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42023.10.

9월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항저우=뉴스1)

평화통일 창

북한의 국제 스포츠 활동 재개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여 의미

김정은 통치이념 ‘체육 강국’ 구현 위해
국가통제 중심 경기력 향상에 매진할 것

북한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신청 종료를 앞두고 막판에 전격적으로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이 국제 스포츠 활동 재개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여를 결정하게 된 배경과 의미를 짚어봤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북한이 활동을 재개했다. 북한은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선수단도 대규모(191명)로 구성하고, 조총련에도 선수단 참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엔데믹 선언과 함께 북한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 시효 종료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IOC로부터 받았던 IOC 주관 국제대회 출전 자격정지 징계가 2022년 12월을 끝으로 풀렸다.

사실 북한이 국제 스포츠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조짐은 곳곳에서 관측됐다. 올 2월 북한 김정은은 그동안 공석이었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공식 서열 3위인 김덕훈 내각총리를 임명한 것도 그렇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해 열린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를 딸과 함께 관람하는 등 자신이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왔던 체육 강국의 열풍에 대한 기조를 다시금 이어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 ‘고난의 행군’ 때 스포츠 경기력도 추락
아시안게임 개최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북한의 국제 스포츠 활동 재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줄기차게 중국과 혈맹 국가임을 강조해왔다. 할아버지부터 유지해온 혈맹국가의 안마당에서 치러지는 전체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에 북한은 참가 의무가 있는 회원국이다. 북한이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석연찮은 핑계로 불참한다는 것은 혈맹국가인 중국에 상당한 모욕을 주는 행위로 여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엔데믹 시기에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왔던 체육 강국의 통치철학을 포기할 명분 또한 찾기 어려웠을 것이고, 아시안게임 이후 본격적으로 치러질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 참여를 위한 북한의 경기력 점검의 최적 환경을 무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은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 스포츠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현재 북한선수단의 경기력 수준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 거의 5년 동안 북한의 어떤 선전매체에서도 북한 선수의 우수한 성적을 자랑거리로 내세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항저우 샤오샨 린푸 짐나지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48kg급 16강전 북한 전수성과 대만 린첸의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전수성이 이기자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뉴스1)

북한은 김일성 시대에는 우리나라에 이은 아시아권 4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왔으나, 1996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는 아시안게임에서 16위(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난의 행군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경제가 어려워 선수단의 훈련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 이유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결과인지는 몰라도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체육 강국의 열풍을 강조하면서 체육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미금승마장 건설에 이어 안골체육촌 리모델링, 평양국제축구학교 설치 등이 그것이다. 김정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기력은 아시안게임은 10위(2018 자카르타대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정도의 성적은 김일성 시대의 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북한 내에서도 김정은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게 할 수밖에 없는 실적이고, 나아가 체육 강국을 실현하는 담당자들을 숙청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참가는 북한 체육계에는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 즉, 성적에 따라 김정은의 통치이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애국인사냐 아니면 지난여름 침수 현장에서 ‘건달뱅이 내각’이라 격노한 것처럼 숙청과 희생양 찾기의 대상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왜 북한이 일본의 조총련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 참가를 요청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북한 선수들도 ‘자아실현과 행복’ 추구하길
북한은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헌법(제55조)에서까지도 ‘국가는 김일성 주석이 강조한 체육을 대중화, 생활화할 데 대한 방침을 관철해 전체 인민을 노동과 국방에 튼튼히 준비시키며 북한 실정과 현대 체육기술 발전 추세에 맞게 체육기술을 발전시키는 책임을 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김일성의 이러한 절대적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2024 파리 하계올림픽대회 참가를 위해 다양한 국제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의 통치이념인 체육 강국의 열풍을 구현하기 위해 국가통제 중심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훈련에서 선수들의 인권과 자아실현, 행복은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주는 것이 세계 공통 언어이다.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꿈꾸며 힘듦을 인내하고 즐기며 훈련하는 우리 남한의 선수들처럼 북한의 선수단에도 승리의 영광은 ‘조국과 위대한 수령에게 바친다’는 일상적 인위적 모습 대신 이제는 참가와 승리를 만끽하며, 활짝 웃으며 경쟁자들을 껴안고 셀카를 찍으며 즐기는 스포츠문화가 솟아나길 기대해본다.

성 문 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