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2020년 1월 6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를 김일성광장에서 열었다. ⓒ연합 2020년 1월 6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를 김일성광장에서 열었다. ⓒ연합 전원회의로 본 북한의 길 北 정면돌파전 선언,
행동을 통한 평화 필요

2020년 1월 북한은 정치행사로 들끓었다. 지난 세밑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강령적 과업들을 관철하기 위한 후속 행사가 연일 진행되었다. 1월 5일 평양시에서 시작하여 7일과 8일 강원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양강도를 거쳐 9일 평안남도, 황해남북도, 자강도를 지나 마지막으로 9일과 10일 함경북도, 남포시, 개성 시, 나선시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13일과 14일에는 각 도(직할시) 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진행되었다.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최룡해와 내각총리 김재룡을 비롯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이 이 궐기대회와 도당 전원회의를 직접 지도하면서 당 전원회의 결정의 정당성과 실천성을 강조했다. <로동신문>도 연일 백두의 혁명정신, 자력 갱생에 의한 정면돌파전을 선전했다.

북한의 2020년 국가정책노선

공산당이 국가에 우선하는 ‘사회주의 당국가체제(Party-State System)’를 가진 북한에서는 조선로동당의 정책 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당의 최고지도기관은 ‘당대회’ 다. 그런데 통상 당대회는 5년이 넘어야 개최되고,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당대회를 대신하여 국가와 당의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한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채택했고, 2018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을 결정했 다. 2019년 12월 개최된 전원회의에서도 ‘정면돌파전’ 이라는 ‘혁명적 노선’을 선언하였다.

당 전원회의는 북한 정치관행상 세 가지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첫째, 2019년에 두 번째 열린 당 전원회의다. 북한 당 규약에 따르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1년에 한 번 이상 소집’한다. 제7차 당대회 이후 당 전원 회의는 2016년, 2017년, 2018년에 한 번씩만 개최되었다. 둘째, 당 전원회의는 통상 하루 동안 개최되었는데, 이번 당 전원회의는 4일간이나 진행되었다. 물론 국가적 위기상황이었던 1950년대 6·25전쟁과 종파투쟁, 1970년대 후계세습,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때는 3~5일 동안 개최한 바 있다. 셋째, 당 전원회의 보도문으로 2020년 신년사를 대체, 생략한 것이다. 이 역시 김일성 시대에 12월 당 전원회의나 최고인민회의 개최로 신년사가 생략된 때도 있긴 했다. 이러한 이례적 상황은 북한의 국내외 정세에 대한 엄중한 인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앞에 봉착한 도전은 남들 같으면 하루도 지탱하지 못하고 물러앉을 혹독하고 위험천만한 격난이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세 인식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해 12월 30일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단상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북한은 국가정책노선을 담은 결정문을 채택했다. ⓒ연합

신년사를 갈음한 이번 당 전원회의 결정문은 기본적으로 ‘2020년 국가정책노선’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이미 작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평화협상 정책 리뷰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종합하여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당 전원회의 결정 내용은 “우리 당은 또다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는 주장에서 엿볼 수 있듯이, 비단 2020년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2022년 김정은 집권 10주년, 김일성 출생 110주년, 김정일 출생 80주년을 계기로 추진될 제8차 당대회까지 이어지는 ‘웅대한 작전도,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제시한 당 전원회의 기본정신은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흡진갑진하면서 대북제재 유지와 북한 국력 소진을 목표로 하여 북·미 간 교착상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므로, 북한은 국제제재 속에서 자력갱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조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었다”는 표현에 잘 드러나 있다.

당 전원회의를 통해 본 북한의 길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북한의 ‘새로운 길’의 핵심요소는 ①자력갱생 ②정치·외교·군사적 담보 ③당의 영도 등이다. 위의 표에서 보면, 현실적 유형의 b(관망)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레드라인을 완전히 넘지 않는 고강도 도발을 결합한 ba와 북·미, 남북대화를 통해 협상 동력을 확보한 bc까지 포함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우 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상향조정’은 영문판에서 ‘적절히 조정(Properly Coordinate)’으로 표현했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최고지도자 취임 공식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나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열변을 토하면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비핵화협상에 나섰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이 예고되기 때문에 자력갱생을 통해 제재 봉쇄를 뚫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하면서 “나라의 경제토대를 재정비하고 가능한 생산 잠재력을 총발동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을 경제부문의 당면과업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북한은 수입대체산업을 키우면서 대북제재 예외분야인 관광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지연,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등 역점사업의 완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은 “정면돌파전에서 승리하자면 강력한 정치·외교적·군사적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외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한반도에 조성된 준엄한 정세와 복잡다단한 국제관계 구도” 하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기본으로 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위협성’과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적극 선전하며 반미국제전선 강화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당국제부장에 러시아대사 출신인 김형준을 발탁하고 외무상에 통일전선에 능한 조평통위원장 리선권을 임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을 자극할 군사적 담보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무기 개발사업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국가정책의 빈번한 변화 과정에서 북한주민들의 동요와 이탈을 막기 위해 당을 통한 사상통제는 불가피하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오늘의 사회주의 운명의 기로에서의 승과 패의 결정은 오직 우리 당의 단결된 위력과 그 향도적 역할에 달려있다”는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국가정책 전환 과정에서 혹여 나타날 수 있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 투쟁을 강화하고 사회주의적 도덕 기강을 확립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경제집중노선 유지와 비핵화 협상 버티기

이러한 정책방향을 드러낸 당 전원회의 결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쟁점을 형성하고 있다. 첫째, 경제·핵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 여부다. 일단 “우리의 외부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에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이나”라는 언급, 그리고 병진노선과 사회주의경제집중노선은 ‘전략적 노선’이라고 규정한 반면 정면돌파전은 ‘혁명적 노선’이라고 격을 낮춘 것을 보면, 북한은 병진노선 회귀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북한이 “기본전선이 경제전선”이라고 못 박은 것도 경제집중노선을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에 맞서기 위해 ‘이미 완성된’ 핵 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둘째, 북·미 비핵화협상 전망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先 적대 정책 철폐, 後 한반도 비핵화’라는 강경한 태도를 들고나왔다. 어차피 ‘제재신봉론’에서 벗어나지 못할 미국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전략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할 것”이라며 2020년을 ‘버티기(Muddle through) 해’로 설정한 것이다.

2019년 11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연합

이러한 맥락에서 1월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일부 유엔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조미 사이에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한반도 안보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충격적인 실제 행동”의 시한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핵무기(핵무력) 증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대신에 다소 모호한 ‘전략무기 개발’을 내세웠다. 또한 대미 강경정책 내용을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이 아닌 조선중앙TV 아나운서 발표로 주장하면서 톱다운 방식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셋째, 남북관계 전망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남북 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상례라는 주장도 있지만,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웅변해 주고 있다. 작년 4월부터 북한은 한국을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며 비판하였고 급기야 1월 초 김계관 고문은 “한 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라는 망발을 쏟아냈다.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과 남북 합의 불이행에 대한 불만이다. 2020년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와 연동되어 있다. 북·미관계가 잘 풀리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고 북· 미관계가 막히면 남북관계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비동조화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그것이 곧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남북 관계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북한이 민족공조를 내세우면서 대남접촉에 나설 수도 있지만, 국제공조체제 하에서 정책 운용이 제약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선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남·북·미관계의 교훈은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확보해야 북·미관계를 추동하고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현 국면에서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최소한 반 발자국이라도 앞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 3원칙(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이 원칙하에서 사회·문화적 접근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외교적 접근과 군사적 접근 등을 복합적으로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현 정세관리의 효과도 있겠지만 북·미관계 복원 이후 효과가 더 있을 것 이다. 올 6월은 6·25전쟁 발발 70주년과 6·15남북공동 선언 채택 20주년이 된다. 이제는 ‘행동을 통한 평화’가 요구된다. 3월 한미 군사훈련과 7월 도쿄올림픽이 예정된 상황에서 2~3월과 6~7월이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6월 남북의 ‘한반도 평화선언’ 채택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김 갑 식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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