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02021.10

평화통일의 창

새롭게 발굴된
북한의 고구려 유적



  최근 북한의 고구려 유적 발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지난해 9월 황해남도 안악군 월지리에서 고구려 벽화무덤 2기와 유물들이 발굴되었으며, 올해까지 이어진 발굴조사에서 돌방무덤 9기와 유물이 추가로 발굴되었다. 무덤이 위치한 안악군 일대는 많은 고구려 무덤이 분포하는데, 1949년에 발굴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악3호분과는 10km가량 떨어져 있다.

고구려 역사를 품은 무덤
  월지리 1호분은 널길과 무덤방으로 이루어진 단칸구조의 돌방무덤으로, 벽면과 평행삼각고임구조의 천정에는 회를 바르고 벽화를 그렸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북한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에 따르면 4개의 벽면에는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사신을 그리고, 천장에는 별자리와 연꽃무늬, 구름무늬, 보리수, 거북등무늬 등을 섬세하게 그렸다. 같은 구조의 월지리 2호분에서도 해를 형상화한 그림을 비롯해 많은 벽화 조각이 확인되었으며, 정교하게 가공된 금귀걸이와 꽃잎 모양의 금제 장식품들이 출토되었다.

  이번에 조사된 벽화무덤은 황해도 일원에서는 처음으로 조사된 사신도 무덤으로 구조와 벽화의 내용으로 보아 6세기 전반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천장벽화를 통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별자리를 확인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까지 북한 학계에서는 357년에 축조된 안악3호분을 고국원왕릉으로 비정하고, 이 지역을 4~5세기 고구려의 남방진출을 위한 후방 보급기지로 파악했으나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이 일대가 고구려 후기까지 중요한 행정중심지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평안남도 남포시 룡강군 은덕지구에서도 사신도 무덤이 발굴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룡강큰무덤 및 쌍기둥무덤과는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무덤은 널길과 무덤방으로 이루어진 단칸구조의 돌방무덤으로 벽면에 회를 바르고 벽화를 그렸다. 도굴로 훼손이 심하여 벽화의 내용을 자세히 알기는 어렵지만 네 벽면에는 사신을 그리고 천장굽도리는 인동무늬로 장식하였다. 무덤방으로 이어지는 널길에는 화강암을 다듬어 만든 2개의 돌문을 달았으며, 문에는 쇠로 만든 문고리가 달려 있는데, 지금까지 조사된 벽화무덤에서 문고리가 실제로 확인된 첫 번째 사례다. 한편, 무덤이 위치한 일대에는 200여 기의 고인돌무덤이 집중분포 하고 있는데, 북한 학계에서는 이를 통해 고조선과 고구려의 문화적 연관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안남도 룡강군 은덕지구 벽화무덤과 쇠고리가 달린 돌문 ⓒ연합/조선중앙통신

민족의 기원과 발전 목표로 진행하는 발굴조사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학술연구집단은 1991년 이후 평양시 대성구역 림흥동 일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고구려 시기의 관청과 별궁으로 보이는 건물터와 우물 2기를 발굴하였다. 또한 림흥동유적 동남쪽에 위치한 고방산성에 대한 발굴조사도 진행하였는데, 북한 학계는 이를 바탕으로 림흥동 일대가 4세기대에 고구려의 임시수도였음을 확증하고 있다.

  북한의 발굴조사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민족의 기원과 발전을 밝히는 것에 목표를 둔 것으로 보인다. 1993년 9월 25일 김일성 주석은 단군릉 개건과 관련된 협의회에서 고조선을 계승한 고구려를 강조하면서 평양성을 언급하는데, 이후 평양성과 평양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광복 직후에는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에 관한 법령」을 제정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평양을 필두로 신의주·청진·함흥·원산·개성 등 주요 도시에 역사박물관을 건립하였으며, 사회과학원과 김일성종합대학을 중심으로 유적의 발굴조사와 보존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 결과 1960년대에는 일제가 부정했던 한반도의 구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존재를 증명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주체사상의 확립과 경제침체 등으로 북한의 발굴조사와 고고학 연구는 정체되고 있는 듯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부쩍 늘어난 북한의 발굴 소식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고구려 고고학을 공부하며 몇 차례 북한의 고구려 유적을 답사했던 필자에게는 반가움을 넘어 마음 설레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급진전할 것 같았던 남북관계는 여전히 교착상태지만 필자의 마음은 북녘의 고구려 유적을 거닐고 있다.

최종택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