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92020.11

지난 8월 30일 북한 황해남도 태풍 피해 현장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파견돼 일손을 돕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작업자들이 옥수수밭에서 강풍에 쓰러진 줄기들을 정돈하는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북한포커스

남북이 함께하는 식량안보
평화경제 이루는 발판

지난 8월 초의 집중호우와 연이은 태풍으로 남한의 농촌지역에서는 많은 농경지가 침수되고, 농업생산기반시설이 붕괴되는 등 경제적 손실과 피해를 보았다. 농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9월 15일 기준 2020년산 쌀 예상생산량은 363만 1,000톤으로 “재배면적 감소 폭은 크지 않았지만 집중호우와 연속된 태풍으로 출수가 지연되고 작황이 평년보다 좋지 못해 전년보다 11만 3,000톤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한은 선진 농업과학기술과 현대화된 생산기반정비로 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은 이번 수해로 인해 얼마나 피해를 입었으며, 식량사정은 어떨까?

이례적인 폭우와 홍수로 농경지 피해 입은 북한
북한의 정확한 피해상황은 알 수 없으나 국제적십자연맹과 유엔(UN) 자료에 따르면 8월 초 이례적인 폭우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26명이 사망·실종되었으며 곡창지대인 서해안 농경지에서는 약 4만 ha의 농지와 주택 1만 6,680채, 관개용 저수지 약 210개소 이상이 파괴되고, 관개수로가 붕괴되어 논이 침수되었다고 한다.

북한 매체에 의하면 제8호 태풍인 ‘바비’로 인해 황해남도(옹진, 태탄, 장연군 등)와 평안남도를 비롯한 지역에서 수백 정보(수백 ha)에 달하는 면적의 농작물들이 넘어지고 살림집과 공공건물들의 지붕과 기와가 벗겨지는 피해를 보았다. 9호인 ‘마이삭’으로 인해 함경남도 검덕지구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하천이 범람하여 주택 4,000여 채가 매몰되거나 유실돼 수백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0호인 ‘하이선’의 영향으로 북강원도 고성군과 안변군이 침수되고 약 1만 8,7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북한은 자력으로 자연재해 복구를 펼치고 있지만, 시멘트를 비롯한 건설자재 및 주민들의 생활필수품 부족과 불량한 식수위생 등을 정상화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해로 인한 북한의 식량사정은 어떨까?
북한은 매년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로 개인재산의 소유권 및 생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협동농장원들의 노동의욕이 저하되어 있고,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농업생산자재(비료, 농약, 농기계 등)가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농업생산기반시설(저수지, 양수장, 용수로 등)의 심각한 노후화로 가뭄 및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매우 부족하고, 원활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주: 세계식량농업기구가 1996년부터 통계를 제공함에 따라(2005년~2007년은 미발표), 1992년~1995년, 2006년~2008년 통계는 KREI, 농촌진흥청 자료임

참고: 북한의 식량생산량을 나타내는 파란색 막대가 식량소요량을 나타내는 노란선을 초과한 년도가 한 번도 없음. 녹색 막대는 부족한 식량부족분을 나타냄. 북한 식량생산량 추이는 기후 등 자연재해에 따른 변수도 있으나, 1992년 생산량과 최대 생산 연도인 2017년 생산량에는 차이가 없는 가운데 수십 년간 부족분이 발생하는 것은 농업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음.

자료출처: 국회입법조사처(2019.9.26.)

북한의 최근 10년간 식량생산량은 2009년에 급감한 이래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유지했으나 2016년과 2018년에는 생산량이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부터 3년간은 식량부족분이 잠시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최고점을 기록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이 1일 배급량을 573g에서 300g을 낮춘 273g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중순 통일부는 북한의 곡물 수요량 550만 톤에서 곡물 공급량 464만 톤을 뺀 약 8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식량부족의 주원인은 1월 말 코로나19로 북·중국경을 폐쇄하면서 곡물수입에 지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농무부는 북한의 올해 쌀 수확량을 도정 후 기준 136만 톤으로 전망하면서 1994년 이후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8월 초 집중호우와 9월 초까지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하면서 식량생산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주민의 영양부족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지난 9월 17일 세계식량농업 기구(FAO)는 3분기 ‘작황전망과 식량상황’ 보고서에 북한을 식량부족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북한 전역에서 1,000만 명이 지속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연재해는 취약계층의 인도주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의 식량부족량 예측을 위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통일부에서 발표한 86만 톤으로 보고, 북한의 ha 당 식량작물1 생산량을 2.8톤으로 가정하여, UN 자료에 따라 4만 ha가 피해를 보았을 경우(4만 ha×2.8톤/ha=11만 2,000톤)를 계산했다. 그 결과 약 97만 2,000톤(86만 톤+11만 2,000톤)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1) 사람의 식량이나 동물의 사료로 쓰는 작물로 벼, 보리, 밀, 옥수수 등
지난 8월 태풍으로 지붕이 무너지고 주택이 침수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현장ⓒ 연합
자연재해로 인한 북한의 식량부족,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① 국가안보, 식량안보에서 ‘한반도 생명공동체’로의 패러다임의 전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를 언급했다. 남북한을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인식하고 긴급구호 차원에서 정부와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과 수해로 인한 질병 예방을 위해 보건의료협력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제3국에서의 농업학술교류협력
현 대북제재하에서 남북 농업개발협력을 추진하는 데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제3국에서 남북농업전문가들이 학술교류협력을 통해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우량품종 개발 등 농업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은 과학농업기술을 강조하고 있고, 남한은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농업기술을 가지고 있어 남북이 쉽게 상호 호혜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③ 기후변화에 남북이 공동 대응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로, 남북이 함께 한반도 차원에서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라 농작물의 주산지가 북상하고 있어 호온성 작물(감귤, 수박, 참외, 고추, 토마토 등)은 늘어나고, 호냉성 작물(사과, 배, 복숭아, 무 등)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농업생산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남북이 협업해야 한다.

④ 국제기구와 연계한 농업개발협력
유엔은 ‘유엔전략계획 2017~2021’과 ‘북한 필요와 우선순위(2020.4.)’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농업개발을 통한 식량안보와 주민들의 영양상태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추진 중에 있다. 이런 사업에 남한의 민관이 국제기구와 연계하여 북한의 식량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2020년 북한은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지만, 북한의 식량부족을 해결하고 한반도의 식량안보를 준비하는 것은 평화경제를 이루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 관 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