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Report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된 평화의 화음

“지금 바로, 지체 없이(sofort, unverzüglich)”

1989년 11월 9일, 동독 대변인의 말실수 한마디가 베를린장벽을 무너트렸다. 이 거대한 역사의 한 장면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동서독의 노력, 자유를 향해 거리로 나선 동독 주민들의 열망이 없었다면 결코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일은 그렇게 우리에게 통일의 ‘교과서’가 된다. 교과서에는 성공과 기쁨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와 어두운 역사도 있다. 역사적 배경이 다른 동서독과 남북 관계를 똑같이 볼 수 없지만, 여전히 독일은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유일한 통일 교과서다.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할 때, 독일과 베를린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동포들과 현지인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담론을 꾸준히 전해온 민주평통 베를린지회는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3개의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며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바로 정관스님과 함께한 ‘화합의 식탁’, 베를린 청년컨퍼런스 ‘웬통일?’, 그리고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다.

베를린장벽에 차려진 화합의 식탁

11월 7일,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 베를린장벽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화합의 식탁’이 차려졌다. 민주평통 베를린지회와 통일부가 주최한 이 행사를 위해 정관스님이 먼 길을 건너왔다. 정관스님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셰프의 테이블’이 방영되면서 이곳에서도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한인 청년들은 물론 교포 2·3세, 입양 동포들, 한국에 관심 있는 독일 청년 3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이날 정관스님은 자연과 하나 되는 요리 철학을 공유하면서, 한국에서 가져온 재료로 연잎밥과 표고버섯조청조림, 감말랭이 복분자청 무침으로 정갈한 한 끼를 선사했다. 정관스님은 “현지 슈퍼마켓에서 북한산 표고버섯을 발견해 한국에서 가져온 것과 함께 요리했다”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통일이 이뤄졌다”며 웃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모두 자리에 앉아 명상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관스님은 “다시 하나가 된 베를린에 올때마다 우리 한반도에도 평화로운 통일이 오기를 희망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바로, 지체 없이, 평화! 베를린 청년컨퍼런스

11월 8일 청년들이 모여 통일을 이야기하는 베를린 청년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행사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듣는 역할에 머물렀던 청년들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9기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20~30대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컨퍼런스는 ‘힙’스러움을 목표로, 습관적으로 해 오던 절차나 의전을 과감히 생략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웬 통일?’. 한국뿐 아니라 타지에서도 먹고 살기 바쁜 청년들에게 통일이라는 주제가 참 멀고 현실성 없는 주제임을, 동시에 베를린에서 우리가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 해야 하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았다. 100여 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발제는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에서 통일 연구를 하는 김상국 박사와 동독 3세대 청년그룹에서 활동하는 되르테 그림(Doerte Grimm) 씨가 맡았다. 그림 씨는 “독일통일이 정치·경제적으로 보면 성공했을지언정 개인적으로 보면 실패한 통일”이라면서 “동독과 서독이 만나 제3의 나라를 만들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두 종류의 워크샵이 진행됐다. ‘말많은 워크샵’에서는 그룹 토론을 벌이며 통일 이후 한반도의 국가명, 국기의 모습, 통일 이후의 사업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다. ‘말 없는 워크샵’에서는 온라인 툴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 간을 가졌다. ‘오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이라는 질문에는 ‘민주평통 행사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참가자 수’, ‘대사님 넥타이 없이 청바지 입고 온 것’, ‘맥주’ 등 자유롭고 유쾌한 의견이 나왔다. 청년컨퍼런스를 기획하고 준비한 베를린지회 이은서 청년위원은 “당초 기대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참석했다. 젊은층이 통일이라는 이슈에 이렇게 많이 모여서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면서 “행사를 마친 이후 한 참가자가 “이런 행사 만들어줘서 고마워요”하고 떠나는데 큰 감동을 받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통일의 희망을 노래하다. 라이프치히 음악회

11월 9일 독일통일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에서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뜻깊은 날, 뜻깊은 장소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정범구 주독대사, 란드그라프 독일연방 하원위원을 비롯하여 관객 1000여 명이 함께했다. 음악회는 독일과 한국, 핀란드,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음악가와 청소년 합창단이 다채로운 무대를 꾸몄으며 마지막 무대에서는 ‘고향의 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니콜라이교회를 희망으로 채웠다.

장국현 베를린지회장은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아서 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청년들에게 담론의 장을 제공하고, 여러 갈래로 나눠진 베를린 동포 사회를 통합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독일통일 3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이번 행사의 피드백을 통해서 더욱 섬세하게 행사를 기획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를린에 울려 퍼진 평화의 화음이 한반도까지 퍼져 분단을 허무는 평화의 하모니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유진 이유진
청년 자문위원 기자(베를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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