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52021.05

진단

한미동맹과 안보협력,
한반도 상황관리 주력하며
원칙 기초한 협력 확대



지난 3월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하고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최근 안보회의를 평가하며 한미동맹의 과제와 미래를 진단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향후 4년간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대선 기간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손상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대외정책’을 폐기하고 동맹국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다자주의를 복원하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행보는 21세기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 존재한다고 간주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국제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역내에서 활발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쿼드 첫 정상회의, 미·일 외교·국방 장관회의,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미·인 국방 장관회의, 미·중 고위급 회담을 연달아 개최하며 대중(對中) 견제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이 글에서는 본격화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기조 하 최근에 개최된 안보회의들의 결과를 평가하고, 역내 세력균형과 관련하여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지난 3월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가 열렸다. Ⓒ연합

미국과 주요 동맹국 간 대중 견제에 대한 입장 차 존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은 한국, 일본, 호주, 인도, 아세안 등 역내 민주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국제규범, 규칙, 표준 등을 수립하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군사·안보, 경제, 기술, 이념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되었던 미·중 갈등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미·중 양국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 코로나19, 경제 회복, 사회 통합 등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에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은 미·중관계에 선택과 집중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에 무게를 싣는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 하 중국 견제는 양국 간 격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첨단 기술 및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한편, 미국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군사·안보 등의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자제하고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역내 민주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 증진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인도-태평양 지역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쿼드는 계승·발전시켜야 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라고 언급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쿼드는 동맹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해 나간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부합한다.

  이에 따라 3월에 개최된 쿼드 첫 정상회의, 미·일 외교·국방 장관회의,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미·인 국방 장관회의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역내 주요 민주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 수준 및 범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숨 가쁜 외교전의 결과는 주요 동맹 및 파트너들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여 미국이 역내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나,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미국의 대중 견제 움직임에 명시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 신중한 입장임을 보여주었다.

  쿼드 첫 정상회의, 미·일 외교·국방 장관회의, 미·인 국방 장관회의의 결과는 쿼드가 향후 대면 정상회의, 외교장관 회담 정례화 등을 통해 보다 활성화될 것이나 단시일 내에 대중 안보 기구 혹은 동맹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3월 13일 개최된 쿼드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 4개국 정상은 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 등 공동과제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와 번영을 증진하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개방·민주적 가치 및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를 증진하고, 사이버 공간·핵심기술·해상 영역 등에서 발생하는 공동의 도전에 대응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공동성명에 중국을 거명하지 않음으로써 대중 견제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데 참여국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쿼드 참여국 중 대중 견제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인도를 배려해 중국에 대한 직접 거명을 피하는 형식이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쿼드 첫 정상회의 이후 개최된 미·일 외교·국방 장관회의와 미·인 국방 장관회의에서 채택된 내용이 상이하다는 점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3월 16일 개최된 미·일 외교·국방 장관회의에서 미·일은 중국을 국제질서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하였다. 반면 지난 3월 20일 개최된 미·인 국방 장관회의에서는 중국을 거명하지 않고 양국 관계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기반(stronghold)임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참여국 간 중국 관련 입장 차이가 존재할 뿐 아니라 쿼드가 명시적으로 대중 안보 협의체 및 기구로 부각될 경우 야기될 중국과의 마찰을 참여국들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의 리쿠라 게스트하우스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2+2 안전보장협의위원회를 하고 있다. Ⓒ연합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한반도 안정적 관리에 우선순위 부여

  3월 18일 개최된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결과는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대중 견제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회의에서 양국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한반도 차원에서 동맹의 억제태세와 연합방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했다. 지역 협력에 있어서는 중국을 거명하지 않고 역내에서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연계하여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기 위한 한미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는 한미동맹의 역할과 관련하여 한반도 안보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한편,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자 하는 한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종합해 볼 때, 향후 쿼드는 한동안 참여국 간 공통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경제 및 비군사 안보 분야(보건,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재난구호 등)를 중심으로 참여국 간 협력을 증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쿼드 플러스’ 등 쿼드 확대의 방향성도 동일선상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쿼드 플러스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도 중국과 관련해 상이한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명시적 대중 견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간 보편적 원칙에 기초한
경제 및 비군사 안보 분야 협력 확대

  한국의 전략적 이익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주변 지역에서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며, 그 중심에 한미동맹이 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안보위협 속에서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역내 세력균형 유지를 위한 핵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여 핵심 동맹국인 한국이 자국의 역내 리더십 유지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역내 협력에 대해 주요국의 지역구상을 개방적 관점에서 환영하며, 이들 구상과 한국 신남방정책의 접점을 모색해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중심에 두고 ‘개방성·포용성·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 원칙에 기초하여 주요국들의 지역구상 간 연계협력을 통한 확대협력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은 주로 에너지·인프라·디지털 경제·인적 역량 강화 등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양국 간 협력 확대 움직임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한미 협력의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때 향후 한미 간 협력 확대는 보편적 원칙을 토대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군사·안보 분야를 제외한 경제 및 비군사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국익을 위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핵심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첨단 기술과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이 국익을 중심에 두고 보편적 협력 원칙을 토대로 미국뿐 아니라 역내 주요 국가들과 복합적인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나갈 때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담보할 수 있고, 핵심 중견국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