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52021.05

평화통일 칼럼

바이든 행정부 출범 100일



  4월 29일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내외적인 난제를 안고 출범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은 코로나19와 인종, 경제의 삼중 위기 속에서 치러졌고,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지난 1월 6일 의사당 점거 사태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졌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보건 위기를 넘어 국제질서 전반에서 기존의 일정·과정·시스템이 중단·단절·붕괴되는 ‘대혼란(Great Disruption)’을 초래했다. 또 대공황 이후의 최대 경제위기를 동반하며 서구의 민주주의를 포함하여 지구적 수준에서 민주주의의 후퇴 및 국가별, 산업별, 성별, 교육수준 등에 따른 다양한 격차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대분기(Great Divergence)’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강화했다.

  대내적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바이든 정부의 가장 분명한 성과는 코로나19 대응이다. 2억 회의 백신 접종 공약을 달성했고, 20만 명에 이르던 일일 감염자는 6만 명 아래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1조 9,000 달러의 코로나19 대응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면서 작년 14.7%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6%까지 떨어졌고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은 6.5%까지 상향 조정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명목으로 3조 달러 이상의 대규모 경기 부양과 복지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백인 경찰에 유죄 판결이 내려지며 구조적 인종주의 개혁의 중요한 전기가 마련되었지만,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흑인의 희생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아시아계 대상의 혐오 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도 여전해서 민주당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는 뉴딜 이후 최대의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바이든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 부양과 증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외정책에서 바이든 정부는 동맹에 대한 공약을 재천명하고 파리기후협정과 세계보건기구 등에 복귀하며 트럼프의 ‘적폐’를 일부 청산하였고, 기후변화 관련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위한 실제 정책의 입법과 제도화는 50 대 50의 동수인 상원에서 석탄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웨스트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1인(Joe Manchin)에 의해 좌초될 수도 있고, 현재의 전망처럼 공화당이 202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백신을 독점하고 백신 특허권의 일시 중단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도 거부하는 등 ‘백신 민족주의’로 코로나19의 ‘대혼란’를 헤쳐 나갈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 개혁과 새로운 다자주의 질서, 더 넓은 의미에서는 ‘대분기’를 극복할 지구화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의 구호 아래 중국은 물론 동맹에게 부과한 관세를 유지하면서 트럼프의 경제적 민족주의를 계승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협력보다 대결과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대중국 강경노선,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가치 외교’,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보호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동맹국에게 대중 견제 동참을 압박하는 대외정책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 전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공재는 고사하고 동맹국에 대한 ‘클럽재’를 제공할 능력과 의지가 없음을 시사한다.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