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아카이브

남북 태권도 합동 시범단이 2018년 2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시범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 남북 태권도 합동 시범단이 2018년 2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시범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위한
남북 태권도 협력의 길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위해서는 남북태권도 협력이 필수다. 북한이 태권도를 민족 유산이자 핵심종목으로 중요시하는 만큼 북한태권도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경우 공동올림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한 남북 태권도 협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걸어 온 길, 교류해 온 내용, 협력해야 할 사업 등을 요약해 보았다.

남북태권도가 걸어온 길

태권도라는 명칭은 해방 이후 남한에서 다양한 무술 단체들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1965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출범한 뒤 보편화되었다. 북한태권도는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1980년 북한이 남한에서 갈라져 나온 최홍희의 국제태권도연맹(ITF)과 손을 잡으면서 본격화되었다. 최홍희는 1970년대 초반까지 남한에서 의욕적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당시 ‘공수도, 당수도, 화수도, 권법’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던 무술의 명칭을 ‘태권도’로 통합 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1960년대 태권도의 경기화를 두고 최홍희, 황기 등 1세대들은 ‘무도성(실전성) 상실’을 우려하며, ‘스포츠를 통한 대중화’를 주장하는 이종우, 엄운규 등 2세대들과 대립했다. 결국 1966년 대한태권도협회장에서 축출된 최홍희는 국제태 권도연맹(ITF)을 만들어 사범의 해외파견, 단증발급, 형(품새)보급 활동을 계속했지만, 1968년 대한태권도협회로부터 청산 통보를 받게 된다.

대한태권도협회는 1971년 김운용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1972년 중앙도장인 ‘국기원’ 개관, 1973년 제1 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서울 개최, 세계태권도연맹 (WTF) 출범 등 경기화에 집중했다. WTF 총재를 겸직한 김운용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공식종목, 1988년 서울올림픽 시범종목 등으로 태권도의 경기화를 주도했다. 반면 남한에서 근거지를 상실한 최홍희는 1972년 캐나다로 이주했고, 1974년 제1회 ‘태권도세계선수권 대회’를 개최했지만 세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1980년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한 최홍희는 평양에서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고, 이듬해 지도사범을 파견해 북한의 군사 무술인 ‘격술’ 유단자 중심으로 44명의 1기 수련생들을 배출했다. 한편 북한은 최홍희의 ITF태권도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북한식의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우리식사회주의와 조선민족제일주의 차원에서 태권도를 집중적으로 육성한 것이다. 1992년 김일성의 ‘태권도 과학화와 생 활화’ 지침을 김정일이 ‘ITF태권도와 건강태권도’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했다. 이를 계승한 김정은은 2015년 태권도를 전략종목으로 지정하고 ‘온 나라를 태권도화’하도록 했으며,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하는 등 태권도를 중시하고 있다.

2013년 2월 3일 유네스코에서 공연 중인 태권도 공연 ‘탈(The Tal)’ ⓒ연합

남북태권도 교류의 역사

WTF태권도가 서울올림픽 시범종목이 되면서 남북 태권도 교류와 통합 문제가 부상했다. 국내단체 교류는 남한의 대한태권도협회 등과 북한의 조선태권도위원 회의 2002년, 2003년, 2007년, 2014년 교류가 대표적이다.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추진된 2002년 9월 남한태권도 시범단의 평양공연과 10월 북한태권도 시범단의 서울공연이 처음으로 성사되었다. 2003년 10월 제주도 평화체육문화축전에서도 체육경기, 민속경기 등과 함께 북한태권도 시범이 있었다.

2007년 남한의 ITF태권도협회 초청으로 북한태권도 시범단의 서울과 춘천 공연이 있었고, 이듬해 남한 ITF시범단도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2014년 7월 러시아 사할린에서도 남북의 태권도 시범단 공연이 있었다. 2003 년 이후 민간주도의 교류는 일반인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교류의 주체가 다양해진 점, 국제기구를 통하지 않고 남북이 직접 교류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기에 앞서 진행된 남북한 합동 태권도 공연 ⓒ연합

국제 민간기구 차원의 태권도 교류는 세계태권도연맹(WTF 또는 WT)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교류를 말한다. 북한이 주도하는 ITF의 일관된 주장은 올림픽 공동참가와 기구통합이다. 1994년 9월 WTF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당시 김운용 전 WTF 총재가 “IOC는 두개 연맹을 통합해야만 올림픽 종목으로 넣어 주겠다고 했지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고 난 뒤 통합하겠다고 밀어붙였다”고 한 내용과 관련이 있다.

두 연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중재 아래 2005 년, 2014년, 2018년에 중요한 합의를 했다. 2005년 WTF 조정원 총재와 ITF 총재인 북한의 장웅 IOC 위원 이 태권도발전을 위한 ‘기술과 행정 통합’에 합의했다. 2006년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했지만, ITF의 ‘1:1 통합’ 주장과 WTF의 ‘흡수합병’ 방침이 대립했다. 2014년에도 WTF와 ITF가 ‘태권도 발전을 위한 의정서’로 상호 인정과 존중, 상대방 대회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에 합의했다.

2018년 7월 30일 제주 세계태권도한마당 종합격파 부문 결선 ⓒ국기원

2015년 WT 첼라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와 2017년 WT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ITF시범단 초청 공연이 이뤄지는 등 교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사전공연을 시작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시범공연이 성사되었고, 11월에는 평양에서 ‘태권도 통합에 관한 합의문’까지 만들었다. 통합준비 공동기구 발족, 합동시범단 월드투어, 국제대회 공동개최, 남북선수 합동훈련, 단증과 심판자격증 인정, 태권도 유네스코(UNESCO) 등재를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 북한태권도 선수들의 2020년 도쿄올림픽이나 2024년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문제도 논의 중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두 연맹(WT, ITF)의 교류는 올림픽 참가를 위한 ‘경기태권도’ 중심이고 IOC를 경유하는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남북 국내 태권도단체들의 직접적인 교류와 연결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북한이 태권도의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기구(IOC) 차원의 교류에만 집중할 경우, 남북태권도 문제가 자칫 국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2019년 5월 16일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세계태권도연맹

남북태권도 협력 사업

남북의 교류협력은 남북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관심이 높은 분야부터 시작할 때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북한에서 태권도가 중요시되고 있고 남한에서도 신 한류 중심에 태권도가 있어서, 오른쪽 표와 같은 문화융합의 콘텐츠 협력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을 위해서도 남북태권도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북한에서 태권도가 핵심종목이자 민족유산이어서 공동참가가 불가능해질 경우 서울·평양 올림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이 주도하는 두 연맹(WT와 ITF)과 IOC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외에도 태권도 경기와 함께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에서 민족의 수준 높은 문화전통과 평화번영의 의지를 부각시키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태권도의 유네스코 공동등재 추진이 필요하다.

태권도는 씨름처럼 유네스코 등재 요건(공동체, 전문 교육, 전용시설, 기술체계, 경기규칙, 청소년교육, 문화 유산지정 등)을 구비하고 있어서, 상호 협력과 의지만 있다면 공동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유네스코 무형 유산 제도는 올림픽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제 규범이어서, 북한 입장에서도 국제기구를 통한 남북협 력의 여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사회 문제 해결과 콘텐츠 혁신을 위한 협력사업(통일시범단, 통일품새·틀 등)을 진행할 수 있고, 다른 분야의 협력사업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과 해외 태권도가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민주평통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홍성보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태권도, 체육) YTN 기자, PD 역임 홍 성 보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태권도, 체육) YTN 기자, PD 역임

카카오톡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스토리 아이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