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12020.03

통일칼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대북정책

지난 2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이 영화의 고장 미국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 등 대중음악 분야에 이어 세계 영화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이는 ‘코로나19’와 남북관계 정체, 잇따른 경제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우울한 상황에 부닥친 한국에 들려온 값지고 자랑스러운 소식이었다.

영화 <기생충>이 이런 성과를 거둔 배경과 원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남북관계와 통일·대북정책에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봉 감독의 ‘일관된 소신과 열정’이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중학교 때부터 영화잡지를 보며 영화감독을 꿈꾸었고 대학에서도 영화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따라서 대북정책에서도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상황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남북경제 공동체와 평화통일이란 큰 목표와 비전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요구된다. 남북 간 보건의료와 방역·방재, 사회문화 측면의 교류협력을 지속하면서 대화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소감이다. 이른바 ‘제시카 송’은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한 것이고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또한 우리의 서민 먹거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대북정책에서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봉 감독의 세심함과 배려심을 들 수 있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란 별명답게 영화 스토리와 세트, 제작 초기의 스케치에서 돋보인 봉 감독의 꼼꼼함과 치밀함은 이목을 끌었다. 그는 또한 수상식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와 스태프의 식사 시간을 챙기고 막내 스태프 이름까지 기억하며 불러주는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을 가졌다. 우리에게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내부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북한과 미국, 중국 등의 지지와 합의를 유도할 수 있는 더욱 치밀하고 창의적인 대안 마련과 외교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는 그가 영화감독의 길을 계속 걷게 해준 가족들의 힘이다. 그는 “부모님과 영화를 만드는 사위를 받아주신 장인, 장모님께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우리가 통일·외교정책에서 대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정 책임자와 당국의 리더십은 물론 국민적 지지(Followership)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당과 이념을 초월하여 당국과 보수·진보, 계층 간·지역 간 대표들이 함께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통일국민협약’을 만들고 준수할 필요가 있다.

3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로 행진(March)을 의미한다. 아무쪼록 이른 시일 내에 코로나19와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남북관계에도 새 출발의 낭보가 전해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호응과 협조가 필요하다.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말고, 우리 정부는 보다 촘촘하고 창의적인 해법 마련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홍 순 직 국민대학교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