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중·일 평화포럼
코로나 이후의 동아시아,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누구도 원치 않는 신냉전 도래,
한·중·일 협력으로 극복해야
10월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중·일 평화포럼이 열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개최한 이번 행사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코로나19 이후 전환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동북아시아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과 일본의 주대한민국 대사를 비롯하여 한·중·일 전문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했다.
미·중 갈등과 미국 대선, 일본의 새 내각 출범, 중국의 부상, 그리고 코로나19라는 팬데믹까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현상들이 겹쳐 있는 동아시아. 그 중심에 있는 한·중·일 세 나라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한·중·일 평화포럼은 그 답을 찾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일본지역회의 김광일 부의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포럼을 개최하게 됐다”며 “한·중·일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교류를 이어왔으나 역사의 굴레에 얽혀 갈등과 반목을 쌓아가고 있다. 인류공동체의 번영과 생존을 가로막는 문제를 한·중·일이 화합과 협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환영사에서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시대고, 그 핵심은 한·중·일”이라며 “정치·경제·안보 등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세 나라가 긴밀히 협력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 동아시아가 세계를 선도해 나가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사무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의 성공적인 릴레이 올림픽과 국제적 보건의료협력을 통해 동아시아 생명·평화공동체로의 진전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박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도미타 코지 주대한민국일본국대사관특명전권대사, 싱하이밍 주대한민국중화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도 함께 참석해 포럼 개최를 축하했다.
+ Key Point
“한·중·일 평화포럼 개최를 축하합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ㅣ
“동북아에서 대립적 냉전을 막을 수 있는 완충 장치가 한·중·일 정상회의 … 지구를 지키는 노력에도 한·중·일 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 이번 포럼이 평화협력의 모티브를 만드는 기회가 되길”
박진 국회의원(국민의힘)ㅣ
“북한의 비핵화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 기반해 3국이 평화와 번영의 뜻 모아야 … 미국 대선 이후 한·중·일이 미국의 동아시아 관련 정책과 공약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도미타 코지 주한일본대사ㅣ
“한·중·일 3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 평창, 도쿄, 베이징까지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축제를 계기로 세 나라의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길”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ㅣ
“국제사회는 ‘네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네가 있는(你中有我, 我中有你)’ 운명공동체 … 전략적으로는 상호 신뢰와 협력을, 경제적으로는 상호 윈윈을, 안보적으로는 영구적 평화 위해 노력해야”
코로나19 이후,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신냉전,
미·중이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야
개회식 후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문 특보는 ‘전환기 동아시아 평화모색’을 주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질서에 미친 영향과 동아시아의 상황,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일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먼저 코로나19는 과거의 전염병과 달리 개발도상국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공황, 대불황에 이어 대봉쇄의 상황에서 경제적 타격, 실업자의 증가, 복지 문제 등이 이어지고 심리적 공황사태도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는 국가중심의 안보에서 인간안보로 안보의 개념을 바꾸고,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세계화의 흐름도 이제는 탈세계화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질서에 대해서 문 특보는 신냉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패권 부상을 경계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동맹국과 우방국에게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신냉전 구도의 정당성이나 합리성에는 회의적이라며 “우리는 지난 45년간 미소 냉전 속에서 분단되고 전쟁과 대립을 겪으며 고통을 받아왔는데, 이런 냉전 구도가 다시 나타나는 것에 찬성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신냉전의 부활은 누구 하나가 지고 누구 하나가 이기는 ‘제로섬’이아닌 모두가 손실을 보는 ‘네거티브섬’의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를 피하려면 미·중이 건설적인 대화 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는 동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병행 추진이 중요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동아시아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한·중·일 협력으로 동아시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시대 열어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미·중의 건설적 대화로
신냉전 상황 극복해야”
한·중·일에서 시작하는 동아시아 평화 전략
기조연설 후에는 ‘팬데믹 이후의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중·일 협력방안’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사회를,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왕이저우 베이징대 교수,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호리야마 아키코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이 참여했다.
먼저 고유환 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발화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국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과 한·중·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신냉전은 과거의 냉전과 다르다”며, “지금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분업과 협업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각 나라가 벽을 쌓는다 해도 과거의 냉전처럼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이저우 교수는 문정인 특보가 기조강연에서 언급한 미·중 간 신냉전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동북아 지역은 현재 하나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갈림길 중 하나는 팬데믹을 극복하고 경제와 국민의 생활이 향상되는 좋은 시나리오가, 다른 하나의 길은 신냉전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는 나쁜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냉전을 막기 위해 한·중·일을 포함한 관계 국가들이 노력해야 한다”며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신쟁전이 벌어지지 않는 근거로 중국은 신냉전이 도래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어느 나라도 양 진영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인류공동체를 함께 건설하는 쪽으로 중국의 가치가 바뀌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소에야 교수는 아시아의 질서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중·일 3국은 함께 공존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중·일에는 각각 자민족중심주의가 존재하고, 이것이 외교 전략에 녹아 있어 각국의 관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민족중심주의의 존재 위에 한·중·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신뢰의 전제는 공감이며 공감의 발현은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신뢰 구축이 시민사회, 언론, 기업, 지식인 등을 포함해 전 사회적으로 정착된다면 한·중·일의 협력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정의 동아시아, 우리는 넘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이희옥 교수는 왕이저우 교수가 신냉전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지만, 자신은 미·중관계가 추세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신중한 비관론’을 제시했다. 그는 “미·중 모두 다른 생각으로 세계를 설계하는 상황이고, 각 나라의 국민들도 상호인식이 점차 나빠지고 있어 이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완전한 디커플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왕이저우 교수의 말에 공감하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점차 상실해 가는 지금 중국의 대외전략과 한·중·일 협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양기호 교수는 지난 20년간 경제성장을 보면 중국이 11배, 한국이 3배 성장했으며, 과거 엄청난 경제 규모를 자랑했던 일본과의 격차도 줄어들어 점차 수평적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결과 “한·중·일이 대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반대로 동북아에 긴장과 갈등이 악화될 가능성도 불러오고 있다”며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말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 일본의 조건부 참석 통보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며 “교섭과 대화를 통해 연내에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한일 간의 공통점과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리야먀 지국장은 도쿄올림픽과 평화프로세스 진전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호리야마 지국장은 스가 총리가 국회 연설에서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으로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한·중·일 정상회담도 과거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함께 협력하자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스가 총리도 참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 대선 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북정책이 검토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정리된 후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시간 이어진 포럼을 마무리하며 김기정 교수는 ‘우리는 우리가 만든 세상 속에 살고 있다’는 국제정치 이론을 언급했다. 그는 “근대부터 현대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중·일 3국은 동아시아라는 공간에 무엇을 만들어 왔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며 “동아시아는 화해의 부재, 갈등, 지역 아이덴티티, 내셔널리즘 등의 단어로 묘사되며, ‘불안정’이 지속적으로 이 지역을 지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왜 지속적인 불안정을 만들어 왔는가, 팬데믹 속에 전환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가가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며 오늘 참가자들의 발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동아시아 협력, 어떻게 만들까
“신냉전 막기 위해 한·중·일 포함 관계국가들이 노력해야”
“신뢰의 전제는 공감이며, 공감의 발현은 상대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
“팬데믹 속에 전환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