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82020.10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리팅맨 ⓒ연청군청

우리고장 평화 ROAD

경기도 연천군

70년 세월이 더해진
풍경을 걷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요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평화누리길 트래킹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경기도 연천군을 지나는 평화누리길 12코스는 휴전선 아래 첫 번째 길이자 북에서 흘러내려 온 임진강 물줄기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평화누리길 12코스를 소개하는 대표적 표현은 ‘호젓한 오솔길’일 것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율무밭(연천군 특산물) 오솔길과 연강(임진강의 옛말)의 환상적인 풍경은 과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에 나오는 절경과 겹쳐진다. “오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떨어져 지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한민족이 오천 년간 함께 살았던 연강은 떨어져 지낸 70년의 시간이 더해져 더욱 간절한 풍경이 됐다.



Scene. 1 코스의 시작점 군남댐 홍수조절지
평화누리길 12코스의 시작점인 군남댐은 북한의 황강댐 방류에 대비하고 임진강의 홍수조절을 위해 지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홍수조절 전용 단일목적댐이지만, 임진강 유역의 한정된 수자원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군남댐은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4월5일댐과 황강댐을 건설한 이후 임진강 유역에서 일어나는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 3,181억 원을 투입해 건설됐다. 그러나 군남댐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9년 북한이 황강댐 물을 무단 방류했고, 이로 인해 연천에서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2011년 8월 완공 예정이었던 댐 공사는 완공 시기를 앞당겨 2010년 6월 완공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평화누리길 12코스 시작점 군남댐 ⓒ연청군청
+ Trip Adviser
임양정 간사 ㅣ 얼마 전 폭우 때도 TV에 군남댐 상황이 계속 보도됐어요. 북한이 미리 방류 상황을 알려줬다면 좋았을 텐데… 많은 비용을 들여 댐을 짓고 관리하는 것을 보면 ‘평화는 경제’라는 말이 새삼 와닿습니다.

Scene. 2 언젠가는 돌아올 인사를 고대하는 그리팅맨
연천군 옥계리 옥녀봉 정상에서 북녘을 향해 인사하는 그리팅맨이 위용을 자랑한다. 북한에도 그리팅맨을 세워 남과 북이 서로 인사하는 평화의 상징을 만들어보자는 담대한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형이다.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 ‘그리팅맨’은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입상이다. 숙인 고개의 각도는 15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각도라고 한다.

그리팅맨은 평화와 소통을 염원하는 작가와 지자체가 진통 끝에 이루어낸 의미 있는 성과물이다. 2016년 연천 옥녀봉에 그리팅맨을 먼저 세우고, 마주하는 북측(황해남도 장풍군 고잔상리 마량산)에 남쪽을 향해 인사하는 그리팅맨을 세우겠다는 담대한 계획이었다.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하는 조형물을 세운다면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아름다운 상상이다. 평화도시를 꿈꾸는 연천의 랜드마크가 된 그리팅맨. 그가 전하는 화해의 인사가 북쪽 동포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본다.
+ Trip Adviser
최영효 위원장 ㅣ 12코스를 걷다가 꽤 땀이 날 때쯤 보이는 그리팅맨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저 멀리 북녘땅이 보이는 옥녀봉 정상에서 느끼는 웅장함! 연천군협의회 청년분과에서는 이 코스를 활용한 청년사업을 경기지역회의 청년들과 함께 계획하고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Scene. 3 전쟁이 만들어낸 풍경, 평화의 상징일까
그리팅맨 뒤로 펼쳐진 차탄천변을 따라 걸으면 경원선의 옛 역사들이 이어진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푯말로 유명했던 신탄리역에서 불과 10분만 이동하면 고대산에서 등산을 즐길 수 있다. 과거 경원선 철도가 끊겨 있는 철도중단점(현재는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철로가 이어져 있다가 1호선 전철이 연천역까지 연결되며 철로 운영이 중단됐다.)인 연천군 신탄리역에 인접한 고대산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으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고대산 정상에서는 북녘의 철원평야와 6·25전쟁 격전지인 백마고지, 금학산과 지장봉·북대산·향로봉은 물론 한탄강 기슭의 종자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푯말로 유명한 신탄리역 ⓒ연청군청

12코스의 종착지인 신서면 대광리 역고드름 ⓒ연청군청


분단의 한, 망향의 한이 굽이쳐 북녘이 그리울 때, 멀리서나마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3대 명산(고대산, 복계산, 지장봉) 중 하나인 이곳에는 해마다 6월이면 분단을 체감하려는 많은 등산인들이 찾아온다. 수려한 전망과 적당한 코스 등 최적의 산행코스를 갖췄음에도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웬만한 지도에는 감춰진 산이다.

평화누리길 12코스의 종착지는 역고드름이다. 6·25전쟁 때 북한이 탄약고로 활용하던 폐광이 미군의 폭격을 맞았다. 이때 천장에 생긴 틈으로 물이 떨어지며 독특한 자연현상인 역고드름이 만들어졌다.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이곳에서는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수백여 개의 역고드름을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가 자연현상과 맞물려 평화를 상징하는 양초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신탄리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고대산 ⓒ연청군청
+ Trip Adviser
임양정 ㅣ 한 시간 남짓 걸으며 훼손되지 않은 날것의 자연을 보니 훗날 항구적 평화가 찾아온 DMZ는 전 세계 그 어떤 것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한민족의 선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최영효 ㅣ 민주평통 위원 여러분! 우리고장 평화로드 연천군 편을 꼭 읽어보시고, 연천의 평화누리길에서 만나요!

+ Information
평화누리길 12코스
군남댐홍수조절지~신탄리 역고드름 28.2㎞(약 7시간 소요)
군남홍수조절지 : 군남면 선곡리 617(솔너머길 99)
신탄리역 : 신서면 대광리 169-2

임 양 정 임양정 자문위원 (연천군협의회 간사) 최 영 효 자문위원 (연천군협의회 청년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