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82020.10

기획_코로나19 이후...

스포츠에서도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비대면,
현장 살리는 정책 시급

멈춰버린 스포츠 현장
코로나19는 전에 없던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만들어 냈고, 모두에게 멈춤과 거리두기를 준수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정부는 지난 3월 22일부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이어 8월 30일 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을 선언하고 전염병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최대한 집 안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다. 불요불급한 모임, 외식, 행사, 여행 등은 연기하거나 취소, 외출 자제,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집단 감염이 높은 종교시설,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의 운영 중단이 그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권고’가 아닌 「감염예방법」에 따른 강제 집행이나 다름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적 이행을 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을 점검하고 위반시설은 집합금지명령 발동, 감염예방법에 따른 처벌(벌금 300만 원)과 함께 확진자 발생 시 입원·치료비 및 방역비 손해 배상(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계에도 변화가 일었다. 프로 스포츠는 선수와 팬이 격리되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실내외 공공체육시설은 폐쇄되었다. ‘집단감염 위험시설 운영 제한 조치’에 따라 체력단련장, 체육도장 등 민간체육시설업은 운영 제한이 이루어져 국민의 스포츠 활동은 거주 공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에서 제한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뿐만 아니다. 학교 내 체육 활동이 전면 중단(정규교육 포함, 학교 스포츠클럽, 방과 후 학교 등)되어 학생들의 신체 활동 저조로 인한 성장·발육 저하 등의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체육과 관련해서는 전국체전, 각종 종목별 전국 및 지역대회, 생활체육대회 등이 취소되어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뿐 아니라, 대회와 관련한 각종 연계 업종(이벤트, 중계, 광고, 관련 업계 종사자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끝을 알 수 없는 위기 속에 빠져드는 스포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이 앞다투어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을 제한하자 스포츠분야에서도 올림픽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요 대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대회 1년 연기,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취소 등 세계선수권대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대회가 전면 중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대회 중단 및 취소는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와 종목별 단체의 경영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스포츠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킨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현안대응팀이 2020년 4월 산출한 스포츠산업 현장의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 국내 스포츠산업 전체 예상 매출액은 약 53조 5,920억 원으로 추산되며 전년(80조 9,550억 원 추산) 대비 약 33.8%의 감소가 예상되었다. 집단 및 대면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시설업, 스포츠서비스업의 경우 회원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고정비용 부담 등으로 일시적 휴·폐업이 잦아지고, 이를 계기로 전체 고용인원(45만 3,000명)의 약 33.4% 수준인 15만 1,300명이 감원될 것이라는 추정치가 도출되기도 하였다.

LPGA에서 진행한 스크린골프 경기 장면 캡쳐

온라인으로 진행된 벨기에 사이클 대회 투어 오브 플랜더스 장면 캡쳐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인 ESPN은 지난 5월 2일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스포츠 관련 산업의 손실액이 1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 미국 프로 스포츠의 경우 프로농구(NBA)와 아이스하키리그(NHL)가 잔여 정규리그 일정을 취소했고, 야구(MLB)와 축구(MLS)도 남은 정규리그 일정의 50% 이상에 관중 입장을 허용한다는 전제하에 55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기도 하였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 연기로 인해 약 7조 3,900억 원의 손실이 초래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스포츠분야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속에 떠오르는 새로운 스포츠
위기가 발생하면 그를 기반으로 하는 대체재를 찾아내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사회적 본능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공공체육시설과 주변 근린공원의 체육시설, 놀이시설과 다중이 이용하는 민간체육시설이 폐쇄되고, 각종 체육대회 등이 중단 또는 취소되면서 이를 대체하는 다양한 스포츠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스포츠 활동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온라인 홈트레이닝이 유행하고 가상경기대회 개최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스포츠현상 중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벨기에에서는 유명 사이클 대회인 ‘투어 오브 플랜더스(Tour of Flanders)’가 비대면·온라인 인도어 사이클링 플랫폼을 활용하여 개최됐다. 이는 지난 4월 5일 인사이클(inCycle, 사이클링 미디어)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포뮬러원(F1) 운영주체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는 3월 22일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됨에 따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이벤트 경기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유튜브를 통해 중계했다.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가상 F1 대회를 온라인으로 관람했다. 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중단되자 5월 25일 국내 스크린골프업체(골프존)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스크린골프 경기를 개최했다. 이 경기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 2명의 여자프로골프 선수가 참여했으며, 우승 상금 1만 달러는 코로나19 극복 성금으로 기부되었다.

국내에서도 마라톤이나 태권도 종목 등에서 가상경기대회가 실시됐다. ‘2020 GIVE ’N RACE VIRTUAL RUN’ 비대면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들이 GPS 앱을 활용하여 원하는 시간·장소를 선택하여 뛰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대회 참가비 전액은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아동 및 청소년 지원기금으로 기부됐다.

태권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제주평화기 태권도 대회’가 잠정 중단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태권도 영상경연대회를 개최하고, 대회 영상을 유튜브와 SNS 채널로 제공해 관람객들이 온라인으로 경기 영상을 시청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겨루기 대신 격파와 품새 등을 바탕으로 경쟁했으며, 이 영상을 바탕으로 평가해 순위를 결정했다. 이렇게 개최된 대회들은 모두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온라인·모바일 기기를 통해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하여 대회 관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권도 가상 겨루기 장면 ⓒ태권도원
변화하는 스포츠 패러다임에 맞춰 비대면 스포츠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이처럼 코로나19는 스포츠 현장에 새로운 생태계인 비대면 스포츠활동을 증가시키고 있다. IT 영상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스포츠활동이 코로나19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스포츠분야에서의 비대면 활동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도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 프로젝트로써 비대면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포츠 관련 영상 및 기타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운영하고, 비대면 체육활동 참여 시에도 양질의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이 담보된 다양한 콘텐츠 발굴 및 제작 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자가 체력관리 방법, 운동수칙 등을 보급하고, 학교 및 공공체육시설 등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가상현실 스포츠 체험공간 설치를 확대하여 비대면 취약계층을 위한 사각지대 해소에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스포츠 패러다임에 맞추어 스포츠분야 비대면 기술(UT) 연구개발 지원, 스포츠산업의 비대면 시장 확대를 위한 상품개발,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비대면 유통 시스템’ 구축, 스포츠 1인 미디어 창작자 발굴 및 창업지원 등을 통해 비대면 스포츠 생태계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코로나19는 분명 스포츠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모든 스포츠활동의 중단으로 스포츠 현장은 아사 직전으로 내몰렸다. 국민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코로나19의 창궐로 심신이 피폐할 정도에 이르렀다. 코로나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아직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전 국민의 헌신적 참여 속에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모범적 방역관리를 실시하여 순차적으로 스포츠 현장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있다. 새롭고 다양한 스포츠활동 메커니즘도 출현하고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세밀한 정책 프로그램도 좋다. 아니, 전 국가적으로 적용하고 전 국민이 영향을 받는 정책수립은 당연히 세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스포츠가 멈춘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이다. 스포츠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스포츠 현장을 살리는 정책이 지금 당장 무엇보다 필요하다.

성 문 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정책연구실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