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민주평통
평화로운 한반도는
해외 동포의 자긍심
우즈베키스탄공화국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고려인 동포의 민족 정체성 회복을 돕고 현지 청년들의 꿈과 비전을 설계해 나가는 허선행 중앙아시아협의회장. 공공외교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허선행 중앙아시아 협의회장
허선행 협의회장은 우즈베키스탄공화국과 대한민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해인 1992년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갔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1년, 소련에 거주하는 50만 명의 고려인 동포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큰 의미가 있다는 교수님의 가르침이 그를 낯선 땅으로 이끌었다. 1992년부터 타슈켄트 세종학당을 운영하면서 학당장이 되기까지 28년 동안, 고려인 동포와 우즈베키스탄 청소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07년부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19기에는 협의회장을 맡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일에도 모범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Q 중앙아시아협의회를 소개해 달라.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국가 중 우리 교민(약 3,500명)과 고려인 동포(약 17만 명)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는 7개 공화국에 걸쳐 있으며 협의회 내에 2개의 지회와 4개의 분회, 78명의 자문위원이 있다. 협의회에서는 대한민국의 한반도 정책을 이해시키는 평화통일강연회를 개최 하며, 고려인 청소년 통일캠프, 차세대 통일포럼 등의 행사를 열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한류 열기가 뜨거워서 통일백일장, K-POP 경연대회, 문화 공연 등 주재국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도 연다.
세종문화아카데미 한복 특강
Q 세종학당은 어떤 곳인가?
1992년부터 2010년까지는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로 불렸다가 이듬해부터 세종학당으로 불리고 있다. 처음에는 수강생이 2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600여 명 정도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다. 고려인 청소년에게는 모국어를, 현지 청소년에게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이기도 하고, 한국어를 배워 더 좋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문화 알리기도 열심인데, 한식요리교실(매 월 10회 운영)과 K-POP 동아리 모임이 있다. 특히 K-POP 동아리는 교민, 동포 행사에서 공연을 해 한류 전파에 톡톡히 공헌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종학당에서는 명절에 민속놀이도 함께 하고, 김치 축제, 한식요리 경연대회는 물론 한글날 맞이 백일장도 열어 그동안 배운 한국어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세종학당 K-POP 동아리
Q 그곳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세종학당을 졸업한 친구들이 한국 회사에 취직했다며, 첫 월급을 받은 날 작은 선물을 사 오기도 한다. 한국에 유학하면서 방학이 되면 꼭 학당을 찾아오는 친구도 있다. 박율랴 학생은 현재 분당에 있는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데, 2010년 G20 정상회의 때 러시아 대통령 도우미 역할을 했다. 2013년 어버이날에는 ‘하나뿐인 우리 아빠께’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보내왔는데 당시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굴잔이라는 학생은 카자흐 민족인데, 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워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되었다. 언젠가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는데 나에게 달려와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 덕분에 승무원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더라. 그 순간 내 마음은 비행기보다 더 높게 하늘을 날았다.
Q 앞으로 어떻게 평화 공공외교를 펼쳐나갈 계획인가?
공공외교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재국 국민들이 좋아하는 한류가 무엇인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행사가 무엇인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입는 옷, 음식, K-POP, 한국어가 공공외교의 좋은 도구이다. 이를 활용해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것 역시 공공 외교가 아닐까?
한식 요리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Q 한반도 평화에 대한 바람은?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을 당시, 양국 관계가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북방정책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 교류로 이어지고, 이것이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까지 연결되어 남북과 중앙아시아에 공동 번영을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외국에 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정책은 해외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하다. 한반도가 평화로워야 우리가 사는 나라에서 대우받고 마음 편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내 꿈은 학생들과 함께 중앙아시아에서 통일 열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서울까지 수학여행을 가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출발을 알리는 통일 열차 기적소리를 듣는 그 날을 위해 열심히 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