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北 관광 야심작,
양덕온천과 남북협력
지난 1월 중순, 북한에 양덕온천문화휴양지(평안남도 양덕군)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북한관광산업 육성 사업 중 하나로 축구장 200여 개에 달하는 166만여㎡ 부지에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휴양지에는 실내외 온천장, 스키장, 승마공원, 여관을 비롯해 치료와 요양 시설, 체육·문화기지 그리고 편의·봉사 시설까지 현대화를 꾀했다.
“지금은 북한의 초청장도 남한의 방북 허가증도 없습니다. 빛바랜 오랜 편지 한 장과 사진 한 장,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만 있습니다.” 민간단체 ‘평화여행 2020’은 북녘 여행단을 꾸리면서 낸 발기인 선언문에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 가슴 뭉클해지는 말이다. 북녘에 가고 싶은 마음이 비단 이들뿐일까? 여행은 일정한 시간과 돈만 있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여행은 돈과 시간만으로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아쉬움이 더 컸는데, 올해 들어 북한 여행이 가능해질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도적이고 독자적인 남북협력 필요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눈이 번쩍 띄는 구상을 밝혔다. 1월 7일 신년사에 이어 14일 기자회견에서도 남북 도로·철도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접경지역 협력 등 경제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같은 구상을 딱 1년 전에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정말 아쉽다. 아마도 한반도의 정치 지형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가 평화무드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그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멈춰있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남북문제를 직접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이 대북 관광 허용을 언급한 이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잇따라 “개별관광은 유엔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며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고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라며 제동을 걸었다.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 주권에 해당한다”며 ‘주도적, 독자적 남북 협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새해 들어 북녘 관광 허용 등 남북 협력사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당국은 과연 남녘 동포들의 관광을 받아들일까? 어느 정도 시점까지는 남북 정부 당국자 간의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동포애적인 차원에서 북의 통 큰 결정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희망적인 기대에 앞서 매우 중요한 일이 한 가지 있다. 매년 봄에 실시하는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이라는 과감한 결정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은 누구나 다 아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면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양덕온천휴양지 전경 ⓒ연합
북한이 자랑하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
북녘의 인민군 장병들과 평안남도, 강원도 인민들이 2018년 11월 양덕지구에서 건설의 첫 삽을 떠서 166만 여㎡에 달하는 부지를 세우고, 2019년 12월 7일 완공 테이프를 끊은 ‘양덕온천문화휴양지’의 규모와 내용은 참으로 방대하다.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을 보면 려관구획, 치료 및 료양구획, 휴양구획, 종합봉사구획, 야외온천장구획, 스키장구획, 승마공원구획, 공공건물 및 살림집구획 등 한 개 도시와 같은 특색 있는 휴양지구를 온정리 일대에 건설하고 온천료양소지구와 읍지구를 새롭게 꾸렸다고 한다. 이와 함께 50여 Km의 도로와 강 하천 정리, 수 천 동에 달하는 농촌살림집과 공공건물 신설 및 개건, 지방공업 공장들의 현대화 공사, 산림조성 등을 기일 안에 최상의 수준으로 완공하기 위한 거창한 창조전을 벌였다고 설명한다. “현대미와 고전미를 잘 살린 려관, 치료호동, 료양호동, 야외온천장들과 아아한 산정에서 뻗어 내린 스키주로, 승마공원을 비롯하여 매 구획배치와 건물들의 모든 구성요소가 건축미학적으로 완벽하고 자연환경과 친숙하며 호상결합성이 정교하게 보장된 것은 주체건축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발전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국수의 기상과 운치를 그대로 살린 소나무장식물, 옥돌을 깔아준 수십 개의 수조들, 누워서도 온천욕을 할 수 있는 독특한 누운욕수조” 등이 실내온천장에 구비되어 있다고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신문>은 “산굽이를 감돌아 칠칠이 펼쳐진 외랑의 유리벽, 추운 겨울에 미끄러질세라 난방관까지 설치된 보행통로, 닭알 삶는 장소에 놓여있는 조미료 벽장과 모래시계, 휴식공원에 어울리게 특색 있게 꾸려진 분수터, 스키장 3주로 정점의 휴식각, 고급별장 같은 종업원 살림집에도 인민들에게 사소한 불편이 없도록 세심히 신경 쓴 뜨거운 인민사랑의 세계에 심장의 박동을 맞추어온 군인건설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깃들어 있다”며 선전하고 있다.
북쪽에서 남녘 동포들의 관광을 받아들인다면 ‘양덕온천문화휴양지’의 문을 제일 먼저 열 것으로 보인다. 남북을 70여 년 동안 가로막고 있는 휴전선 통과 문제로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중국을 거쳐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는 생각이다. 또다시 미국제재, 유엔제재 위반이 아니냐는 등 흡진갑진하면서 세월만 보낸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남쪽 사람들의 북녘 관광을 제재한다는 것은 미국 헌법에도 위배되는 일이다. 독자적이고 주도적으로, 진정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진 천 규
<통일TV>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