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디지털 세대와 원격 교육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은 양적, 질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학제 개편 및 교육 개혁 이후,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교육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자연스럽게 북한의 젊은 층은 컴퓨터와 모바일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졌다. 2017년 유니세프의 북한 조사(MICS)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69%가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20대에서 컴퓨터를 활용해 본 경험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노트북과 판형 컴퓨터(태블릿PC)의 보급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 북한의 젊은 세대는 소위 ‘디지털 세대’라고 불릴만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과 동시에 ‘지식경제강국’, ‘과학기술강국’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 양성, 지식 보급 확대 등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 되었고, 인트라넷을 활용한 사이버교육, 원격 화상 진료 등을 시행하게 되었다.
원격 교육에 있어서는 그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북한은 수백 개의 대학에 원격 교육인프라를 확장하여 전국의 공장, 기업소, 기관 일꾼들이 언제, 어디서든 원격 교육 체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16년에 개발한 ‘룡남산’은 원격 교육 운영체계로, 미국의 e-Learning 시스템 표준안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
북한에서 가장 먼저 전국을 대상으로 원격 교육을 실시한 김책공업종합대학 원격 교육대학에서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40여 개의 학과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명실공히 북한 최고의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2015년부터 4개 학과가 원격 교육을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20여 개의 학과가 원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평양건축종합대학, 평성석탄공업대학, 원산농업종합대학 등 50여 개 대학에서 원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원격 교육을 통해 교육받고 있는 학생이 1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북한이 유수의 대학들에 원격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일하면서 배우는 대학’을 통해 전 인민을 대상으로 한 인재 양성이 목적이다.
원격 교육의 발전이 체제 선전에도 유리
북한이 원격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교육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다. 당시 북한 인민들 중 교육과정에 속한 층은 교육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정규교육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다. 이들에게 교육의 공백을 채워주는 지도자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원격 교육과 같은 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둘째, 원격 교육을 통해 교육 예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격 교육은 기존 교육방식에서 필요한 물리적 조건 없이 동일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으며, 당국의 입장에서 예산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방법이다.
셋째, 원격 교육의 확대는 체제 선전에도 유리하다. 북한의 원격 교육은 그 내용에서 당국의 과학기술발전을 알리고 우상화와 체제선전을 다룬다는 점, 원격 교육의 발전 자체가 북한 인민들에게 자긍심을 준다는 점, 원격 교육을 통해 교육적 혜택을 받은 구성원들의 지지 등 체제 선전에도 중요한 돌파구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의 원격 교육은 철저하게 통제된 환경 속에서 피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인터넷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북한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인트라넷(광명)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진보는 경계 없는 네트워크를 통해 극대화 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뿐 아니라 원격 교육의 범위를 한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원격 교육 인프라를 확장하여 언제, 어디서든 원격 교육 체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은 북한 식료공장에서 원격 교육을 받는 종업원들 ⓒ연합
아주대학교 아주통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