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북한의 기상예보와
재난대응 시스템
올해는 정말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21세기인 지금,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의 행동이 제약받고 국경이 폐쇄될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역대 최장 장마 기록을 갱신하였고,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도 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대규모 자연재해로 인한 새로운 도전 한가운데에 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에 더 취약해진 북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많은 학자들이 경고했듯이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2012년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는 1880년대에 비해 0.85℃나 상승했고, 이로 인해 1990년대부터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남한은 경제성장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 급증과 도시화로 인해, 북한은 급격한 산림 훼손으로 인해 한반도의 기후변화 폭은 세계 평균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은 농림업 비중이 월등히 높은 만큼 한반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 기상수문국 발표에 의하면 1918년에 비해 2000년 겨울철 기온은 4.9℃, 봄철 기온은 2.4℃ 높아지면서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많아졌다. 3~5월 산불이 급증하고, 북·중·러 접경지역과 백두산 일대에 씨비리(시베리아)송충이로 인한 산림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도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여름철 집중호우 횟수는 증가하여, 올해 장마철 평균 강수량은 평년 대비 1.5배인 850mm 이상을 기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8월 14일 기사를 통해 인명 피해 22명, 농작물 피해 약 4만 정보, 살림집 약 2만 세대, 공공건물 630여 동이 파괴되었다고 밝혔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산림 황폐화는 장마와 태풍에 따른 산사태 피해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자연재해에 취약한 주요 국가 중 하나로 해마다 보고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점점 가중되고 있다.
조직 갖추고 국제질서에 동참하며 대비책 마련
피해가 가중되면서 북한 당국은 기후변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기상관측과 기상예보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북한에는 남한의 기상청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상수문국이 있다. 기상수문국은 기상관측과 예보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산하에 기상위성수신소와 지방기상청, 기상관측소 등이 있다. 중앙기상예보연구소와 수문연구소 등 여러 개의 연구소가 있어 기상관측 및 예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김일성 종합대학과 평양고등기상전문학교, 기상전문대학 등에서는 관련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위성자료와 과학기술을 활용한 기상관측과 예보, 측정설비 발전, 환경감시망 구축 등 종합적이고 정확한 관측과 예보를 강조하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정보 전달을 강조하면서 올해는 태풍 ‘마이삭’의 북상 상황을 조선중앙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하기도 했다.
자연재해를 관리·감독하는 조직은 ‘국가비상재해위원회’다. 국가비상재해위원회는 자연재해 피해에 대한 사전대비, 재해 피해 종합 및 피해복구 사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그 아래 비상설기구인 ‘중앙큰물피해방지연합지휘부’가 구성되어 홍수 피해 대책 마련 및 복구사업의 통일적 지휘체계가 마련되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직과 제도를 강화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질서에도 동참하고 있다. 1994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비준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지구온난화 규제와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였고, 2012년에는 신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을 체결·비준했다. 이어 국가온실가스감축량을 제시하고, 그 방법으로
63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원인은 기본적으로 기후변화이지만, 피해에 대비하지 못하게 만든 사회경제적 요인도 결합되어 있다. 북한의 경제회복이 늦어지면서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하였고, 시스템의 불비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더욱 확대시키는 악순환에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공유하고 있는 남북은 상호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때문에 2018년 남북 정상도 산림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극복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고 있다.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남북협력은 정치·이념의 차이를 넘어 한반도의 국토환경을 보호하고, 미래세대의 안전과 풍요를 위해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박 소 영
산림청 남북산림협력단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