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포커스
북한의 생태계와 환경정책,
남북 환경협력 필요
최근 북한은 제5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환경문제를 다시금 중요하게 언급했다. 또한 ‘생물다양성협약’, ‘나고야 의정서’의 비준과 더불어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과 같은 국제환경협약에 가입하고, 금강산 생물권보존 지역 등재 등 국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말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북한의 생태계 현황과 변화된 환경정책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남북 환경협력 방향과 그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악순환을 거듭하는 북한의 산림·생태계
한반도의 생태계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극도로 황폐해졌다. 이에 남한은 해방 이후 국토의 녹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세계적으로도 드문 성공적인 녹화를 이루었다.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중공업 위주의 정책을 펼치며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공업화로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식량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자 시행한 산림 개간은 식량 생산 증진을 이루지 못하고 산림을 심각히 훼손했으며, 또한 에너지 부족으로 땔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산림생태계는 더욱 황폐해졌다.
농사를 지을 땅이 충분하지 않은 북한에서 경사지를 개간하여 농업 활동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름철 강우가 집중된 한반도에서 산림의 훼손은 비바람으로 토양이 침식되고, 표토가 점차 사라지는 등 북한의 산림·생태계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결국 북한은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더 취약해졌으며 농업 생산성 또한 떨어졌다. 북한의 접경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민둥산은 황폐해진 북한 산림·생태계의 한 단면이자, 국토관리와 생태계 복원을 위한 환경 협력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도 산림 훼손으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남북 정상은 환경보호와 관련해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명시한 바 있으며, 2019년 12월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생태환경의 보호와 철저한 자연재해 방지대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남북이 함께 추진해야 할 생태계 복원과 환경보호 사업도 공동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산림 훼손 문제뿐 아니라 야생동·식물 개체 수 감소와 일부 생물종 멸종 문제 또한 보고되고 있다. 서식처의 훼손과 파괴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원인으로 보이는데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서해안 습지의 경우 지난 50년간 66%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또, 수종의 분포가 변하고 있는데, 저지대 수목들이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남쪽에서 주로 서식하던 식물 종들이 북상하고 있다. 기후 변화 문제가 생태계 황폐화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1970년대 북한은 「토지법」을 제정하고,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와 규제정책을 유지했다. 공업화에 따른 환경오염문제와 식량부족이 심각해지자 국토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자연개조 5대 방침’을 채택한다. 이는 다락밭 건설사업과 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치산치수사업, 관개사업, 토지정리개량사업, 그리고 간석지 개발사업의 다섯 가지이다. 그러나 이 방침들은 결과적으로 오히려 북한의 환경을 악화시키게 되었다.
이에 1980년대에는 「환경보호법」을 제정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정책을 이어나갔다.「환경보호법」을 통해 북한은 특별히 보존되어야 할 가치있는 지역을 자연환경보호구와 특별보호구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환경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환경영향평가법」과 같은 법규를 제정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사전예방적인 정책을 취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동식물의 생태환경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하기 시작했다. 「환경영향평가법」과 「대동강오염방지법」, 「상수도법」, 「하수도법」과 같은 법 제정을 통해 환경보호와 관리를 본격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들은 선언적인 성격이 강할 뿐 실제로 환경오염을 처리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환경보호와 개선 강조하는 북한의 환경정책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한은 산림·생태계 훼손과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위해 산림·생태계 복구를 국가 역점사업으로 지정, 환경보호와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다. 2015년에는 산림 조성 및 복구를 위한 ‘산림포고문’을 발표하여 산림조성 사업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 포고문에는 ‘산불을 일으키거나 특별보호림구역을 훼손하는 경우 중형에 처한다’는 방침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 환경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며, 생물다양성협약이나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환경협약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며, 파리협정에 대응하여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자발적 기여(NDCs,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유엔기후 변화협약에 제출하여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에너지 문제에도 역점을 두는데, 2013년에는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하고, 에너지 부족에 대응하여 재생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자원을 활용한 전력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세우면서, 환경보호 사업을 개선하여 나라의 자원을 보호 증식하며, 대기와 강·하천, 바다 오염을 방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도 했다. 또한 경제개발구의 환경보존을 중시하며 개발 행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환경오염 방지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생태환경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데, 2018년에는 람사르협약에 가입하고 서해안의 문덕과 동해안의 라선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또 북한의 문덕과 금야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경로로 지정되기도 하였는데, EAAFP(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에도 참여하게 된다. 습지는 생태 환경적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어 인간생존과 경제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수많은 동식물이 번식하고 서식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북한의 생물다양성과 이를 보존하기 위한 인식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2016년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세계적색목록 범주에 따라 멸종 위기 및 희귀동물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2019년 3월 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식수절(우리의 식목일)을 맞아 당과 정부의 간부들, 각지 근로자와 청소년, 학생 등이 나무심기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이와 관련해서 북한은 2019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하여 생물자원의 활용과 생물주권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금강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Biosphere Reserve)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1989년에 지정된 백두산부터 구월산(2004), 묘향산(2009), 칠보산(2014)까지 모두 다섯 개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자연환경은 생태관광에 중요한 자원이 된다. 북한은 관광과 연계하여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관광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2014년에는 조선록색후원기금을 설립하였으며, 최근 사업계획을 확정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깨끗한 생태환경, 문명한 생활환경의 건설과 토지와 산림, 물 자원의 효과적인 관리를 비롯하여 자원 절약과 환경오염 방지 그리고 녹색생산방식 및 녹색소비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2016년부터는 IUCN, WWF, EAAFP, 한스자이델재단 등과 함께 습지 및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주요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에 대한 논의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자연환경의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산림벌채와 생태계 훼손이 가져오는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성이 심각해짐에 따라 자연생태계의 복원과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생태계 복원과 환경 개선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도모
남북 환경협력 방향은 무엇보다도 황폐해진 생태계를 복원하여, 끊어진 남과 북의 생태 네트워크와 생태축을 복원하고 자연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특히 산림·생태계 복원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토지 황폐화 중립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대기 및 수질오염 개선을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하여 오염문제를 해결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북한에도 급격한 개발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북한에서의 개발은 친환경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복원 자체가 어렵다. 이 점을 고려하여 생물다양성이 우수하고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핵심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효율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와 환경 세이프가드 등 남한의 개발 경험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2016년 2월 12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산림복구 과업을 관철하기 위해 인민 군대를 고무하는 선전화가 나왔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유엔은 2015년 국제사회의 새로운 개발목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7가지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제시하였다.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상당수는 환경 분야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남북 환경협력은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유엔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각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과 주요 분야별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사업을 제시한 바 있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위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한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시의적절하게 북한의 필요에 부응하면서 윈-윈 하는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협력에서 시작되는 남북 간 교류협력
환경은 비정치적 분야다. 일반적으로 환경협력은 인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취약계층에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설계만 잘한다면 대북제재 하에서도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환경개선은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환경복지 향상에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 자연생태계의 재해 완충 기능의 강화로 그간 고질적인 문제였던 북한의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환경협력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하의 파리협정 대응과 재해위험 경감을 위한 ‘센다이 강령(SFDRR, Sendai Framework for Disaster Risk Reduction 2015-2030)’과 같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에도 대응해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협력은 더 나아가 남북 간 신뢰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간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환경협력에서부터 터 나가야 할 시점이다.
명 수 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속가능전략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