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의 창
북한 소비 시장을 잡아라!
  시장화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접하고 구매력도 높아진 북한 주민들은 더 이상 기본적인 쓸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주민들의 높아진 물질적 수요와 소비문화의 변화에 북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른바 ‘도안(圖案) 선행의 원칙’이라는 명명 하에 주민들의 취향과 미적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 디자인과 상표, 브랜드를 고안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등 갖가지 노력들을 국가의 정책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맞게 기업 전략, 경영 전략을 부단히 개선하자’는 당국의 요청은 각종 전시회, 박람회, 제품 품평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양제1백화점 등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통해 전국의 여러 생산 단위들과 주민을 직접 연결해 신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가 하면, ‘화장품전시장’에서 연구원들이 미용 시술 과정을 시연하고 주민들의 제품 평가와 수요를 청취하여 신규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이처럼 최근 북한의 소비생활과 소비문화는 ‘시장’의 영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국가와 시장, 주민이 서로 연결되어 경합하고 참조하는 역동적인 소비정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의 눈맛을 사로잡아라
  북한의 식품과 요리는 색채와 외양, 질감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국수에 소고기 맛을, 송편과 같은 전통음식에는 솔잎 향을 가미하는 등 입맛은 물론 ‘눈맛’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독특한 맛과 냄새, 조형미를 고민한다. 최근 새로 준공된 평양향료공장에서 갖가지 식용 향료를 연구·개발하고 이를 식품과 요리, 음료 등의 생산으로 연결하는 등 제품의 향과 외양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북한 소비생활의 변화상을 대표적으로 나타낸다.
화사하고 다채로워진 의류
  최근 북한 소비생활과 소비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제품군은 단연 패션과 미용이다. 북한 주민들은 더이상 계절과 무관한 혹은 계절에 고착된 무채색의 단정한 디자인만을 따르지 않는다. 이제는 화사한 색채의 의상을 추구하고 매 계절마다 유행하는 컬러와 디자인이 새롭게 등장한다. 구매자의 성별과 연령, 체격과 기능에 맞춘 수요의 분화와 그에 따른 제품의 기능적 다양화도 패션 부문의 또 다른 특징이다.
피부 맞춤형 기능성 화장품 출시
  화장품은 북한 소비문화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소개되는 분야로, 「노동신문」에서는 화장품을 ‘인민소비품’의 하나로 소개할 만큼 주민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종류 또한 기초화장품을 넘어 ‘미백’과 ‘노화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갖가지 기능성 화장품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의 등장은 북한에서 자랑하는 천연원료의 개발과 연결되면서 연령과 성별, 피부 특성에 맞는 ‘계열화’된 화장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풍경 맛집 북한의 전경 감상하는 상품 출시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레저 및 휴양 영역에서 도시의 전경과 경관을 상품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관 소비는 경비행기를 타고 평양 도시를 돌아보는 비행관광과 무지개호와 같은 대동강의 야간 선상(船上) 식당이 대표적이다. 북한 주민들은 선상 식당에서 유람하며 식사를 하거나 무지개호에서 야간 풍경을 만끽하며 고급 요리를 즐긴다. 또 고층 호텔에서 대동강변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등 평양 시민들의 외식 풍경은 경관 소비와 밀접히 결합되었다.
더 편리해진 복합레저시설 확대
  각종 스포츠 및 레저 활동의 시설화도 북한 시장화 및 소비문화의 특징적인 면모이다. 수영장과 사우나, 미용 시술, 레스토랑 등을 종합적으로 갖춘 ‘복합레저시설’의 확대는 김정은 시대가 표방한 ‘문명한 삶’이 새로운 소비문화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한재헌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