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꿈꾸는 통일, 여성이 만드는 평화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1991년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 여성이 일본 여성과 함께 만나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를 계기삼아 1997년 한국실행위원회 후신으로 창립되었다. 이후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 평등한 다원적 사회, 전쟁 없는 세상, 폭력 없는 세상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방법을 모색하며 정책을 제안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여성과 연대하고 평화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1991년 이래로 2019년 2월 금강산 새해맞이 남북여성 연대모임 등 북한 여성과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수요영화제 상영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

한국여성평화연구원은 여성, 평화, 분단 극복이라는 주제로 공부하고 토론하며, 평화로운 한반도에 대한 담론을 사회에 제안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수 요영화제’는 북한 영화에 투영된 북한 여성의 삶과 꿈을 이해하기 위해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운영되었다. 상영된 북한 영화는 여성이 주인공이며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를 선별했다. 영화제에는 여성과 남성, 학생과 교사, 시민, 활동가와 같이 북한 여성의 사랑, 희망, 고민, 노력을 알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함께 영화를 본 이후에는 영화에 대한 전문 연구자의 해설이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들은 토론을 통해 각자의 시선에서 북한 여성을 어떻게 바라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MBC

사회주의 사상과 행동규범 담긴 북한 영화

북한 영화에는 북한사회가 담겨 있다. 북한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보다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개인, 모두 함께 재산을 공유하는 개념이 북한 영화의 단골 소재다.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기보다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모두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기까지의 성찰 과정 과 이를 실천에 옮길 때 필요한 용기에 대한 모습이 영화 전반에 매우 자세히 소개된다. 그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사회를 완성하기 전까지 그들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 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북한 영화는 국민 교육의 일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내용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남성, 여성, 학생, 노동자, 농민이 북한사회 안에서 취해야 하는 모범적인 행동 규범은 무엇인지 그리고 잘못된 행동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사랑의 샘 ⓒYoutube

북한 영화에 담긴 북한 여성의 삶

북한사회에 사는 여성은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북한사회 규범에 영향을 받으며 지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북한 여성이 영향을 받은 규범적 가치 관, 가정과 사회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지위에 대해서 가늠할 수 있었다. 영화 속 북한 여성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각자의 방법으로 고민하고 좌충우돌하며 치열하게 성찰해 나간다. 영화를 본 이후 우리는 북한 여성의 삶을 몇 개의 상투어로 요약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분조의 주인 ⓒMBC

북한정부가 만든 규범적 삶이 이토록 다채로운데 실제 북한 여성의 삶에 가 닿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북한 여성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것, 간헐적인 만남이지만 아프도록 팔을 뻗어 손을 잡고 아무리 작은 소리여도 귀 기울여 듣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중요한 것은 북한 여성의 삶, 사랑, 희망이 어떠한지, 고민은 무엇인지, 사회 속에서 성취하고 싶은 역할에 다가가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 어떠한지, 그녀들이 인생에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이며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맥락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들의 시각을 발견함으로써 북한 여성을 만나는 경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도가 북한 여성을 만났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여성의 시선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 소통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라 희망한다.

북한 영화 <혁명적 군인정신으로 비료생산에 혁신을 가져오는 여성농민_분조의 주인>을 본 뒤 촬영한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