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92020.11

지난 6월 19일 중국과 국경 충돌로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인도에서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연합

국제

중국 견제하며 신동방정책 펼치는 인도,
신남방정책 위한 협력 높여야

국경분쟁으로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인도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태평양전략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변화된 대외정책을 살펴보고 한국의 신남방정책 추진을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올해 6월 15일 히말라야 인도-중국 접경 라다크 지역의 갈완 계곡에서 인도와 중국군의 충돌로 인도군 2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1975년 이후 양국 간 국경분쟁에서 처음으로 인명이 사망한 군사충돌이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 3,400㎞에 걸친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분쟁이 발생한 히말라야 인도-중국 접경지역 카슈미르 내에 위치한 라다크 지역은 양국이 국경을 맞대고 오랫동안 다툼을 벌여온 곳이다. 양국은 그동안 경계가 모호한 실질통제선(the Line of Actual Control)을 중심으로 국경분쟁을 통제해 왔으나, 최근 중국이 히말라야 지역에 군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양국 간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6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이후 양국은 수차례 군사·외교 회담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 시도했지만, 이 지역에서 군사대치와 긴장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반중감정 폭발이 불러온 인도의 신동방정책
중국과의 국경분쟁으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은 인도 내에서 반중감정의 폭발로 나타나고 있다. 갈완사태 이후 인도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불태우고 화웨이 등 중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 정부도 전자제품 등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인·중 국경분쟁으로 야기된 양국 관계 악화는 최근 인도의 대외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그동안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인도가 최근 매우 적극적으로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도의 향후 외교행보는 미·중 패권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에 안보위협을 느끼는 인도는 모디 총리하에서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을 핵심 외교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들과 협력강화를 적극 추구해 왔다. 특히, 인도는 최근 2017년 이후 인도양에서 미국 및 일본과 공동으로 실시해 온 말라바르(Malabar) 해상 군사훈련에 호주를 초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로써 인도는 중국의 해양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견제하려는 미국과 안보적으로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인도는 그동안 중국을 배려해 호주의 말라바르 훈련 참여를 거부해 왔지만, 인도의 입장 변화로 미국이 중국 견제 목적으로 추진해 온 미·일·인·호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는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인도는 최근 장관급으로 격상되어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일본에서 개최된 쿼드 4개국 외교장관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중국 견제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다극적 국제질서 추구해 온 인도의 외교노선
인도는 과거 냉전기부터 서방의 패권적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권력 분산적인 다극적 질서를 선호하면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진영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비동맹 외교 노선을 견지해 왔다. 인도의 전통적 외교전략은 미·중·러 등 주변 강국에 대한 일련의 균형정책을 통해 다극적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하나의 독자적 세력으로서 일정한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조에 기초해 왔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위협을 느끼는 인도는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침해하는 중국의 일방주의적 대외 행동에 대한 외교적 견제, 그리고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장기적 헤징(Hedging, 위험 회피)으로써 미·일 등 서방국가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견제와 동시에 적극적으로 협력적 관계도 구축하고자 하는 다면적 성격의 대중국 정책을 추구해 왔다. 인도는 미국과 달리 중국과 전략적 대결(Confrontation)을 추구하기 보다는 중국과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중국과 협력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즉, 중·인 양자 관계가 다양한 갈등 요인으로 인해 상호 간 신뢰의 결핍(Trust Deficit)을 가지고 있지만, 양국 간 갈등이 분쟁으로 치닫기보다는 이를 관리하여 양국 관계의 안정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인도의 중국에 대한 그동안의 기본 입장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는 국경분쟁 및 인도양 해양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으면서도, 이외의 양자 및 글로벌 이슈들에서 중국과 적극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인도는 중국 주도의 안보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BRICS) 국가들과 신개발은행(NDB, New Development Bank) 설립,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 등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통화 제도 및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의 미국 비판 지지 등 주요 글로벌 이슈에서는 중국과 보조를 맞추어 한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협력해 왔다. 인도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제한적인 범위에서 참여해 왔지만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그 어떤 강대국과의 외교적 협력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외교노선을 견지해 왔다.

지난해 2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한한 모디 인도 총리와 청와대에서 정상 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연합

대중 견제 강화하며 미국과 전략적 협력 강화
하지만 2014년 이후 인도는 미국, 일본 등 서방 국가와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면서 중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후 중국이 추진하는 대외정책, 특히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포하면서 팽창주의적, 공세적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인도는 매우 강한 안보적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 지향점이 아시아에서의 패권 구축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다극적 국제질서의 구축과 독자적 강대국으로서 영향력 확대를 지향하는 인도로서는 이러한 중국의 패권 추구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은 인도양 및 벵골만 지역에서 중국해군 함정 및 잠수함의 활동을 대폭 증대시켜 해양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인도의 안보 우려를 매우 자극해 왔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은 인도양의 맹주를 자처해 온 인도에 매우 심각한 안보 위협을 야기한 것이다. 이와 아울러 인도의 대중국 안보 견제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것은 인도를 둘러싼 서남아, 인도양 및 벵골만 지역에 중국이 군사적 용도로 전용 가능한 다수의 심해항(Deep Seaport)을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사업 추진이라는 경제적 명분하에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도와 인접한 스리랑카의 함반토타(Hambantota) 항구, 그리고 인도와는 적대적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의 과다르(Gwadar) 항구 개발을 인도는 자국의 해양안보에 대한 직접적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주력 프로젝트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건설 추진은 인도의 대중국 견제를 촉발한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CPEC가 인도·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Kashmir) 지역을 관통함으로써 인도의 영토주권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슈미르 지역을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는 인도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이 지역에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을 자국의 영토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는 일대일로 구상의 전략적 동기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면서, 중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팽창주의적인 대외정책에 안보적 위협을 느끼는 인도는 최근 라다크 국경분쟁을 계기로 중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도의 대중 견제 강화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독자노선을 견지해 온 기존 외교정책을 벗어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신남방정책’과 인도 ‘신동방정책’ 간 시너지 기대
인도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다. 신동방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인도 모디 총리는 취임 이후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매우 적극적 자세를 보여 왔다. 특히 인도는 한국의 발전 경험 전수, 기술 전수 및 투자 유치에 대해 기대가 매우 높다. 정치적으로도 인도는 한 국과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양국 간 외교안보적 이해도 크게 상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로서 인도의 외교 안보적 가치는 매우 크다.

한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인도가 경제적, 외교적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과 크게 상충되지 않는다. 오히려 강대국으로 급속히 부상한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협력국가로서 인도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는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제정치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 또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기반 확보 차원서도 인도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양자 차원에서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을 확대하여 지역 안보에 대한 양국 간 ‘전략적 신뢰’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 원 기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