 봅니다. 포탄이 다 떨어진 러시아는 북한이 갖고 있는 군수물자들을 확보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고, 내수 경제 침체와 식량 부족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이 절실할 겁니다. 현 정부가 한·미·일 협력관계를 강화하다보니까 북·중·러를 뭉치게 해서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Q. 이유가 뭐죠?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경제 교역규모가 북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과 잘 지낸다고 해서 북한과 더 가까워지겠다는 생각을 안 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 중국 같은 경우 그동안 ‘한한령’으로 막혀 있던 여러 가지 교류를 오히려 풀고 있고, 관광객들까지 다시 한국에 보내고 있잖아요. 한국이 미·일과 가까워지니까 오히려 저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가 멀어질까 봐 걱정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문제는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완전히 중단돼 있다는 건데요. 북한과도 어떤 식으로든지 대화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는 국내적으로 정치적 대립이 첨예해서, 대통령께서 대북 유화책을 내놓고 경제적 지원을 하려고 해도 야당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의 주관적 의견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 교착 상태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담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높아진 평균 연령, 청년위원 역할하는
환경 마련 노력

Q. 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과감한 지원 방안은 없는지요?
“저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입니다. 그런데 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시간도 걸릴 뿐만 아니라 여러 단계가 있어요. 북한이 현재와 같은 핵 개발과 미사일 고도화에서 조금이라도 변화의 조짐만 보이면 식량과 약품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고, 한·미·일 협력관계를 만든 것도 유사시에 미국과 일본을 설득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제 혼자 생각입니다만, 예를 들어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더 안 하고 현 상태에서 멈추겠다고만 해도 변화의 조짐을 아주 넓게 해석해서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바람직한 남북관계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로가 군사적 긴장을 완벽하게 해소해 궁극적으로 상호 불가침 상태, 적어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제로로 만드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봐요. 진보 진영에서는 ‘종전선언’이니 ‘평화협정’을 이야기하는데, 단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막연한 논의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보다 국제 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실효성이 필수적입니다.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이행’하는 구조와 관행이 정착돼야 해요. 그러면 대화와 교류는 활성화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통일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시점도 오게 될 겁니다.”

제21기 민주평통이 출범하면서 석 처장은 막중한 책임감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겁다. 자문위원이 대폭 교체되고 국내외 주요 간부위원에 새로운 인물이 앉으면서 당분간 크고 작은 불협화음은 불가피한 상황. 더 염려되는 건 위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젊은 청년위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민주평통은 전 연령대가 참여하는 조직인 만큼 서로가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소속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널리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