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프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대화와 협력
한반도 시계가 바쁘게 움직였다. 군사적 억지력 강화 속에서 대화와 협상을 위한 움직임이 한반도 안팎에서 분주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대화와 한중의 만남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다. 북한도 좋은 제안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밀고 당기기가 팽팽했지만, 대화의 씨앗이 뿌려진 9월이다.
유엔총회 기조연설, 종전선언은 완전한 평화의 시작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1일(현지시각)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대화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2018년 9월 26일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이를 언급한 이후, 2020년 제75차 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선결조건을 강조하면서도 좋은 제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9월 23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고 문제제기 하며 미국이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주장했다. 9월 24일 김여정 노동당부부장은 적대시정책 철회가 선결조건이라고 하면서도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9월 25일 담화에서는 공정성과 상호존중을 유지하면 종전선언은 물론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9월 29일 김정은 위원장도 제14기 제5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 여부는 남측의 태도에 달렸다고 공을 넘기면서도 10월 초부터 남북통신연락선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가야 할 길이 멀고 낙관은 어렵지만 중요한 첫발이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평화를 시작하는 대화와 협력을 준비할 때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속 군사적 억지력 강화
  북한은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열었다. 이번 열병식에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선보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오토바이와 트랙터를 탄 노동적위대 기계화종대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방역을 맡은 비상방역종대도 주황색 방역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채 행진했다. 이에 대해 「노동신문」은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대미, 대남 메시지 없이 내부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연쇄회동(13~14일)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14~15일)을 앞두고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11일, 12일)했다. 15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이를 열차에서 발사했다고 밝히며 발사 수단의 다양화를 과시했다. 한국도 9월 15일 SLBM 잠수함시험발사에 성공하고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이 되었음을 천명했다. 남과 북이 군사적 억지력을 높이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위기가 높아지기도 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도 있었다. 일본에서 만난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올것을 거듭 촉구했다. 비핵화와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도 나왔다. 9월 15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의 시급성에 공감하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중국도 이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의 계기를 만드는 노력과 함께 남북이 모두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일까. 밀고 당기기가 팽팽하다.
이달의 메시지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입니다. 나는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합니다. 대화와 협력 이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에서 증명되기를 기대합니다.
나는 두 해 전, 이 자리에서 전쟁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세 가지 원칙으로 천명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습니다.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중(202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