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 사회주의가 담긴 북한의 음식문화
북한은 산지가 많고 평야가 좁으며 날씨가 추워 쌀보다는 밀로 만든 국수 요리 등이 발달했다. 또한 남한의 음식이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작다면 북한은 전반적으로 음식이 큼직하며 푸짐하다. 지역별로 보면 평양온반, 녹두지짐, 대동강 숭어국, 평양랭면이 평양의 4대 음식으로 꼽히고, 양강도 지역은 언감자국수와 같은 감자음식이, 바다가 인접한 함경도에는 명태순대와 가자미식해가 유명하다. 상대적으로 평야가 많은 황해도 지역에는 해주교반이, 평양과 인접한 평안도에는 초계탕, 노치 등이 유명하다. 개성은 고려시대의 수도였던 만큼 화려 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는데, 상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보니 보쌈김치, 신선로, 편수 등 고급스러운 음식이 유명하다.
평양온반
대동강 숭어국
무엇보다도 북한 음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식사회주의’다. 개인을 중시하는 남한에서는 ‘며느리도 모르는 나만의 비법’을 개발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집단이 우선인 북한에서는 개발한 요리비법을 널리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로동신문> 등 북한의 언론에서는 옥류관에 연수를 온 지방의 요리사들 소식이 소개되곤 하는데, 이는 옥류관의 맛을 지방 주민들에게도 전해서 옥류관 음식을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명태순대
가자미식해
조랭이떡국과 노치
북한도 설날에 떡국을 먹을까? 설 명절에 떡국을 먹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똑같다. 지난 1월 1일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조선민족의 대표적인 설음식, 떡국’이라는 기사를 통해 떡국의 유래와 역사를 소개했다.
조랭이떡국
기사에서는 “떡국은 새해를 맞으며 누구나 다 먹는 것 이 풍습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가정에서나 떡국만은 반드시 마련하였다. 떡국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날만은 한 그릇 정도는 반드시 먹었다”고 밝히면서 남한과 닮은 북한의 음식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다만 개성지 역에서는 조랭이떡국이라는 특이한 모양의 떡국을 먹었다. 조랭이떡은 가래떡이 뜨끈할 때 대나무 칼끝으로 살짝 누르며 돌려 눈사람처럼 동글동글하게 빚은 것이다. 고려시대 개성지방 사람들은 섣달그믐이면 고려왕조를 무너뜨린 이성계의 목을 자른다는 의미로 밤새 나무칼로 조롱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추석에 송편을 먹는 문화도 남북이 같지만, 북한에서는 우리와 달리 노치라는 간식을 해 먹기도 했다. 노치는 찹쌀이나 기장쌀로 만든 지짐으로 과자에 가까운 단 맛을 낸다. 흰 찹쌀이나 찰기장, 차조 등의 가루를 익반죽하고 여기에 길금(효모) 가루를 넣어 하룻밤쯤 잘 삭힌 다음, 둥글넓적하게 반죽해 앞뒤가 노르스름하게 지져내 물엿이나 꿀에 재워 먹는다. 특히 평안도와 평양에서는 추석 전날이면 집마다 큰 가마솥 뚜껑을 걸어 놓고 노치를 만들곤 했다. 노치는 황석영 작가의 산문 등에 ‘노티’라고 표기되어 이산가족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노치
민족음식을 강조하는 북한,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남한
북한 음식문화의 큰 특징은 바로 ‘민족음식’의 강조다. 남한엔 거리마다 전 세계 음식들이 넘쳐난다. 지금이야 북한에서도 외국음식 식당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그래도 민족음식 식당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중순 심각한 식량난으로 통계청 추산 총 33만 명의 주민이 사망할 정도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이런 현상은 체제에 불안정한 영향을 미쳤고, 북한은 주민들을 하나로 묶을 사상적 구심점이 필요했다. 북한은 그 해법을 민족성과 애국심에서 찾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고, 의(衣)와 식(食)에서도 민족의식이 강조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민족음식을 적극 장려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선조들이 창조한 전통적인 민족음식을 빠짐없이 찾아내어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인민들의 식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애국애족의 정신을 심어주는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북한에서는 민족음식 육성을 위해 연구자들이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지방에 사는 노인들을 만나 사라진 민족음식들을 발굴했고, 전국 각 도와 시 등에 민족음식 전문식당을 열도록 했다. 현재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식재료를 북한 내에서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해졌다. 북한이 여전히 민족음식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사진 제공 : 한국외식정보(주)
기획재정부 사무관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