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82020.10

통일칼럼

미·중의 시간을
한반도의 시간으로

제46대 미국 대통령선거가 막이 올랐다. 미국 대선 화두에 중국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후보 상호간 비방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 근저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사회주의 중국’의 부상을 더는 용인하기 어렵다는 미국 내 여론이 깔려 있다. 미·중 무역 마찰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기술, 통화를 거쳐 이념과 제도 그리고 시진핑의 리더십을 정조준하는 등 갈등이 더욱 강화되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중국도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이 패권의 여유를 잃고 있다는 점잖은 비판에서부터 코로나19로 수많은 사상자를 양산하는 미국식 거버넌스와 민주주의의 한계와 민낯을 파고들고 있다. 이와 함께 마르크스를 다시 호명하면서 ‘중국의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내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까지는 이러한 전략 구도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신냉전, 재냉전, 냉전 2.0 논의가 등장했다.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나 전방위적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은 미국 대선을 고비로 일시적으로 꺾일 수는 있겠지만, 미·중관계를 과거의 ‘협력 속 갈등’으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미·중 갈등의 도화선은 중국의 ‘주변’인 동아시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타이완, 남중국해, 한반도가 그 시험대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특히 미국은 ‘동맹’의 이름으로 한국에게 정책적 선택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화웨이 통신장비 배제, 중거리핵전력 배치,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확장, 홍콩·대만·신장-위구르 등에 대한 가치 공조 요구로 표면화되었다.

한편 중국도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을 한 바 있고, 향후에도 자국의 국가이익이 침해된다고 보면 한국의 높은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활용한 압박을 강화할 개연성도 있다. 실제로 한국이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제 등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고,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상쇄시키기 위한 역할 공간을 확대하고자 할 것이다.

이처럼 미·중관계가 복잡성을 띠면서 한반도 문제도 점 차 미·중관계의 시계(視界)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다시 말해 미·중의 시간을 한반도의 시간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한반도 관리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돌파전략이 시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북한도 생산성 향상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고 원론적으로는 외부 자본을 투입해야만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한국의 역할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한국의 ‘독 묻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환경의 변화를 수세적으로 기다리기 보다는 과감한 정책 의지 실천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대홍수도 매우 불행한 사건이다. 그러나 북한이 추구하는 의료선진화를 지원하고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통한 신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회로의 하나는 안정적인 북·중 관계를 활용한 남·북·중 협력에서 모멘텀을 찾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개최하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희 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