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칼럼

스토브리그 신드롬

“돈이 없어서 졌다, 과외를 받을 수 없어서 대학을 못 갔다, 몸이 아파서 졌다…. 모두가 같은 환경일 수 없고 각자가 가진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건데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됩니다.”

요즘 가장 핫한 TV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나오는 대사의 한 토막이다. 스토브리그란 야구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까지 경기가 없는 비시즌을 말한다. 스토브리그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진다. 선수들과 새로운 계약도 하고, 선수 트레이드도 대부분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이런 일들이 난로(Stove) 옆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토브리그라는 별칭이 붙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훈련을 하고 기성 선수들은 한 시즌 동안 지친 몸을 회복하며, 새로운 무기를 가다듬는 것도 스토브리그 동안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갈수록 프로세스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다음 시즌 결과는 스토브리그를 얼마나 잘 진행했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결과가 중요하고 결과가 모든 것을 의미하는 세상이지만,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할 수는 없다. 일회성 결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다음으로 이어지고 발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과정에서 준비가 잘 되었다면, 혹 첫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에 좋은 결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토대를 튼튼히 하는 것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시간은 언제나 교훈을 주며 흘러간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나간 다음에야 깨닫게 된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는 항상 잘못을 저지른 다음이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고쳐야 한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면 반복된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 해왔다. 지나간 역사를 상기하는 이유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성찰하기 위해서다. 2020년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자 독일 통일 30주년이 되는 해다. 역사는 선택과 결과의 반복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혹독한 혹은 당연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라고요?”
“네, 고쳐야죠. 소 한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그거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드림즈의 백승수 단장이 신인선수 선발에 부정이 있었던 과거를 꺼내자 드림즈 스카우트 고세혁 팀장에게 돈을 건넨 이창권 선수가 묻는다. “다 지나간 다음에 이제 와서 그걸 밝힌들 무슨 소용이냐고”. 백 단장의 대답은 명쾌하다. “고쳐야 한다. 고치지 않으면 다시는 소를 못 키우게 된다.” 소를 잃었는데 외양간을 안 고칠 이유가 없다. 소를 잃고도 가만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남들 이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라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그런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우리만큼 절실한 사람들이 있을까? 남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의 일이다. 우리가 풀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이다. 가진 것이 얼마 없다고, 보잘것없다고 해서 내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가는 건강하고, 튼튼한 평화프로세스를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통일시대를 건강하게 준비하는 일이다. 한반도 평화의 스토브리그에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전 영 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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