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Talk 통일 Talk

평화·통일교육 과제선거권 연령 하향과
민주시민 교육

선거연령 하향으로 민주시민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교육적 과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이제는 아동의 미성숙론에 바탕을 두고 학습 과정에서 사회·정치 현실에 눈멀게 하는 기존 교육 방향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사회·정치 현상을 다루는 시민교육 특성상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지만, 수업을 통해 사회·정치적 쟁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입장을 바꿔 논쟁도 해 보면서 적극적으로 시민이 되어보는 연습을 하는 경험학습, 체험학습이 요청되고 있다.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학습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능력을 함양하는 배움의 접근으로, 학생이 정치적 판단능력, 정치적 행동능력, 방법론적 활용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시민교육(Citizenship Education)이 필요하다.

시민성 교육이 뒷받침된, 시민권 보장

최근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학생들의 참정권과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권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여 과잉 정치화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생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 실정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이에 교육 현장에서는 선거권 교육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 국가들처럼 ‘시민교육’을 독립 교과로 만들어 민주시민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유럽연합 22개국 중 20개 국가는 이미 시민교육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교과목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교육부가 2018년 ‘민주시민 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아직은 교육과정 총론에 민주시민 교육의 방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어떤 근거 법령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 구성원인 ‘시민’은 단순히 자신의 권리와 이해관계의 주체를 의미하는 ‘개인’과 구별된다. 개인이 공적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참여를 통해 타 인과의 공동선을 논의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시민성 (Citizenship, 시민이 됨)’이 발휘된다. 이러한 시민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권 쟁취를 위한 역사적 투쟁 과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형성되어 왔다. 시민성 함양은 시민의 성장을 돕는 시민성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는 통일시민의 역량과 배움을 함양할 때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도 시민성 교육의 관점에서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청소년이 아니라 당장의 현실 정치에 참여하 는 학습자에게, 국가의 지침서에 따른 지식과 가치체계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통일교육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문제를 전 지구적 관점에서도 헤아려보고,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평화시민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제는 통일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 해결책을 협력적으로 모색하는 통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함양하는 배움과 성장이 교육적 방법 전환의 중심에 서야 한다.

다행히도 2018년부터 통일부와 교육부가 ‘평화·통일 교육’을 정립하면서 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통일부는 기존의 『통일교육지침서』를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으로 대체하고, ‘통일·안보교육’ 경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평화·통일교육’을 제시하였다. 통일교육 기본계획(2019~2021)에서는 평화·통일교육 개념을 ‘통일로 가는 평화교육’이라고 규정하고, ‘남북 평화공존과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시민 양성’을 평화·통일교육의 비전으로 제시한다.

통일의 당위성을 앞세우고 학습자에게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통일의지를 함양하는 데 역점을 두었던 기존 접근 방식과는 달리,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적 소통 및 평화적 갈등 조정·해결 능력의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도 ‘학교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계획(2018.11)’을 통해 통일·안보교육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을 지향 하는 평화·통일교육으로의 전환을 표명하였다. 통일의 필요성을 주입하는 지식 전달에 의존하는 방법보다 학습자가 행동 주체로서 성장하도록 하는 역량 중심의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평화·통일교육의 공통점은 평화의식, 민주시민 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역량 중심 통일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평화교육 확대와 시민 양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통일교육 위한 시대적 요청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정부 차원의 변화 노력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부는 평화 교육의 확대와 시민 양성에 걸맞은 구체적인 교육적 방법 전환을 제시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정책은 통일·안보교육에서 실시하였던 사업 관행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통일교육 방향 전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존의 통일·안보교육이 추구하던 미래지향적 통일관(흡수통일에 기초한 통일한국,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을 결합)을 중심으로 하는 관행적 통일교육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제 민주평통을 비롯한 통일교육기관에서도 선거권 연령 하향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기존의 관행적 교육방법을 성찰하고, 통일교육의 교육적 방법 전환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정용민 자운고등학교 교감 정 용 민
자운고등학교 교감

카카오톡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스토리 아이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