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자체 조례 제정 캠페인의 성과와 과제
지역사회 기반 다지는 노력 확대해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2018년부터 통일자문 역량 강화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기울였다. 사무처와 지역회의, 협의회가 힘을 합쳐 전개하고 있는 ‘민주평통의 대행기관 운영(지역회의·지역협의회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캠페인’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행기관인 자치단체의 민주평통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 강화는 지역회의·지역협의회 운영 및 지역사회 통일기반 조성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민주평통은 남북교류협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의 여건 조성에 기여하고자 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 관련 조례 제정 캠페인도 동시에 전개해왔다.

지역의 평화통일 활동 위한 제도화 노력

필자는 민주평통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지역의 평화통일 기반조성과 평화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활동한 전북지역회의는 2007년 자치단체의 남북교류 제도화와 지역의 평화통일 활동을 화두로 내건 바 있다.
당시에도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남북교류협력 관련 조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1998년 제정한 강원도를 시작으로 경기도(2001년), 전라남도(2003년), 서울특별시(2004년), 인천광역시(2004년), 경상남도(2005년), 대구광역시(2005년), 울산광역시(2006년), 부산광역시(2007년), 제주도(2007년)가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제정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지역회의는 2007년 9월 11일 전북평화통일포럼을 개최하여 지역사회의 남북교류 지원제도화를 논의했고, 전주시의회와 전라북도의회가 동참 하여 2007년 11월 15일과 2007년 12월 28일 각각 남북교류협력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43개 자치단체 중 55개에서만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민주평통은 지역사회의 통일기반을 조정하기 위해 2018년 5월부터 남북교류협력 조례제정 캠페인을 본격 진행했다. 그 결과 2019년 11월 말까지 88개가 추가로 제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고민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민주평통의 평화통일 활동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자치단체의 민주평통 지원 조례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지원이 없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뿌리내리고 활동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당시 많은 자치단체가 상위법 등에 따라 사회단체 지원 조례를 두면서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은 부정적이지 않았는데, 유독 민주평통에 대한 지원에 부정적인 것은 관련 조례가 없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평통 지역협의회 활동이 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자치단체장이 지역협의회나 지역회의의 대행기관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치단체가 민주평통 대행기관 운영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민주평통 활동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민주평통 지원조례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2015년에는 전주시협의회 자문위원, 전주시의회 실무자와 함께 민주평통 조례제정 캠페인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조례안을 성안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6년에는 전국 최초로 장수군이 민주평통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환경은 남북교류와 민주평통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제도화를 위한 노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5월부터 추진한 조례제정 캠페인 결과 2019년 11월 15일 현재 130개 자치단체에서 민주평통 지원조례를 제정하게 됐다. 2018년 4월까지 3개 자치단체에서만 조례를 제정했는데 1년 6개월 만에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민주평통 조례를 제정한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행기관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대행기관, 협의회 등의 명칭을 고르게 사용하고 있다. 명칭으로 보면 ‘대행기관 운영’ 55개, ‘협의회 지원’ 70개, ‘협의회 운영 지원’ 1개, ‘협의회 운영’ 1개, ‘지역회의 협력 및 지원’ 1개, ‘지역회의 및 지역협의회 운영 지원’ 1개, ‘대행사무 처리’ 1개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평화통일 활동 위한 제도화 노력

앞에서 본 것처럼 지역사회 차원의 남북교류협력 제도화는 연륜이 길고 최근 들어 많은 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는 남북관계와 국제환경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민주평통 지원 조례는 제정되기 시작한 지얼마 안됐지만, 대행기관장을 비롯한 지역사회에서 평화통일 활동을 위한 제도화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짧은 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전국 모든 자치단체장이 민주평통 대행기관장이라는 점에서 자치단체의 제도화 동참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국가기관인 민주평통이 자치단체에 의무나 부담만 지우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오히려 중앙정부 수준의 지원과 제도화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대행기관이 통일자문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소정의 ‘국고보조사업’을 발굴하여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정 주요 시책에 대한 자치단체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국정의 통합성, 효율성, 책임성을 확보하는 ‘합동평가’를 보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주요 국정 목표를포함하고 있다. 이미 통일부는 관련 사업으로 북한이탈 주민의 안정적인 정착 지원 노력을 합동평가에 지표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평통은 아직까지도 국고가 투입되는 사업은 사무처가 모든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대행기관 관련 조례 제정과 함께 ‘전국적으로 통일되게 전개’하는 일부 사업은 시범적으로 국고보조 사업으로 하여 대행기관이 집행하고 민주평통 지역회의나 협의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민주평통 제도화의 성과와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 목표의 자치단체 합동평가 지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행기관과 지역회의 및 협의회가 우수 사례를 발굴하면서 전국적으로 민주평통의 역량을 한 단계 높여가기를 기대한다.

신기현 신기현
전주시협의회장·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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