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92020.11

공감채널

보건의료 전문가에게 듣는다

코로나 시대의
남북 보건의료협력

지난 10월 21일 보건의료 분야의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병원과 약국, 한의원을 운영하는 자문위원을 비롯하여, 민간에서 보건의료협력 사업을 하는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남북 보건의료협력 방안과 민주평통의 역할을 소개한다.

코로나 시대의 남북교류는 보건의료협력부터 시작
간담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남북의 방역·보건협력 현황을 공유하는 발표와 함께 시작했다. 먼저 차덕철 통일부 인도협력기획과장이 ‘정부의 남북 인도협력 정책 추진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 추진한다는 원칙을 갖고, WHO 모자보건사업(500만 불), UNICEF 모자지원사업(350만 불), WFP와의 업무협약 체결 및 영유아·여성지원 사업(1,000만 불) 등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와 물자이동 차단, 모니터링 불가 등으로 남북교류환경이 좋지 않지만 변화의 기회가 오면 보건의료 분야가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민간단체,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보건의료와 재해재난에 대한 종합적인 남북협력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된 북한의 교류협력 정책, 인민의 혜택 우선하며 남쪽의 이익도 고려
이어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이 민간의 협력사례를 토대로 ‘남북 보건의료협력사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민간단체들의 보건의료사업은 크게 ▲북한 병원 현대화 사업, ▲의료기술 이전과 의료인 교육사업, ▲의약품 생산시설 지원, ▲전염병 질환 관리사업 등 네 가지 분야라고 소개했다.

그는 협력 사업의 내용이 조금씩 변화되어 왔지만, 보건의료인 간의 교류가 병원을 몇 개 짓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보건의료인딜의 자유로운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2018년을 기점으로 북한의 교류협력 접근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이 요구하는 것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남북이 공리공영하는 관계”라며, “북한은 협력사업을 할 때 남쪽에 돌아가는 혜택이 무엇인지와 함께 인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무엇인지 묻는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빛나는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최근에는 규모가 작더라도 지역에 파급효과가 있고 인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 농축산, 주거, 에너지, 인프라 등 종합 개발사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류협력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국민 공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민간단체도 이제는 우리 내부의 지지와 공감을 높이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환 민주평통사무처장

차덕철 통일부 인도협력기획과장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의료인들이 제안하는 보건의료협력, 코로나19 대응하여 남북 간 비대면 원격진료 모색
이에 대해 보건의료 분야 자문위원들은 병원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남북 보건의료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은 “북한의 보건의료 역량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협력사업의 수준과 전개방식을 정할 수 있다”며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조사가 필요하고, 국가차원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대종 중화한방병원 이사장은 안양시 차원의 협력에 기대를 표하면서 “소아병동 지원이나 지역별로 자매결연을 맺어 협력하는 등 민간차원에서 작은 교류를 시작해 국가 간 교류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정성 아이안과의원 원장은 최근 의료수준은 장비가 결정한다며 “장비 지원과 시스템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연 김포약국 대표는 코로나 시대에 맞는 보건의료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약품 공급뿐 아니라 의료기술을 전수하고 공유하는 작업도 중요한 만큼 “원격 진료처럼 의료인들이 비대면으로 북한의 의료인과 환자를 만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명숙 전 대한약사회 정책단장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의약품을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지역에서 생산하여 남북에 공급하고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민주평통, 구석구석 교류협력 토대 만들어 나가야
민주평통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국민적 공감을 높이고 교류협력의 토대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참가자들은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인식개선 활동,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기금 조성 촉진과 지자체와의 협력 강화, ▲남북 생명공동체 실현을 위한 생명·안전 캠페인과 북한의 보건의료를 지원하는 연대기구 구성 등에 민주평통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환 사무처장은 “교류협력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만들고, 지자체의 교류협력조례제정 등을 지원하면서 구석구석에서 남북교류의 토대를 만드는 일을 시작해 나가겠다”며 자문위원들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