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LIFE
한반도 평화의 봄을 연구하고 상상하는
문학예술 플랫폼,
남북문학 예술연구회
연구회는 문학,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북한 문학예술 연구자들이 협력을 통해 북한 문학예술과 북한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북한 문학예술과 관련된 단행본을 출간하면서 각자 연구 역량을 입증하고 있으며, 2007년 이후 연구회의 공저로 ‘북한문학예술의 지형도’ 여섯 권이 출간된 바 있다.
북한 문학예술 지형도 그리기
첫 번째 공저인 『북한문학의 지형도』(2008)에서는 ‘대표 작가와 대표작으로 본 북한 문학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부제로 시인 오영재와 소설가 홍석중 등 북한의 대표 문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두 번째 공저인 『북한문학의 지형도 2』(2009)에서는 김정일 시대의 문학을 ‘선군시대의 문학(1997~2008)’으로 규정하며 시인 백인준과 소설가 황건 등의 작가론과 작품론을 상재하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 속에서 기획된 ‘지형도 3권’인 『해방기 북한문학예술의 형성과 전개』(2012)는 해방과 분단 초기(1945~1950)에 출간된 북문예총 기관지 『문화전선』 등에 게재된 북한 문학예술 텍스트의 원전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지형도 4권’인 『3대 세습과 청년지도자의 발걸음』(2014)에서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 문학예술’이라는 부제 속에 ‘최초로’ 김정은 체제 초기 북한 문학예술의 변화된 양상을 주목했다. ‘지형도 5권’인 『전쟁과 북한 문학예술의 행방』(2018)에서는 6·25전쟁사를 둘러싸고 전개된 북한 문학예술의 다면성을 ‘종파주의 논쟁’과 『문학예술』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지형도 6권’인 『전후 북한 문학예술의 미적 토대와 문화적 재편』(2018)에서는 1950년대 전후 복구 건설과 사회주의 체제에서 벌어진 ‘도식주의 논쟁’ 등을 중심으로 북한식 사실주의의 고정화 과정을 함께 고찰한 성과가 집약되었다.
안개 속의 한반도
2020년 2월 현재 한반도는 북·미 대화의 삐걱거림 속에서도 여전히 평화체제를 모색 중이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래로 남북 교류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화해 무드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전개된 2년 간의 남·북·미 정상들의 노력이 아직은 유효한 까닭이다. 더구나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66년 만에 ‘종전선언’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에 해당한다. 북측이 ‘철천지원수’로 호명해 온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도보로 판문점을 넘어 북측으로 건너가 악수를 하고, 미국이 ‘악의 축’으로 호명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도보로 남측으로 건너와 남측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문재인 대통령의 환송을 받고 3자가 헤어지는 모습은 여기가 70년 넘은 분단국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감개무량했다.
* 노장청(老壯靑)이 조화 이룬 연구 모임 | 남북문학예술연구회(이하 ‘연구회’)는 20대부터 60대까지 20~30명 내외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월 1회 이상 정례적으로 남북 문학예술을 공부하는 노장청 학자들의 연구모임이다. 2004년 11월, “특정 학연과 이념, 기존 학계와 제도권의 틀을 뛰어넘는자발적인 북한 문학예술 연구모임을 만들자”는 취지로(김재용과 김성수의 발의) 15명 정도의 박사와 연구자가 의기투합하여 월례 세미나를 진행하다가, 2007년 2월 21일 정식으로 연구회를 창립했다. 지난 16년 동안 정치권력의 부침(浮沈)에도 불구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를 비롯하여 이화여대, 건국대, 성균관대 등지에서 꾸준히 월 1~2회 정례 세미나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 1~2회 북한 관련 학회나 국문학 관련 학회의 분과와 심포지엄 등에 세션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북한, 만리마 시대와 사회주의 문명국 지향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서걱거림 속에서도 김정은시대 북한 문학예술은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인재 강국을 전망하면서 만리마 시대와 사회주의 문명국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을 견인하는 핵심 테제는 ‘김정일 애국주의’와 ‘김정은의 인민 사랑’이라는 낯익은 ‘수령형상 문학’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령과 당의 목소리’를 내면화한 인민의 헌신적인 노력 역시 ‘사회주의 현실 주제’를 표방하는 문학예술에서 ‘주체사실주의’의 형상화 원리에 걸맞게 다양하게 재현하고 있다. 2020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강조한 점을 고려한다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북한 문학예술은 당문학적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파악된다.
한반도 평화의 기지개
2020년 봄, 북·미 대화의 고착 속에서도 한반도는 새로이 평화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북한이 전망하는 사회주의적 이상과 남한이 기대하는 민주주의의 미래는 대화와 타협,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적 현실을 견인해야 한다. 그 현실은 지난 70여 년 이상 한반도를 장악했던 냉전과 적대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설, 이상화한 현실이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남·북·미 정상의 모습은 이상의 현실화를 보여준 바 있다. 이제 유라시아행 철도를 예약하고 대륙을 횡단하며 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꿈같은 현실’을 기대할 때가 되었다. 바야흐로 남북이 함께 더 나은 내일의 공동체적 꿈을 모색할 때다. 연구회가 남북문학예술 교류의 전초기지가 되어 한반도 평화의 봄을 상상하고 연구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오 태 호
남북문학예술연구회 회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