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포커스
북한의 8차 당대회,
새로운 경제계획에 무엇을 담을까
북한이 지난 8월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제8차 당대회를 내년 1월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후 1년여 만에 열리는 8차 당대회는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린다.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에 더해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 홍수와 태풍 등 연이은 자연재해 등 북한이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은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당대회는 외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장기 목표와 짧게는 5년간의 단기 목표를 제시하는 자리이다. 당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중심으로 각 부서의 실무진이 상무조(태스크포스)를 구성해 3~6개월 정도 준비를 한다. 이 과정에서 강도 높은 토론과 협의가 이뤄진다. 결국 당대회에서 발표되는 사업총화보고서와 결정서는 북한을 이끄는 조선노동당의 ‘집단적 협의’에 의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중장기적인 북한 지도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8차 당대회는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권한이 확대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주도로 상무조가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8차 당대회 결정문으로 신년사 대체 가능성
북한은 이례적으로 당대회 시점을 1월로 잡았다. 7차 당대회가 2016년 5월에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8차 당대회는 2021년 5월경에 개최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북한은 당규약에서 5년마다 당대회를 소집한다는 규정을 삭제했지만 5년 주기로 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기를 4개월 정도 당겨 1월에 소집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그 결정문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한 것처럼, 내년 신년사도 생략하거나 간단하게 발표하고 8차 당대회 결정문으로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고 대외전략을 짜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8차 당대회에서는 7차 당대회 이후 5년간의 사업총화(결산)에 기초해 정치, 경제, 대외정책 등 각 분야별로 과제들이 제시될 것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당의 운영 방향과 인사개편이다. 북한은 2013년 1월에 열린 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세도군(勢道群), 관료주의자들이야말로 우리 당이 단호히 쳐야 할 주되는 투쟁대상”이라고 언급한 후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 척결을 강조해왔다. 지난 7차 당대회에서도 “우리 당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투쟁하여 왔지만, 그것이 아직도 완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부정부패 근절 강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이번 8차 당대회에서도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당 조직들과 당 일꾼들은 인민들의 요구와 이익을 기준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전개”할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혁명과 건설에 대한 정치적·정책적 지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문제”, “당 사업을 친(親) 인민적·친현실적인 것으로 개선하는 문제” 등 절박한 과제가 많다면서 8차 당대회에서 이에 대한 해법이 제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9월 8일 제9호 태풍 마이삭 피해 지역인 함경도에 파견된 북한 ‘수도당원사단’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조직지도부의 분화와 경제 지도 강화
이와 관련해 조직적인 측면에서 노동당의 가장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의 분화가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내에 ‘군정지도부’를 신설했는데, 이 부서는 조직지도부의 군사부문이 확대개편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또한 지난 8월 조직지도부의 행정부문을 확대 개편해 ‘조직행정부’ 혹은 ‘행정지도부’(북한은 신설부서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음)로 분리했다. 이 부서의 역할에 대해 북한은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이익을 수호하고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질서를 믿음직하게 유지 담보하며 우리의 계급진지, 사회주의 건설을 철통같이 보위해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직지도부 내의 핵심 부문 2개가 독립부서로 분리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기본적으로 군대 내의 당정치사업, 행정분야(사법·보위·안전 기관 관장)에 대한 당의 지도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막강한 조직지도부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월 1일 자 「로동신문」 1면 상단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인 이병철, 박봉주의 태풍 피해 복구사업 ‘지도’ 사진과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과 노동당에 대해서만 사용했던 ‘지도’라는 표현을 당 중앙위원회의 고위 간부들의 공개활동에도 사용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서 절대 권력과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보유하면서도 핵심 간부들에게 담당 분야에서의 정책결정에 대해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동시에 결정의 결과에 대해 승진이나 강등 등과 같은 방식으로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임통치’라고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떠나 김 위원장이 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조직지도부와 신설 부서 간의 상호 견제와 전문성 강화라는 방향으로 당 조직을 개편하려는 의도는 확실한 것 같다.
또한 북한은 지속적으로 당의 경제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내각책임제와 경제사업에서 당의 주도적인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봉주 당 부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오수룡 당 부위원장 겸 경제부장, 김덕훈 내각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지휘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새로운 신진 경제관료들의 등용도 점쳐진다. 또한 노동당 내에 코로나19 등 지역방역사업과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부서가 신설될 가능성도 있다.
8차 당대회에서는 7차 당대회 이후 5년간의 사업총화(결산)에 기초해 정치, 경제, 대외정책 등 각 분야별로 과제들이 제시될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5일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돌아보는 김정은 위원장 ⓒ연합/조선중앙통신
새로운 경제계획은 얼마나 구체성을 띨까?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경제전략을 얼마나 구체화해 세부 경제목표를 제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으며 인민경제 부문들 사이 균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선행부문이 앞서 나가지 못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기본목표를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여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4, 5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6개년 또는 7개년 인민경제계획이나 6차 당대회에서 나온 ‘사회주의 경제 건설 10대 전망목표’보다 구체적이지 않았다. 구체적 목표치보다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국제적 경제제재 속에서 목표 달성이 불확실하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경제전략의 기본방향’을 새로 짜거나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7차 당대회에서 경제 건설을 위한 전략노선을 “자력자강의 정신과 과학기술을 틀어쥐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마련하여 주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 강화,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의 전면적 확립, 과학기술강국에 기초한 경제건설을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이러한 기본방향을 다시 확인하고, 정보화 시대에 맞는 경제 체질 개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부문별·지역별·단위별(기업체별)로 단계적 현대화·정보화 추진계획과 세부 과제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방분권화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평양에서 운영되고 있는 슈퍼마켓과 황금벌상점(체인점) 등을 각 지역에 설치해 사회주의사업봉사체계를 정상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또한 전력, 철도, 관광분야의 인프라 구축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광분야에서는 올해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복구로 차질이 생긴 삼지연시 3단계 건설사업, 원산갈마관광지구 완공을 과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당과 내각 운영의 집단적 협의체제 강화와 분권화 방향으로 움직여 온 북한이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으로 제시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확립을 다시 한번 강조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책임관리제가 기업과 협동농장, 개인영역의 자율성 확대와 분권화 등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역시 대외·남북관계이다. 미·중 갈등의 심화, 미국 대선, 코로나19의 지속 등 불확실한 국제적 변수 속에서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을 어떤 형태로 제시할지가 관심거리다.
현재로서는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을 내세우며, 대선 이후 미국이 내보일 협상카드를 지켜보고, 협상에 나설 것인지, 군사적 압박수단을 동원한 대결노선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미관계에 대한 명확한 노선이 나오기 전까지는 8차 당대회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정 창 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