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국영농장, 협동농장과 함께
개인의 부업축산 발전하는 북한
북한의 축산은 중앙의 농업성(우리의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도농촌경리위원회와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의 관리하에 국영축산업과 협동농장이 중심이 되어 가축과 축산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축산업 현황을 알아보고, 남북 축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제안한다.
북한은 전체 농경지의 10% 미만으로 추정되는 1,000여 개의 국영농장에 종업원을 고용해 농축산물과 채소 및 곡류의 종자, 가축의 종축을 생산하고 있다. 축산 분야의 전문 국영농장은 종축장, 종금장, 돼지공장, 닭공장, 오리공장, 소목장, 염소목장, 토끼목장 및 배합사료 공장으로 특화하여 운영된다. 강원도 세포등판 축산기지처럼 세포군, 평강군, 이천군 등 3개의 군종합농장들을 대규모 농장으로 개편한 국영농장도 있다.
북한에는 약 3,000개의 협동농장이 있으며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가 협동농장과 그 지역에 있는 국영농장도 관리하고 있다. 군경영위원회 축산과는 종축장, 수의방역소, 인공수정소, 종금장, 종축작업반, 농산반 비육분조 등을 관리하고 있다. 1개 군에서 협동농장은 20여 개 전후로, 면적은 산간지역인지 곡창지역인지에 따라 다르나, 평균 15만 ha 정도이다. 농민은 연말결산에 따라 협동농장의 생산물을 결산받는다. 그러나 협동농장은 인프라가 부족하여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며, 장마당에서 공급되는 축산물은 개인의 부업으로 생산된 것이 대부분이다. 북한의 가축 규모와 축산물 생산은 각각 남한의 1/5, 1/10수준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02년 포전담당제 도입 이후 2012년 분조 규모를 가족단위 3~4명으로 줄이고 초과생산물에 대한 자율처분권을 확대하는 6·28 조치를 단행했다. 2014~2015년에는 협동농장경영 자율화와 포전담당책임제를 확대 실시하여 시장경제 방향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영농장과 협동농장 지원하는 협력 모색
대북 축산협력을 위한 로드맵을 획일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으나 북한 축산 발전을 위해 국영농장과 협동농장을 지원하는 방법이 우선되어야 한다. 축산 관련 상위기관이 잘 되면 그 파급효과가 개인 부업축산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경협 사례를 보면 북측도 이를 원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UN기구를 통한 국제적 지원, 대정부 간 및 각 지자체, 국내 NGO 및 민간단체, 농협 등 축산 관련 단체 및 협회에 의한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우량 품종의 초식가축을 기르는 북한군 제621호 육종장. 2014년 8월 김정은 위원장은 이곳을 시찰하고
“생활력이 강하면서도 증체률(체중증가율)이 높은 집짐승을 더 많이 육종하라”고 지시했다. ⓒ연합
유감스럽게도 남북은 평화 분위기가 진행되다가도 예측하지 못한 정치적 급변으로 경제협력 중단이 거듭되어 왔다. 필자를 비롯한 북한 축산 부흥에 관심이 있는 축산전문가들은 함께 회동할 수 있는 남북 축산연구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칭 ‘통일축산연구회’가 어떨까? 아니면 ‘남북한축산협력연구회’ 혹은 ‘한반도축산연구회’도 좋을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평화통일을 위해서 축산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협력하는 상호 간의 실천이 필요하다. 후대에도 남북한 축산협력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가교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북측도 전문가들을 기꺼이 동참시켜야 한다.
남북 축산협력 위해 정기적인 전문가 모임 필요
최근에는 중단되어 있지만 경종농업, 원예, 산림 등에서는 남북한협력을 위한 전문가들의 상호활동이 결실을 본 반면 축산 분야의 전문가 모임이 없었던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북한에서는 쌀, 옥수수, 감자 등 야채와 과수가 중요한 만큼 축산과 농업이 연계되는 고리형 순환생 산체계를 수십 년 동안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남북 축산전문가의 회동 없이 북한 및 한반도에서 종합적인 축산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장기적인 남북한축산협력을 위해서는 북한축산연구소를 비롯한 축산 관련 연구소. 축산과학원, 농협, 학회, 협회 등 에서 축종별(한우, 젖소, 돼지, 닭, 염소), 축산업 분야별(종축, 사료, 축산식품가공, 축산식품유통) 전문가들로 구성된 남측 연구회가 통일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조직·운영되어야 한다. 북한의 부업축산이 발전하면 농가소득이 증대되고 장마당이 활성화될 것이며, 이는 시장경제의 확대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곧 북한의 경제발전에 기여하여 평화통일 이후 후손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김 수 기
건국대학교 북한축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