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12020.03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평화통일의 길을 묻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평화 생태계 구축
평화도시를 꿈꾸는 서울의 비전입니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서울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연구하고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싱크플랫폼. 바로 서울연구원이다. 싱크플랫폼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장의 정보와 전문성, 경험을 연결하고 융합하면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현실적 대안을 만들기 위함이다. 서울연구원이 연구하는 서울의 미래에는 ‘평화도시’의 비전도 담겨 있다. 서울·평양의 도시 간 교류를 통해 평화협력 생태계를 함께 만들고,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실현으로 한반도의 평화 비전을 설계하는 것이다. 시민의 더 나은 삶, 한반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장성에 기반을 둔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을 만나 평화도시 서울의 비전을 들어봤다.

Q 서울연구원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연구를 실현하는 플랫폼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 서울연구원의 비전입니다. 연구원 내의 연구만이 아닌 시민과 국·내외의 다른 기관,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서울의 미래를 연구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우선 서울시 산하 23개 투자·출연기관과 함께 2018년 7월에 ‘서울싱크탱크협의체(SeTTA)’를 발족했어요. 이와 함께 서울 25개 자치구가 지역 문제를 직접 연구하는 ‘구정연구단’을 지원하고 있고, 시민이 서울을 연구하도록 돕는 ‘작은연구 좋은서울’ 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로 연결하고, 융합하면서 서울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Q 서울연구원의 정책 제안에는 서울·평양 교류도 있는데요, 두 도시 간 협력이 지닌 의미는 무엇입니까?
과거에는 남북 교류협력에서 중앙정부와 민간에 비해, 지방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행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함을 알 수 있어요. 지방정부는 교류와 협력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물적·인적 자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남북협력기금을 분담하여 중앙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자원과 행정 시스템의 한계를 지닌 민간교류도 지원할 수 있어요. 중앙정부와 민간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한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어 지자체도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됐어요. 이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이끄는 마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과 평양은 한반도의 상징적 도시이며, 남한과 북한의 수도로 각각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입니다. 그동안 서울의 정책은 전국 표준을 넘어 세계적 모델이 되었고 서울의 변화는 곧 대한민국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서울과 평양의 성공적인 교류협력은 지자체 남북 교류협력의 선도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 나은 시민의 삶을 만드는 차원에서 서울·평양 교류 추진

Q 도시 간 교류는 시민의 삶과 직접 연계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남북 교류협력에서 중앙정부는 정치·군사 분야, 민간은 인도적 지원 분야를 다룬다면, 지방정부는 시민의 삶과 밀접한 도시 인프라나 경제·산업·문화 분야에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는 2016년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 방안’을 발표하고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문화·체육, 산림, 환경, 보건 등 다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이익이 되고 발전하는 측면에서 협력 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남과 북의 시민들이 삶의 영역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교류협력을 꾸준히 준비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2020도쿄, 2022베이징, 2024강원도에서 2032서울·평양까지 릴레이 올림픽을 동아시아 평화정착의 기회로

Q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는 시민의 삶뿐 아니라 한반도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국가 차원의 도약을 이뤄내고 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였다면, 2032년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완전히 정착시키는 기회가 될 것 입니다. 올림픽은 공공인프라 구축과 물적·인적 교류가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는 계기입니다. 서울과 평양의 두 도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영역에서 인프라가 구축되고 서로 오간다면 평화와 공동번영의 가치가 한반도에서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 올림픽’이 되어야 하고, 당연히 서울시를 비롯해 17개 시·도가 협력해야 합니다. IOC도 한 도시에서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분산 개최를 권고하고 있고요.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인천-경기-강원-평양을 연계한 올림픽 관광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고속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의 확충도 꾀하면서 관광·경제 분야 발전을 함께 이끌어 나갔으면 합니다.

Q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위한 서울시 차원의 준비는 어떻습니까?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는 ‘평화’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을 지닌 만큼 평화의 상징으로서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과거 1988년 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른 경험도 있죠. 서울은 그 경험과 유산이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인만큼 비용을 절감하면서 올림픽을 유치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구원도 공동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해 도시 인프라 구상, 인접 도시와의 협력 체계 등 종합적인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월에 ‘서울·평양 올림픽 연구센터’를 발족하고 ‘2032 서울·평양 공동 하계올림픽 개최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와 평양시의 역량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서울-중앙정부, 서울-평양, 남-북 중앙정부의 역할 분담과 협력 방향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울· 평양 간 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이뤄지는 대로 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한 소통창구인 ‘서울·평양 간 공동 실무협의체’ 구성을 북측에 제안하고 다방면의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중요한 선결 과제는 남북, 북·미 간 군사적 긴장 완화입니다. 지난 1월 박원순 시장이 미국외교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올해부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한·미 간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자”고 제안했는데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봅니다.
Q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국제적 차원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다수의 IOC 위원이 참석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총회가 올해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그때 서울이 올림픽 개최에 충분한 역량을 가진 도시라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역사적인 제안’이라고 언급하며 우호적인 평가와 관심을 보여준 바 있는데요. 국제사회의 지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의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습니다.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결성을 성사하고, 이러한 협력의 흐름이 2022년 베이징 올림픽과 2024년 강원도 동계 청소년 올림픽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 간 관계는 민감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도쿄시, 베이징시와 우호협력의 기반을 다지면 2032 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Q 오는 10월 서울시는 서울평화주간을 정하고 국제적인 평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추진합니까?
10월 중 한 주를 피스위크(Peace Week)로 정하고, 그 시기에 ‘서울평화포럼’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같은 시기 서울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와 ‘동북아시아 시장 포럼’, ‘시민 참여 문화 행사’ 등 다양한 국제 행사가 열립니다. 이 기회를 살려 서울평화포럼에서는 유기적으로 얽힌 세계 시민, 도시, 국가가 한자리에 모여 보편적인 평화 문제를 다루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단순히 서울시 차원의 행사가 아니라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적 차원의 주제를 다루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주체를 발견해 소개하고 기존의 포럼과 차별성을 두면서 다보스포럼에 버금가는 행사로 치를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발원지가 바로 서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시민참여로 지속성 있는 평화협력 생태계 구축해 나가야

Q 평화, 환경, 인권 등 보편적 가치의 확산을 위해 시민 참여와 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필요합니다.
비단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유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평화·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시민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형 사회·문화 행사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평화·통일 교육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평화·통일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연구원에서도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요. 통일교육 전문 기관인 통일교육원과 협업을 맺고 교육 자료를 지속해서 개발·관리해나가는 한편,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하는 음악회나 전시회 등 공연 예술과 연계한 활동으로 시민들에게 ‘뜨거운 인지(Hot Cognition)’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교류협력에서도 시민참여가 확대될 때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선거를 통해 정책이 바뀌기 쉽지만 도시 간 교류, 다양한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고 시민참여가 확대되어 평화협력 생태계가 구축되면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Q 민주평통과 서울시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듯합니다.
한반도 평화의 주체는 ‘국민’입니다. 국민의 공감대와 적극적인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민 공감을 얻는 것이 평화 만들기의 최종적 관문입니다. 민주평통은 국민과 맞닿아 있는 기관인 만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을 형성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10월 개최할 서울평화포럼에서 민주평통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 공감대 확산을 주제로 세션을 구성해도 좋을 듯합니다. 국민이 한반도 평화의 적극적인 주체로 서도록 협력해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