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12020.03

2019년 10월 6일 북한과 중국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 압록강 변 도로에 인공기와 오성홍기가 걸려있다. 난간에는 ‘조중 친선 영원하리’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

특집 2

접경지역의 평화경제적 접근

남·북·중 협력은
감염병 예방, 환경, 관광협력부터 시작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북한과의 직접적인 경협 움직임이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대북 협력이 활발해지리라는 기대도 크게 꺾인 상태다. 그러나 누구도 평창올림픽 이후 북·미, 남북관계의 갑작스러운 진전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어느 순간 한반도 정세가 개선될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이후 진행될 수 있는 다양한 대북 경제협력에 대한 꾸준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특히 이 글에서는 그간 주로 논의되어 온 남과 북의 경제협력을 넘어서 남·북·중 3자가 결합하는 새로운 북방협력에 대해서 주목하고자 한다.

우선, 남·북·중 3자 협력은 왜 필요한가? 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변화 속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신북방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두 가지 정책은 경제 협력과 평화의 선순환을 위한 토대로 국경을 마주하며 연결된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밀접한 협력 없이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남북한 양자 협력의 차원을 넘어서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다자협력을 동시에 구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북·중 3자 협력이 중요한데, 이는 남북한에 있어 중국의 정치·경제협력의 중요성이 어느 나라보다도 크며, 위 정책의 성공은 필연적으로 남·북·중 3자 협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 변화의 주요 이해 당사국이자 북한과의 정치·외교·군사·경제 교류가 가장 활발한 국가로, 향후 북한 개발과 통일 한반도 경제발전 과정에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북한-중국의 초국경 다자협력 사업 추진은 정치·군사적 안정을 굳건히 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내의 우호적 환경 조성과 세력 균형에 기여하는 바탕이 된다.
제재 ‘유지’ 단계: 감염병 예방, 환경, 관광협력
그렇다면 남·북·중 경제협력은 과연 어떤 분야에서 어떤 형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일단 남·북·중 협력 정책은 분야별로 제재 유지 단계 와 제재 완화 단계로 나누어 고려해야 한다. 우선 제재 유지 단계에서는 제재와 무관한 의료, 환경, 관광, 교육, 연구 등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 추진이 가능하다. 최근 동북아에서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감염병 문제가 심각한데, 유행성 질병이 국경을 통해 전파될 경우 방역, 의료 시설이 열악한 북한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한국과 중국은 북한과 적극 협력하여 공동 방역, 국경 검역, 의료시설 확충 등 공동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북한 환경 실태조사, 환경 인프라 구축, 동북아 미세먼지(대기오염) 오염원 모니터링, 백두산 분화 가능성 조사, 동·서해 및 두만강·압록강 수질 관리, 해양 보호, 생물 다양성 조사, 국토환경 복원·보전, 환경전문가 교류 등을 3자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남한→ 중국→ 북한을 연결하는 남·북·중 삼각 관광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한국인이 중국 여행사의 상품을 활용해 북한을 단체 관광으로 방문 하는 방식으로 중국, 북한의 비자와 안전 문제가 선결되 어야 가능하다. 초기에는 북·중 접경지역 위주로 훈춘 (방천), 단둥-두만강, 압록강-신의주, 나선 등을 연결하는 북·중 초국경 관광루트부터 시작해 점차 북한 내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한반도-중국을 가로지르는 두만강-압록강 벨트는 백두산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항일 유적 등 풍부한 역사 유산이 많아 엄청난 관광수요가 기대된다.

교육 분야에서는 중국 동북지역의 대학교에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동북아 물류 과정, ICT 교육 과정 등 을 개설, 3국의 학생들이 함께 교육을 받는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북한에 경제와 산업 운용에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고 인재 양성에 도움을 준다면 향후 개혁개방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향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다자협력을 위해 선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중 연구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하기에, 연변대, 지린대, 랴오닝·지린성 사회과학원 등 동북 3성지역 연구기관을 적극 활용한 삼자 연구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통물류 분야에서도 제한적 협력이 가능하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축에 대비한 남·북·중 철도 및 도로협의체의 창설과 공동 조사 및 연구가 대표적이다. 철도 및 도로 시설의 수준 및 표준화 논의, 통관 절차 간소화 및 합리화 추진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 이다.
제재 ‘완화’ 단계: 다자협력, 인프라 구축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함께 제재가 완화되는 단계 에서는 남·북·중 삼각협력은 물론 기타 다자협력 사업 (GTI 및 남·북·중·러·일·미 협력 등)을 다방면으로 전개 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이 5·24조치를 해제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가 2016년(UNSCR 2270)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북한에 대한 기업 투자 및 제한적 금융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실질적으로 중국을 포함하는 다자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세종정책브리프」(2019.12.24.)
이 단계에서는 교통·물류·에너지 인프라 구축(운영), 산업단지, 농림수산, 경제특구 개발, 관광, 교육, 환경 분야의 여러 협력 사업이 단둥-신의주, 훈춘-나선 등 북·중 초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일대일로 구상의 교통· 물류 인프라 연결이 우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으로 한반 도가 동북지역-몽골-러시아-유럽(중·몽·러 경제회랑) 과 연결되면 남·북·중을 포함하는 다자협력이 시작되고, 다른 분야의 협력을 위한 핵심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재 ‘해제’ 단계: 동북아 경제공동체 시험대
마지막 단계는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고 북한이 개방 의 길로 나서면서 전면적인 양자, 다자 경제협력이 제한 없이 가능한 단계다. 이제 북·중 접경지역에서 한국의 환황해 종축 벨트와 중국의 종축(중·몽·러 경제회랑, 창지투 경제벨트)을 잇는 ‘동북아 경제회랑’이 구축되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신북방정책, 일대일로 구상의 정합적 결합이 성사된다. 동북아 경제회랑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중·몽·러 경제회랑의 확대이자 한반도를 통해 일본-태평양을 연결하는 일대일로의 7번째 경제회랑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 회랑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북한 또한 고립된 포지션에서 벗어나 동북아 협력의 연결을 담당하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동북 3성, 극동 러시아가 다양한 교통· 물류·에너지 인프라로 연결되고 산업별 가치사슬과 공동시장이 형성되면서 동북아 경제공동체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1) 다만 이 과정에서 각 지역이 가진 경제적 상황, 장기 경제 정책, 비교우위, 상호 경쟁 및 보완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수다.
1) 원동욱(2018), 「경의선 연결을 계기로 한 남·북·중 경협사업: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일대일로의 연계 협력」. 『월간교통』. 247호
3자 협력 추진 위한 난관 극복
실제로 남·북·중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남·북·중 협력에 대한 3국의 정책 방향이 일치해야 하고, 전면적 협력을 위해서는 대북협력을 막고 있는 제재가 비핵화 진전과 함께 완화 혹은 해제 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론 남·북·중 사업이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기제가 마련되어야 하고, 대북 사업의 막대한 리스크를 완화할 방안을 세워야 한다. 분야별로 구체적인 협력 모델과 사업을 도출해야 하는 등 여러 난제가 산적해 있다.

남북, 북·중, 남·북·중 협력 심화에 대한 미국, 일본 등의 견제나 국내에서의 일부 반대가 있을 수 있다. 남· 북·중 협력을 서두르지 말고 국내외에서 충분한 공감과 정을 거쳐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북· 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경협’을 논하기 어려 운 시기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듯이, 또 다른 국면이 벼락같이 전개될 수도 있다. 새로운 협력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해야 한다. 대북 협력을 넘어서는 남·북·중 3자 협력에 대한 연구도 그 연장선에 있다.

* 이 글은 이현태 외 『남·북·중 경제협력 방안 연구』(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9)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해서 작성했다.

이 현 태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