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82020.10

2020 민주평통 여성평화회의

Act Like Women!

여성리더,
한반도 평화를 품다

2020년은 한국전쟁 70주년, 베이징 행동강령 채택 25주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 채택 20주년 등 여성과 한반도 평화에 큰 의미를 갖는 해이다. 이에 민주평통은 평화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을 논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월 22일 서울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0 여성평화회의에서는 여성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모여 코로나19 시대의 평화를 이야기했다.

‘여성리더, 한반도 평화를 품다’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된 2020 여성평화회의는 지역과 학계, 시민사회단체에서 모인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과 활동을 공유하고 새로운 평화활동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처음 기획했던 것과 달리 규모는 대폭 축소됐지만,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누구나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행사로 치러졌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신낙균 민주평통 여성부의장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평화는 공존 위에서 지속가능하다
신낙균 여성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여성자문위원들이 평화에 보다 관심을 갖고, 역량을 강화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성평화회의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우리에게 ‘평화’는 전쟁과 억압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질병, 바이러스, 대기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인간의 생명과 삶이 상실되고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며, “평화는 인간안보와 사람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평화는 남북은 물론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누리고 자연 생태계와 공존할 때 지속가능하고, 그 바탕 위에서 번영도 도모할 수 있다”며, “여성들이 평화를 이루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정세현 수석부의장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함께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여성이 평화 만들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며 두 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첫째는 미·중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공공외교에 나서는 것이다. 그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만으로는 평화를 만들기 어렵다”며, “여성자문위원들이 미국이나 중국의 여성 지도자들과 만나고 교감하면서 그들이 평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이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과제로 남북 협력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공감과 동의가 필요한 만큼, 여성자문위원들이 우리 사회의 냉전의식을 극복하고 상호 적대의식을 완화하는 데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19기 민주평통이 여성과 청년의 비율을 늘리고 국민참여공모제를 통해 조직의 민주성과 다양성을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성별, 세대, 민간을 넘나들며 평화를 만드는 민주평통 활동이 평화통일 시대를 앞당기고 있으며, 이러한 장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성, 평화 위해 더 많은 목소리 내야
개회식에 이어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의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김 전 총장은 ‘한반도 평화와 여성리더십’을 주제로 여성들이 어떻게 평화를 이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함께 이야기했다. 특히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를 언급하며, 1325 결의안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 12개 목표 중 두 가지 목표(국방·안보·평화·통일·재난·위기분야 정책에서의 성인지 접근 확대, 국방·안보·평화·통일분야에서 여성참여 확대)에서 여성의 참여와 성평등을 제시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3기 국가행동계획에 민주평통이 참여하기로 한 만큼, 민주평통 여성자문위원들이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을 평가하는 단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총장은 19기 민주평통의 활동 방향 중 하나가 여성과 청년의 역할을 높이는 것이고, 여성자문위원의 수가 전체의 40.3%에 달하고 있음에도 부의장, 분과위원장, 상임위원 등 주요 직책에서는 여성 비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주평통 내에서의 여성 리더십 을 기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민주평통 여성들이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 평화인식의 공유와 확대, 평화역량을 길러야 함을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매 단계마다 성인지 감수성이 통합되고, 여성의 충분한 참여가 이루어져 여성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의 평화와 여성
기조강연 후에는 ‘코로나 시대 여성평화의 길’을 주제로 4명의 여성 리더들이 참여하는 첫 번째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최광기 토크컨설팅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는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이수정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이성애 민주평통 대전지역회의 여성위원장이 참여했다. 토크콘서트는 4명의 여성들이 각자 생각하는 평화와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김정수 상임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평화의 개념이 안보 위주에서 여성, 안전, 기후, 생태계 등을 포함한 인간안보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성의 안전과 안녕이 더욱 취약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코로나19 시대의 여성평화운동은 위험, 위기, 재난을 포함한 포괄적 관점의 인간안보를 고민하고, 남북이 어떻게 협력을 이룰 수 있을지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수정 교수는 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로 ‘반평화적인 문화’를 꼽으며 “한국 사회는 심지어 평화에 대한 이야기도 반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분단문화’를 꼽으며,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을 거치며 내 편과 적을 가르는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평화도 전쟁같이 지켜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던 우리에게 평화 담론에서 소통, 배려, 돌봄, 생태, 공존 등의 가치는 평가절하돼 왔다”며 “코로나19 이후 이처럼 평화담론에서 주변화된 가치들을 중심 가치로 바꾸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평화와 교육을 연결하는 활동을 하는 문아영 대표는 “최근 교육부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선생님들도 여전히 북한을 우호적으로 표현하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경험을 전하며, 서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평화를 생각할 때 한국을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코로나19로 모두가 연결된 현시점에서는 남북을 넘어 동아시아, 세계로까지로 평화의 의미를 넓게 활용하는 교육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성애 위원장은 지역회의와 지역협의회 여성위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해 만들어가는 평화 팟캐스트를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팟캐스트를 통해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장이 만들어졌다”며, “코로나19로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과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이런 시도와 도전이 모여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평화를 향한 여성들의 실천은 계속된다
두 번째 토크콘서트에서는 ‘평화실현을 위한 여성들의 실천약속’을 주제로 민주평통 상임위와 지역,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실천다짐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자리는 여혜숙 여성분과위원장의 사회로 정정숙, 김태영 민주평통 상임위원과 최경순 강원지역 여성위원장, 김영보 제주지역 여성위원장, 문지은 경기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먼저 지역 여성위원들의 활동 사항이 공유됐다. 최경순 강원지역 여성위원장은 지난해 3·1절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접경지역인 인제군 주민들과 진행한 여성토크와 19기 여성자문위원들과 함께한 여성위원 좌담회를 언급하며 “지역주민과 여성위원들의 높은 참여로 함께하는 보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영보 제주지역 여성위원장도 지역의 여성리더를 발굴하고 여성자문위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여성평화교실, 지역주민들과 함께한 평화만들기 사업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제주도 올레길 중 6코스를 평화올레코스로 정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평화를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지역주민, 관광객 등 모두가 함께하는 좋은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19기 민주평통에서 여성위원의 수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성과도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비율의 증가만이 아닌 여성의 역할과 참여의 실질적 확대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난 18기에 종교분과에서 활동했던 정정숙 위원은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의 비율을 여성분과에 참여하게 되면서 느끼게 됐다며, 민주평통이 여성분과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과에서 여성이 5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영 위원장도 “19기 들어 전체 여성의 비율은 늘었지만 여전히 참여도는 떨어진다”며 “평화는 큰 틀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부터 변화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여성의 섬세함과 세밀함이 동반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지은 사무국장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발굴된다”며 “여성만 할 수 있는 역할, 여성이 해야 하는 역할로 제한하지 말고 어떤 것이든 성별의 구분 없이 역할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주평통 19기 임기 1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평화 실현을 위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실천과제에 대해서는 토론자 대부분이 참여와 소통에 방점을 뒀다. 김영보 위원장은 10월로 예정된 2020 제주 국제 평화컨퍼런스에 여성을 주제로 한 세션을 마련했다며 “제주 여성들의 평화 담론을 형성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를 평화 인권의 섬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목표를 전하며 “민주평통 여성위원들이 지역회의와 협의회에서 평화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자”고 강조했다.

최경순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완화되면 DMZ 평화의 길 걷기 행사,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원탁회의 등 미뤄뒀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며 “올해 여성위원들의 활동을 바탕으로 내년 사업을 더욱 내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영 위원은 민들레 사랑방을 제안했다. 김 위원은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서 퍼트리는 생명력은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하며 “평화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민들레 사랑방을 만들어 지자체와 여성단체, 민주평통이 함께 협력한다면 우리 삶에 평화가 스며들고 함께 소통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정숙 위원은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평화와 통일감수성 형성이 필요하다”고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평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에는 남녀가 동등하게 협상테이블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남북 또는 국제적 평화협상테이블에 여성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지은 사무국장은 “여성들의 경우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직함이나 지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화활동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실천하고 참여해야 한다”며 “앞으로 개최될 경기 여성평화포럼에 민주평통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이 함께해달라”고 밝혔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많은 이들이 평화의 개념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닌 일상과 주변에서의 평화를 여성들이 지치지 말고 말해야 하는 이유다. 장시간 진행된 여성평화회의를 마무리하며 신낙균 여성부의장은 “민주평통의 여성자문위원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해서 발전시켜 나가자”며 “여성이 성평등한 한반도 평화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데 앞장선다면 자연스럽게 여성의 역할도 강화될 것”이라 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비록 많은 인원이 오프라인 공간에 모이지 못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수백 명이 참여하여 실시간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하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여성들이 품은 평화이야기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전달되는 나비효과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