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02021.10

특별 인터뷰


“어렵고 불가능해 보여도
결국 평화는 옵니다”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9월 1일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과 함께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신임 수석부의장으로 취임했다. 6선 국회의원으로 24년을 국회에서 일했던 그는 이제 평통 수석부의장으로서 2만 명의 자문위원과 함께 평화통일 정책을 대통령께 건의하고 자문에 응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석현 수석부의장은 무거운 책무지만 ‘소통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폭넓은 교류로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회 │ 김희영 평통 상임위원, 평화토크 디자인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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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취임 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비상근직이라 일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할 일이 많더군요. 운영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출범을 계기로 열린 상임위원 워크숍,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 자문위원 온라인 강의까지 아주 바쁘게 움직였어요. 할 일이 꽤 많은데 다행히 제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Q 대통령께서 임명장을 수여하며 특별한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았는데, 평통의 의장인 대통령께서 평화통일 담론을 형성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을 널리 알려달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이는 자문위원의 기본 역할이기도 합니다. 임명장과 함께 꽃다발도 받았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데이지와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꽃말을 지닌 은방울꽃이었어요. 한반도 평화와 모두의 행복을 바란다는 뜻이 담긴 듯합니다. 국민이 행복한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평양 시민도 기대를 품었던 평화번영,
다시 길을 열어갑시다”


Q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하시다가 평통에 오셨습니다.
  저는 세상사가 우연이 아니라 인연으로 얽혀 있다고 생각해요. 평통 수석부의장을 맡게 된 것도 인연이 닿았기 때문이지요. 20대 국회에서 4년 동안 외교통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평통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교류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고,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의원외교단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을 순방하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높이는 일도 했습니다. 평화통일과 관련된 일이 많았어요. 이러한 인연이 있었기에 평통에 오게 된 거죠. 자문위원과 저의 만남, 모두 다 큰 인연입니다.

Q 2018년에 평양을 방문하여 직접 평양 시민을 인터뷰하셨습니다.
  2018년 평양에서 열린 10·4 선언 11주년 기념식에 남측 대표단으로 갔습니다. 고려호텔에 묵으며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면 진짜 시민들은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후배 한 사람과 출근하는 시민들을 붙잡고 즉석 인터뷰를 했어요. 평양 시민에게 “문재인 대통령 연설 중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물으니 “우리는 오천 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떨어져 살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군요. 다른 시민에게는 “남북이 평화의 길로 갈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번영의 길로 가기로 했다”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어요. 그때 남북의 지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평화번영에 대한 상당한 기대와 공감대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남북의 시민들이 다시 평화의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해요.

Q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제가 평양에 가기 전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남북국회 회담을 제안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와 간담회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북측 인사가 머뭇거리며 하는 말이 “남한에는 여당과 야당이 있잖습니까. 야당이 다른 이야기를 해서 안 만나는 것만도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뜨끔했어요.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당을 초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화통일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만드는 일에 국회가 관심을 가지고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Q 2017년 국회 차원에서 동북아 평화협력의원외교단 자격으로 공공외교 활동을 하셨습니다.
  2018년은 ‘평화의 해’였지만 2017년은 ‘위기의 해’였어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심해져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각 당에서 한 명씩 뽑아 동북아 평화협력의원외교단을 구성하여 미국에 갔습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동아태소위원장, 국무차관 등을 만나 ‘전쟁하면 안된다’, ‘선제공격하지 말라’, ‘전쟁이 나면 한국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며 설득했습니다.

  당시 미국 측 인사로부터 비공개를 전제로 ‘전쟁할 생각 없다’, ‘협상 전략이다’라는 답을 들었어요. 그렇지만 군사적 위기가 높아지면 의도하지 않은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우리가 적극 나서서 풀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평화공공외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석현 수석부의장이 김희영 상임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합니다”


Q 해외 13 1개 국가에서 자문위원들이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공공외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는 외교관만 외교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외교의 대상도 다양합니다. 다른 나라의 정부 뿐 아니라 국제기구, 기업, 언론, 민간, 시민까지도 공공 외교의 대상입니다. 일례로 지난 5월에는 미국 하원에서 「한반도 평화법안」이 발의되었고, 그전에 「위안부 결의안」도 통과됐습니다. 모두 한인들이 하원의원을 만나고 국무부를 찾아가고 하면서 만들어 낸 일입니다.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며 한인들이 평화공공외교를 실천했어요. 자문위원 중에는 해당 국가에서 영향력 있는 분들 이 많습니다. 131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3,900명의 자문위원들이 평화공공외교의 중심축으로 역할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Q 평화프로세스가 지체된 상황에서 지난 9월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민 불안도 높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고, SLBM 시험발사도 세계 일곱 번째로 성공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추구하는 한편으로 안보를 굉장히 튼튼히 했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미연합훈련 개최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며 험한 발언들을 했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것이 필요해요.

  지난 9월 21일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종전선언은 그동안의 경색 국면을 뚫고 비핵화로 가는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북한 김여정 부부장도 담화를 통해 ‘대북적대시 철회’를 강조하면서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했어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다시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평화의 길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어요. 우리가 그길을 만든다는 자세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평화는 세워야,
우리 모두 평화의 역군”


Q 자문위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하늘이 무너져도 평화는 세워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평화의 역군으로서 한반도에 왜 평화가 필요한가, 통일은 왜 필요한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남남갈등이 있어서 왜 북한에 퍼주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죠. 우리는 북한에 비해 54배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퍼줘도 지장이 없어요. 동서독의 통일도 당시 독일 주민들이 동서독을 왕래하며 지원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서독이 동독을 강제적으로 통합한 것이 아니라 동서독 주민들의 선택으로 그렇게 된 겁니다. 이런 점을 국민께 잘 설명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대해야 합니다. 자문위원들이 이러한 일에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Q 수석부의장으로서 이것만은 꼭 이루겠다고 다짐하신 것이 있나요?
  우선 자문위원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재밌고 즐거워요. 국내 228개 협의회뿐 아니라 해외 45개 협의회도 다니면서 재외동포들을 만나고 싶어요. 오는 10월 17일 뉴욕, 워싱턴, 필라델피아,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 동부 5개 협의회 출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갈 예정입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2만 명의 자문위원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하며 평화의 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Q 국민과 자문위원께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통일은 우리의 핏줄을 잇는 일이고 평화는 우리 행복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산중수복의무로(山重水複疑無路), 유암화명우일촌(柳暗花明又一村)’이라는 중국의 시구가 있습니다. ‘산이 가로막고 강이 막혀서 길이 없나 했더니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활짝 핀 마을이 나타났네’라는 뜻입니다. 남북관계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막혀 있고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결국 평화의 길은 옵니다. 우리 모두 인내심과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평화의 오솔길을 찾아 나갑시다.